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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즈 Jan 07. 2019

새해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글들

[허주연 작가: 바람_허허허]

햇살이 내리쬐는 곳에 가만히 서있고 싶어요

몸이 거꾸로 솟을 것 같을 땐 힘차게 내달리고 싶어요

가끔은 맨발로 땅의 온기를 느끼고 싶고

눈을 감고 바람이 닿기를 기다리고 싶어요

여유를 나누어 줄 수 있는 마음과 미소를 갖고 싶어요

단지, 행복해 지고싶어요

제 바람이에요


[허수정 작가: 19금 Potato]

새로운 것은 언제나 뜨거워 

내 앞에 있는 따끈따끈한 너를 

만져보고싶어 어찌할 바를 모르지

손으로 쿡쿡 찔러보면 넌 하얗고

뜨거운 김을 내뿜곤하지. 

이정도면 될까?싶어서 너를

다급한 손길로 내 입으로 향하면

아직 식지않은 너 때문에 

입천장이 온통 빨갛게 데이곤 하는데 

그래도 뭐가 좋은지 나는 웃지.

너의 따듯한 입김이 나의 얼굴을 뒤덮고 

난 너의 시야에서 사라져버려.

그때가 난 제일 좋아.


[허상범 작가: 새해는 옴(Ω)


옴(Ω).

어둠을 뚫고

무겁게 짓누른 

하늘꺼풀을 

힘차게 들어 올려라.

옴(Ω).

실낱같이 뜬 눈에서

새어 나온 여명이여.

완벽한 옴(Ω)이 되어 

함께 나아가자.

옴(Ω).

숨이 차고

고통에 휩싸여도

굳게 저항하리라.


[SUN 작가: 묻지마세요]

올해는 예쁜 단어로

모래성을 쌓지 않으렵니다.


예쁜 칭찬을 들으려

감옥을 만들지 않으렵니다.


비로소 밤 하늘을 바라보고

드문드문 박힌 별이나 세렵니다.


그러니 우리 서로 묻지 말아요


['-' 작가: 새해_빈속엔우유호빵]

희미한 구름속에서

언제나 정확하게 떠오르는 붉은 태양이

오늘이라고 새로울까 한다.

글을 쓰기로 결심하고

내 글을 누군가가 본다고 생각하니

분명히 새로웠다.

붉어진 내 두볼을

괜스레 새롭게 달라진 새해의 탓으로 돌려본다.


[글작가굥 작가: 새해]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해:가 뜨는 것. 

쯤으로 이젠 해석이 된다.

-

나이를 먹는다는건 사실 그렇게 반가운 일은 아닌데,

어쩌겠어 그건 내가 막을 수 있는 부분은 아닌잖아!

-

모든사람에게 공평한게 있다면 그건 바로 '시간'이 아닐까? 

공평한 그 시간을 얼마나 잘 쓰는지에 따라 한 해의 마무리가 달라지니까!

올해는 모두가 더 공평하고 뜻 깊은 한 해가 되길 바라요.


[BH작가:“주인공이라는 말이 불교에서 나온 말이란 거 알어?”]

주기적으로 오른쪽으로 가야 할지 왼쪽으로 가야 할지 알려주는 안내 음성 아래에서, 긴 침묵을 깨고 네가 말했다.

“원래 득도한 인물이라는 뜻이었대. ” 

집을 나올 때, 정보의 바다에서 둥둥 떠다니는 페트병이라도 보고 온 모양이다. 

“그렇구나.” 

나는 짤막한 대답을 하고 다시 주기적인 소음에 몸을 맡겼다. 

“생각보다 불교에서 유래된 말들이 많더라구, 찰나라던지, 야단법석이라던지,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말들이 불교에서 유래됐다니! 불교는 우리나라에서 잊혀진 종교잖아. 유교에서 기독교까지.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평범한 사람들의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점이 놀랍지 않아?” 

신이 나서 나에게 말을 거는 네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단단히 묶어 올린 머리에, 둥그런 이마를 떠받치듯 삐져나온 앞머리와, 얕고 가는 획으로 그어진 눈썹, 그 사이를 타고 빠른 속도로 내려오면, 뭉툭한 콧볼에 도착하고, 빨간 테가 인상적인 안경을 쓰고 있었다. 빨간 테. 그날도 너는 그 안경을 쓰고 나를 마주했다. 별다를 것 없이 일어나, 별다를 것 없는 옷을 들춰 입고, 별다를 것 없이 버스를 기다리던 날이었다. 나는 별다를 것 없이 글을 쓰고 있었고, 움직일 수 없었던 만원 버스에서 한 손으로 위태롭게 곡예를 부리듯 글을 썼다. 어떻게 하면 식상하지 않게 표현할까 하고, 버스의 운전석을 멍하니 바라보고 사색에 잠겼다. 네가 내 옆에서 익숙한 단어를 꺼내기 전까진. 

