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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즈 Dec 08. 2018

[뮤즈 모임] 커피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글

첫 번째 글: 당신과 함께한 커피

글쓴이: 김지수(사라다) 작가 (insta. jjeez_)


너와 먹는 커피는 늘 더럽게 맛이 없다. 너와 나의 쉴 새 없는 수다에 다 식어버린, 그 신내나는 커피는 그립고 먹고 싶은 맛은 아니다. 나는 그게 참 싫었다.


그 것은 침묵을 만들고 메아리를 만들고 나중엔 결국 아무 것도 만들지 못했다. 끝 없을 줄 알았던 이야기가 끝나고 나는 새 커피를 받아 자리에 앉아 마신다. 나와 커피 사이에 아무 소리도 들어가 있지 않다. 향이 뛰어나고 고소한 커피. 잔을 감싼 내 따뜻한 두 손. 기도하듯 모아 봐도 커피는 그냥 커피였을 뿐이다.



두 번째 글: 커피

글쓴이: 허상범


머나먼 타국의 향기에는

이름 모를 그리움이 있다.

가보지 않았거만

그곳엔 한 모금 한 모금

그들이 배어있다.

노스텔지아.

삶이 고달프고 혹독할 때

나는 언제나 있지도 않은

고향을 음미하곤 했다.



세 번째 글: 커피

글쓴이: 유유별 작가


여자는 뜨거운 걸 먹지 못했다. 그래도 따뜻한 온도가 좋아서

언제나 뜨거운 커피를 한참을 호호 불어 식어버리면 그제야 마시기 시작했다.

남자는 그런 여자의 속도에 맞춰 본인이 시킨 아이스커피의 얼음이 녹아 커피가 밍밍해지고 미지근해질 때까지, 여자오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워갔었다.

다른 온도에서 시작한 커피는 언제나 비슷한 온도가 되었다.

그날도 컾의 온도는 변함이 없었다. 침묵이 길어지고 시계를 보던 남자는 먼저 일어났다. 남자가 카페 문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 여자와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워갔었다.

다른 온도에서 시작한 커피는 언제나 비슷한 온도가 되었다.

그날도 커피의 온도는 변함이 없었다. 다만 변한 게 있다면 두 사람이었다.

남자도 여자도 아무 말이 없었다.

침묵이 길어지고 시계를 보던 남자는 먼저 일어났다. 남자가 카페 문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

여자는 커피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남자가 아주 멀리멀리 가버려서 보이지 않을 때즘에야

다 식은 커피잔을 쥐었다. 여자가 가장 좋아하던 식은 커피였지만 한 모금, 한 모금이 유독 썼다.

여자는 식은 커피가 아니라 커피가 식어가던 그 시간을 좋아했었구나 하고 막연하게 생각할 뿐이었다.


네 번째 글: "The Best Coffee is The Coffee you Like"

글쓴이: 권호(머니스트)


학창시절부터 커피를 좋아했다. 커피를 마셨을 때의 첫 느낌이 기억난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정신이 또렷해지는 그 기분. 난 커피와 반해버리고 말았다.
처음에는 달달한 믹스커피로 시작해 한 없이 달콤한 카라멜마끼야또로 넘어갔다. 그 단맛에 빠져 하루가 멀다하고 커피를 마셨다. 하지만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새 단맛에 질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나를 봤다.
좋아하는 커피는 그때 그때 바뀐다. 여름에는 차가운 아이스아메리카노 비가 올 때는 달콤한 카페모카, 눈이 내릴 때는 따뜻한 아메리카노가 떠오른다. 그러고보면 최고의 커피는 없는 것 같다. 내가 지금 원하는 커피가 최고의 커피가 아닐까?


다섯 번째 글: 커피를 마신다

글쓴이: 문종성 작가


매일 아침 커피를 마신다

커피가 나에겐 꼭 필요하다

커피가 있어야 힘이 난다

그래서 나는

커피를 마신다


친구를 만났다

커피를 앞에 놓고 시간을 보냈다

커피가 없었다면 어색했을까

나는 오늘도

커피를 마신다


마음에 드는 이성이 지나갔다

말을 걸어 볼까, 말까

"커피, 한 잔 하실래요?"

설레는 마음으로,

그렇게 나는

커피를 마신다



여섯 번째 글: 커피전쟁

글쓴이: 오도현 작가


커피 원두를 생산하기 위해 몰려드는 회사들.

유명한 프랜차이즈의 이름으로 카페를 차리는 사람들.

친한 듯 다닥다닥 붙어있는 다른 이름의 카페들.

점심시간에 카페로 허겁지겁 달려가는 회사원들까지.


커피라는 음료가 가지고 온 경쟁이

커피를 더 쓰고 시게 만들었나 보다.



