삼촌의 쌍둥이 조카 육아일기
평일에 아이들 기상시간은 아침 6시 30분인데 오늘은 기상시간이 지나고도 밖으로 나오질 않았다. 30분이 지나도 아이들이 깨지 않으면 엄마가 조금 더 자게 뒀다가 스스로 잠에서 깨면 데리고 나오려고 한다.
할머니는 매일 아침마다 저녁때 엄마가 만들어둔 아이들 밥을 데워두고 삼촌은 카펫을 깔아 두는데 나오질 않았다. 할머니랑 삼촌은 평소처럼 아침식사를 먹었다. 7시가 되어서야 방에서 인기척 소리가 들리고 아이들이 밖으로 나오고 엄마도 나왔다. 오늘은 기상시간보다 여자아이가 일찍 깨서 엄마가 아이가 있는 침대로 넘어가서 자다가 알람을 듣지 못하고 아이가 깨면서 7시에 일어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아침에는 정해진 일과대로 할 일이 있는데 늦게 일어나서 오늘 아침은 바쁘게 생겼다. 맨 처음 할 일은 기저귀를 가는 건데 처음부터 순순히 협조를 하지는 않는다. 잠깐의 실랑이를 거치고 엄마가 남자아이 기저귀를 갈아주고는 시간이 없어서 머리를 감으러 갔다. 할머니가 여자아이 기저귀를 갈아주고 조금 있다가 남자아이가 하이체어(아이전용 식탁)에 올라가려고 했다. 원래는 어른이 아이를 안고서 하이체어에 올려줬는데 남자아이가 6월 말 경부터 스스로 하이체어를 붙잡고 매달리더니 올라가는데 성공을 했다. 그래도 위험할 수 있으니깐 옆에서 봐주기만 하고 오늘도 혼자 올라가서 앉는 데 성공한다. 남자아이가 성공한 걸 보고 자극을 받아서인지 여자아이도 혼자 붙잡고 올라가려고 시도를 하고 있지만 아직은 힘에 부친다. 살짝 받쳐주고 밀어주면서 올라가도록 도와줬다.
아이들 맘마가 끝나고 엄마가 아이 한 명씩 차례로 치카를 시켜줬다. 치카치카도 물론 고분고분 가만히 말을 듣지 않는다. 보통은 엄마랑 아빠가 아이 한 명씩 맡아서 치카를 시켜주는데 아빠가 회사일로 새벽에 들어와서 자고 있는 관계로 엄마가 아이 둘을 따로 치카를 시켰다. 그 사이 삼촌은 아이들이 세수를 할 계단을 세면대 앞으로 옮겨 둔다. 그리고는 현관 밖 계단 위에 있는 2인용 유모차를 들고 내려와서 현관 안에 대기를 시켜둔다. 매일 하는 일이다. 치카가 끝나고 보니 평소보다 시간이 많이 지나버렸다.
치카를 마치고 내려와서 아이들이 응가존에 가서 응가를 시작한다. 아이들의 응가존이 예전에는 몇 군데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싱크대 구석에 서로 마주 보는 상태에서 쪼그려 앉아 응가를 한다. 과거에는 장난감을 한 두 개 정도만 갖고 와서 응가를 했는데 몇일부터는 살림살이를 하는 것처럼 장난감을 많이 가지고 와서 쟁여두고 응가를 한다. 엄마가 출근을 할 시간이 다 되었다. 아이들이 응가를 해서 계단은 다시 치워버리고 시간이 없지만 엄마는 여자아이를 화장실로 데리고 가서 엉덩이를 씻기고 손과 세수를 한꺼번에 시켜준다. 로션을 바르고 선크림을 바르고 데리고 나와서는 할머니가 물기를 닦고 외출복으로 옷을 갈아입혀 주셨다. 그 사이에 엄마는 출근 시간이 지나버려서 바쁘게 출근을 했다. 이제는 남자아이가 엉덩이를 씻을 차례다. 할머니가 화장실로 데리고 가셨다. 엉덩이를 씻기고 손과 얼굴을 씻기고 그 이후부터 밖으로 나와서도 난리를 치기 시작했다. 할머니한테 얘기를 들으니 로션을 안 바르겠다고 고집을 피우고 거부해서 바르는 둥 마는 둥 하면서 대충 문질러 주고 남자아이가 밖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선크림은 당연히 바르지 못했다고 하셨다. 밖으로 나와서 몸에 묻은 물기를 닦으려고 하니 울고 불고 고집을 피우는 건 여전했다. 안 닦으려고 발버둥을 쳐서 삼촌이 옆에서 힘을 쓰면서 붙잡고 어렵게 물기를 닦았다. 