“주인공.”

평소라면 쳐다보지도 않았겠지만, 그날따라 익숙하게 들리는 그 단어에 나는 물끄러미 고개를 돌려 소리의 근원지를 쳐다봤다. 키가 작았던 너는 화들짝 놀라며, 힘겹게 꼭 쥐고 있던 손잡이까지 놓고 입을 막았다. 

“죄송해요. 보려고 본건 아닌데..” 

나는 내가 쓰던 휴대폰의 텍스트로 다시 눈길이 갔다. 상단에 큰 글씨로 ‘주인공’이라고 쓰여있었다. 

‘소제목이었구나.’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그 찰나에도 너는 쉴 새 없이 조잘거렸다. 

“제가 사실 글을 보면 안 읽고는 못 배기거든요. 그런 사람들 있잖아요. 책을 하루라도 안 읽으면 입에 가시가 돋친다던지, 검은색 선들이 적혀있으면, 그냥 지나치질 못하는 사람들이요!”

나는 글을 읽기 싫어한다. 내가 쓸 말이 많아서인지, 고집불통에 외골수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남의 말 듣기도 싫어하고, 조금이라도 긴 텍스트가 나오면 큰 맘먹고 읽는다. 세 줄 이후에 스크롤을 쭉 내려버리지만. 

“근데 이렇게 숨 막히는 버스에서 제 눈앞에 글이 있으니 저도 모르게 읽어 버린 거예요. 제가 말하고도 깜짝 놀랐어요.” 

나는 이제 그만 얘기를 듣고 싶었다. 별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이어붙일 수 있다니 다르게 생각해보니 엄청난 재주 같았다. 

“제가 별것도 아닌 일로 야단법석 시끄럽게 굴었죠?” 

나는 뜨끔한 눈으로 너와 눈이 마주쳤다. 그제야 네 얼굴이 또렷이 보였다. 시종일관 눈을 피해서 제대로 얼굴을 마주한 게 그때였다. 

“그냥 저는 괜히 핸드폰을 훔쳐보는 이상한 사람으로 찍힐까 봐 변호한 거예요. 제가 얼마나 글을 좋아하는지, 글 읽는 것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실수였다~라고 말하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이번에 국어국문학과를..” 

“저기..” 

“네?” 

나는 너의 이야기가 시즌2가 되기 전에 말을 잘랐다. 어느덧 만원 버스엔 사람들이 몇 명 남지 않게 되었다. 

“이 글 마저 읽어주실래요?” 

나는 퇴고 한 번 거치지 않은 날 것의 글을 그대로 너에게 넘겨주었다. 아직 버스길이 많이 남았는데, 너의 재잘거림을 감당하기 힘들었는지, 아니면, 글을 그렇게 많이 읽어봤으니 전문가의 눈길로 피드백을 원했는지, 그것마저 아니면 생전 처음 보는 부류에 신기함을 갖게 되었는지는 아직도 모른다. 단지 글을 권하고, 버스 자리에 앉아서 내 글을 마저 읽는 너의 뺨을 지켜보았다. 

“와, 이 글을 언제 쓰신 거예요?” 

“오늘 아침에 오면서.. 아직 완성은 못했어요.” 

“원래 작가라던지 그런 거예요?” 

“아뇨, 그냥 인스타에 글 쓰고, 올리고 그러는 거예요.” 

“그럼 인스타 아이디 알려주세요!” 

그때, 문이 열리고, 나는 정신을 차렸다. 

“아, 죄송해요. 저 지금 내려야 해요.” 

황급히 문을 내려서 안도의 한 숨을 내쉬는데, 누군가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에이, 그냥 가면 어떡해요. 알려주세요! 저도 이다음 내용은 알아야죠.” 

“원래 여기서 내려요?” 

“그건 아니지만, 버스는 또 오겠지만, 그 글의 뒷내용은 영원히 알 수 없을지도 모르잖아요.” 나는 벙찐 얼굴로 내 아이디를 알려줬다. 

“특이하네..” 

“네? 뭐가요?” 

내 속마음이 무심결에 공기를 타고 진동했다. 

“아뇨.. 음..” 

나를 똘망똘망히 쳐다보는 너의 눈이 내 눈을 가득 채웠다. 

“안경테 가요. 요새 빨간 테를 쓰는 사람이 적잖아요.” 

“에이, 다들 패알못이라 그래요. 곧 유행돼서 너나나나 쓰고 다닐걸요?” 너의 당당함에 놀라 쳐다보는 와중에 버스가 도착해서 증기를 쏟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저는 이제 갈게요. 꼭 다 써서 인스타에 올려주세요. 뒷내용이 너무 궁금하니까!”