일곱 번째 글: 따듯한 커피도 쉽지 않다

글쓴이: 김범수 작가


오늘 하루도 따듯한 커피를 앞두고 있다.

따뜻한 커피를 말했지만 따뜻한 커피는 결코 따듯하지 않다.

쉽게 들이켰다가는 그 열기에 오늘도 미각을 잃을 것이다.

결국 뜨거운 커피를 살살 불며 달래다가 내 앞의 사람에게 말 한 스푼 눈빛 한스푼 건네본다

나는 이렇게 또 매일 마시는 커피를 오늘도 쉽게 잊었다.

잊은게 아니더라도 처음부터 커피를 마시려고 앉아 있는 것인지 혹은 앉아 있으려고 커피를 마시는 것인지

나는 알지 못했다. 알지 못하기 때문에 뜨거운 커피가 따뜻한 커피를 지나 식은 커피가 되도록 방치했고

나는 너를 앞에 두고도 식은 커피에 아쉬워했다.

그렇게 나는 오늘의 너도 따뜻한 커피도 너무 쉽게 잃었다.

냉기속의 나에게는 너도 커피도 정말 쉽지가 않다.



여덜 번째 글:  커피로 지은 2행시

글쓴이: 김민관 작가


커: 커리는 개인적으로 싫어한다. 질린다. 너무 많이 먹었다. 짱 싫다.

그런데 간단하다고 사람들이 너무 카레요리를 남발한다.

피:피노키오가 거짓말 하듯, 카레가 맛있다고 수백 번 말했다. 아고 맛있다. 헐 대박. 카레 내 코가 더 이상 길어지기 전에 카레는 정말 맛없다고 이 자리를 빌어 말해야지.



아홉 번째 글: 커피 한잔의 여유

글쓴이: 민수 작가


생각해보면 커피 한잔의 여유는 없었다. 
여유는 사치였고 커피는 각성제에 불과했다.

‘아이스아메리카노 한잔’

출근길에 들른 집앞 카페에서 
빨리빨리를 속으로 외치며 
커피를 움켜쥐고 바쁘게 걸음을 옮긴다.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언제부터인가 습관적으로 커피를 마셨다.

무슨 맛인지 무슨 향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목뒤로 넘기기 바빴으니까

그저 자동차 엔진오일 교체하는 것처럼 
나에게 오늘도 잘 달리라고 
어르고 달래는 것처럼...

그랬던 나에게도 커피한잔의 여유가 찾아왔다.
제주도로 훌쩍 떠났을 때 였다.
이틀째 아침 나는 숲길에 자리잡은 작은 카페에 들어갔다.

이른아침이였지만 조용한 카페에는 여행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속닥거리며 커피를 마셨고 책을 읽고 노트북을 두들기고 있었다.

‘아이스아메리카노 한잔’

커피를 쭉 들이켰다. 다를건 없었지만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음악은 타임머신이라는 말이있다.
벚꽃엔딩을 들으면서 그때의 봄날을 생각하듯이!

그런데 커피를 마시면서 그런 기분이 들었다. 
앞으로 커피를 마시면 이곳이 떠오르지 않을까?

광고 카피에서 처럼 커피는 한잔의 여유를 가져다 주지못했다.
커피를 마시는 동안에도 일을 했었고 그만큼 나는 바빴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커피를 마시면 열심히 일했던 내모습도 너와 함께 했던 추억을 생각할수 있게 되었다.

나는 커피를 많이 좋아했나보다. 훈련소에서 유격을 받을때도 아이스아메리카노 한잔이 간절했으니까...

요즘은 이런 저런 추억을 담아놓은 커피한잔을 즐기고 있다.



열 번째 글:커피. 시간의 음료

글쓴이: BH 작가


나는 스무 살 때 처음으로 카페에 가봤다. 매체에서 카페라떼니, 아메리카노니 떠들어 댔지만, 나하고는 거리가 먼 이야기들이었다. 여자 친구를 사귀면 가는 곳이라는 친구들의 얘기가 많았지만 나와 당시에 일년가량 사귀던 여자 친구는 카페에 갈 여유가 없었다. 나도 여유가 없긴 마찬가지였고, 가본 적이 없으니 갈 이유가 없었다. 어쨌건 스무 살 시절 처음 가서 시킨 메뉴는 가장 가격이 싸고, 가장 첫 번째에 있던 에스프레소였다.


중국집 메뉴판엔 짜장면이 가장 처음에 있고, 돼지고기 집엔 삼겹살이, 분식집엔 떡볶이, 국밥집엔 국밥이 가장 처음에 위치하기 마련이다. 나는 메뉴의 일 번이 그 집이 가장 처음으로 '아! 이걸 팔아야겠다!' 마음먹은 메뉴이고 그 메뉴가 그 집의 정체성, 그러니까 가장 잘 팔리는 메뉴라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쟁반에 담겨 나온 그 처음 보는, 소주잔보다 작은 흰 잔에 담겨 나온 김이 모락모락 한, 기름이 둥둥 떠있는 그것은, 마술의 한 장면처럼 잔 아래로 공간이 있어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갈 수 있을 만큼 검었다.