많이 늦어져서 시계를 보니 평소 어린이집을 가려고 집을 나서는 시간이었다. 바지부터 입혔는데 발로 차고 울면서 완강하게 거부를 한다. 할머니가 아무리 타일러도 소용이 없다. 전혀 통하지가 않는다. 강한 말투로 얘기를 해도 소용이 없어서 안 되겠다 싶어서 옷도 안 입고 기저귀만 찬 상태로 삼촌이 안고서 안방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지난번에 잘못해서 혼내던 방법으로 벽을 보고 반성을 시키려고 했는데 누워서 울고 불고 소리치고 발버둥을 치면서 완강하게 거부를 한다. 그래도 붙잡고 "잘못했지. 옷 입을 거야?'라고 반복해서 물어봐도 잘못했다고 대답을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밖으로 나가려고 해서 붙잡고 계속 말을 했지만 통하지가 않았다. 머리와 온몸은 땀범벅이 되었다. 어린이집 갈 시간은 지났고 이제는 안 보낼 각오를 하면서 붙잡고 훈육을 했다. 분위기를 봐서는 남자아이 입에서 "잘못했다. 옷 입겠다"는 반응은 나올 거 같지가 않았다. 어린이집은 지금 당장은 여자아이만 가야 할 거 같았다. "어린이집 갈 거야? 옷 입을 거야?"라고 하면서 옷을 가지고 와도 옷을 집어던지고 뿌리친다. 할머니가 들어와서 어린이집에 가자고 하면서 밖으로 데리고는 나왔다.
할머니가 옷을 입자고 해도 안 입으려고 한다. 그렇다면 "여자아이만 가야겠네" 여자아이가 유모차에 탄 모습을 보여주면서 가려고 하니깐 그러면 안 된다고 울면서 다가와서 저항을 한다. 어린이집 가려면 옷을 입어야 한다고 해도 옷은 안 입으려고 여전히 울고 불고 난리 중이다. 어린이집에 가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속상하고 분이 풀리지가 않아서 옷은 입기 싫다는 것 같다. 남자아이는 안 태우고 여자아이만 가려고 하니깐 가면 안 된다고 난리를 쳐서 못 가게 하고 옷 입고 가자고 하니깐 말을 안 듣고 그렇게 실랑이를 계속하다가 할머니가 나서서 옷을 들고 가서 타이르면서 "옷 입고 어린이집 가자"라고 하니깐 순순히 협조를 하는 건 아니지만 이제는 강한 저항이 줄어들고 울면서 옷을 입혀도 가만히 있기는 했다.
우리 아이들만 그런 건지 일반적인 아이들 특징인지는 모르지만 삼촌이 발견한 건 삼촌이 혼을 내면 삼촌이 뭘 하자고 해도 말을 듣질 않고 옆에 할머니나 다른 사람을 찾으면서 그 사람이 달래주거나 하자고 할 때 그때서야 말을 듣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옆에 사람이 달래준다고 해서 효과가 있진 않고 어느 정도 한바탕 울고 난리를 치고 나서야 효과가 있다. 혼내는 사람이 있으면 달래주거나 챙겨주는 사람이 한 명이 더 필요하다.
입었던 옷은 땀범벅으로 다 젖었고 머리카락도 머리를 감은 것처럼 다 젖어버렸다. 할머니가 손수건으로 머리카락을 닦아주었는데 처음에는 싫다고 하다가 할머니가 머리를 닦고 나서 유모차를 타자고 타일렀는데 저항을 심하게 하지 않아서 닦을 수가 있었다. 유모차를 타고선 벨트를 채우고 신발을 신기고 할머니가 유모차를 끌고 나가셨다. 헤어지면서 삼촌이 빠이빠이를 하는데 심하게 울었음에도 불구하고 손을 흔들면서 빠이빠이는 해주는 남자아이다.
육아를 지금 하고 있는 부모들이나 최근까지 해본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육아는 매일매일이 전쟁이라는 것을. 울지 않고 떼쓰지 않을 때는 세상 누구보다 사랑스러운 천사지만 말을 안 듣기 시작하고 고집을 피우면 미워 죽을 것 같은 악마의 모습으로 변신한다는 사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