남들은 다 큰 잔에 담겨 있는 다양한 색들을 여유롭게 내려놓는데, 나만이 테이블을 급하게 지나가고 있었다. 그때부터 가장 싼 것이 가장 가성비가 좋은 것이라는 가치관이 바뀌었다. 뭐, 뭐가 어찌 되었든 처음 먹은 에스프레소의 맛은 다들 알다시피 쓰고 시었다. 그날 이후로 딱히 카페에 간 기억은 나질 않았다. 그 기억이 충격적이라 기피한 것은 아니고, 딱히 갈 이유가 생기질 않아서였다. 내가 가고 싶었던 적은 없으니까.


그 후로 시간이 꽤 지났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시간의 흐름이 아니라 경험의 축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동안 나이를 꽤 먹어버렸다. 그동안 더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그 사람들과 함께 다녔다. 그래서 카페를 점차 많이 가게 되었다. 그리고 나도 사람들이 왜 카페를 가는지 의미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젠 혼자서 사색이 필요할 때, 가끔 카페를 가게 되었다.


소리가 복작복작한 카페, 숨소리마저 옆에 들릴까 조용한 카페, 그런 카페들의 분위기가 좋았다. 카페에 나긋이 풍기는 커피 향은 염소들이 기운이 쌩쌩해졌다던 이야기가 생각이나 미소를 머금게 한다. 사람들은 시간을 때우러 가자할 때, 커피 한 잔 하자고 한다. 그 시간엔 처음의 설렘도, 무료함의 지루함도, 후회의 푸념도, 다음의 기대감도 모두 들어있다.


나는 아직 에스프레소를 마신다. 양이 적어 샷 추가를 서너게 넣지만, 지금도 에스프레소가 좋다. 그 안에는 내 과거와 지금이 담겨 있다. 마신 뒤 떨려오는 심장과 향을 즐길 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사실 짙은 검은색 안에 담겨있는 어린 시절 당황한 내 얼굴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것을 보는 걸 좋아한다.


열 한 번째 글: '입안가득 네가'

글쓴이: 허주연(허허허) 작가


늦어버린 아침에도 아직은 잠이 맴돌아 커피를 마셨어

입안 가득 머물다 코를 비집고 나오는 향에

왜그런지 너의 입술이 생각났어

깊게 내뱉을수록 진하게 그려지는 너의 입술에 

머리가 어지러워

날 겨누던 너의 무자비하게 씁쓸한 입모양 때문일까

목이 타오르는 걸 커피로 쓸어내리느라

오늘 하루도 힘들겠다 서늘하게 스쳐가는 생각 사이로 

눈을 질끈 감아버렸어


열 두 번째 글: 수성에서의 삶

글쓴이: 서혜빈 작가


어젯밤에 또 잠을 못 자서 일어나자 마자 필요했다. 일은 가뜩이나 밀렸고, 수업에는 늦었지만 우선 들어서고 말았다. 짤랑-거리는 문소리와 함께 매장, 유니폼, 커피 메뉴판이 내 눈을 찔렀고, 냄새가 내 코를 괴롭혔다. 이쯤이면 지긋지긋할 텐데, 어느 때와 똑같이 아메리카노를 시켜버리고 말았다.

분명 호기심에 먹기 시작한 커피, 친구들에게 ‘어른스럽게’ 보이고 싶어서 먹기 시작한 게 어느 순간부터 ‘하루의 수액’이 되었을까. 정말로 이제는 없으면 멍-하기만 한다. 물론 마신다고 갑자기 하루에 과제를 10개씩 끝내는 것도 아니고, 부작용들을 생각하면 어이없다. 하지만 24시간은 너무 짧다. 내가 나태해서 그런지, 다른 사람들이 일을 너무 많이 시켜선 지, 자기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아선 지는 상관없었다. 갑자기 지구의 자전 주기가 24시간이라는 것이 싫기만 했다. 왜 나는 하필이면 지구에서 태어났지. 수성은 자전 주기가 1047시간이라는 데, 그 정도이면 놀고, 먹고, 일하고 다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 아닌가. 나중에 우주 이민 갈 수 있으면 꼭 수성에 가야하나 보다. 가면 하루 종일 잠만 자면서 보내야지. 이렇게 수성에서 제2의 삶을 상상하고 있을 때

직원께서 나를 부르면서 커피를 건네주신다. 감사합니다-와 함께 거리로 나섰고, 아무 맛도 안 나는 커피를 들고 버스 정류장으로 허겁지겁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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