부리나케 떠나는 버스에서 너는 나에게 손을 흔들어줬다. 나도 뒤늦게나마 멋쩍게 손을 올려 너를 배웅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네가 토라진 듯한 표정으로 나에게 안겨왔다. 

“아니 그냥. 이 지하철에도 빨간 테는 너 하나뿐이구나 싶어서.”

매번 듣는 장난에 이정도쯤이야 하는 표정으로 자연스럽게 받아친다. 

“아직도 사람들이 패션을 몰라. 언제쯤 우리나라도 패션의 메카가 될까?” 

시간이 꽤 흐른 것 같아서 나는 어디쯤이나 왔을까 하고, 두리번거렸다. 

“그러고보니 사귀고나서 너한테 놀랐던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야.” 

나는 두리번 거림을 멈추고 너를 바라봤다.

“놀랐던 점이라니?” 

“아니, 사귀기 전에는 엄청 과묵하고, 시크하기 만한 사람인줄 알았는데, 사귀고나니 상상도 못할 것들을 많이 봐서.” 

나는 볼이 살짝 상기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모쏠일 줄은 꿈에도 몰랐지. 글을 쓴다는 사람이 세상의 절반이 여자인데, 세상의 반만 알고 글을 썼다는거 아냐.”

나도 이에 질세라 반론을 늘어놓았다.

“나도 사귀기 전에 정말 이상한 사람인가 싶었어. 어떻게 핸드폰 한 번 봤다는 일로 그렇게 얘기를 할 수 있는지, 나는 무슨 활자중독자라는게 정말 있나보다 했다니까.”

이 이야기를 하자 너가 마치 다시는 이런일 없을 것 같이 박장대소하기 시작했다.

“너 진짜 아직도 모르겠어? 하이고 정말, 이래서 모쏠이란~ 내가 장하다 장해~ 이런 모쏠 친구를 데리고 사람을 만들어 놨으니~”

나는 비아냥거리는 말투에 짐짓 당황하며 물어봤다.

“뭐.. 뭐였는데? 내가 아직도 모르는게 있어?”

너는 빨간 안경을 벗었다. 이윽고 눈을 살짝 감으며 내 귓가에 대고 말했다.

“나 너 유혹한거야.”


[지성 작가: 또 새롭게]

가던 길을 잠시 멈춰

지금, 어디로 가는지 가만히

생각 할 때예.

옷 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손가락빗으로 머리도 넘기고

신에 묻은 먼지를 떨면

어느샌가 나는

가던 길 위에서

새롭게

걷는다.


[김지수 작가: 아직, 새해]

늦은 저녁식사를 할 때, 그래 이 때 쯤인데, 라고 생각하자마자 나의 휴대폰이 탁자에서 혼자 붕붕 돌았다. 쉬지 않고 느린 그 회전에서 내가 아는 사람들의 내가 모르던 열기같은 것이 피어올라 나는 그저 다 식은 식사를 씹으며 휴대폰의 회전을 바라보았다. 그 것은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긴 전화벨이 울릴 때 까지 계속되었다. 

 네 아버지.    새해 복 많이 받아라. 올해에는 제발 꼭 들어오구. 

답을 줄 수없는 나와 답 없는 질문을 뱉은 아버지가 야속해서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저는 아직 멀었어요. 그래도 저는 안전하게 잘 지내요. 도대체 뭘 이룬다고 아직도 거기있냐. 이제 새해가 다 되었는데. 

나는 맛 없고 차가운 식사와, 전화 중에도 계속해서 알림음을 뿜어내는 휴대폰에 입을 앙 다물고 말았다. 턱이 부르르 떨려 뜨거운 전화기와 미세하게 진동했다. 나의 아버지와, 나의 안부를 묻는 친구들과 나의 연인 그리고 나를 기다리는 이란에서의 일들, 윗 층의 꼬마 모르바가 나의 사지를 하나씩 잡고 당기는 기분에 산산히 조각나는 것 같았다. 나는 그것을 견디기 위해 어금니가 지긋이 눌러지도록 허공을 깨물었다. 

이제 2019년이다. 2019년. 거기에서 돈을 많이 벌었냐, 평생 갈 사람들을 만났냐, 이름을 떨쳤냐.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을 새해에까지 혼자서 할 셈이냐

내가 입을 벌렸을 때, 내가 놀랄 정도로 큰 소리가 나온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고요한 이란의 밤거리 속에 꾹꾹 뭉쳐놓은 나의, 그 풀리지 않는 답답함, 내 스스로 물었던 그 많은 질문들이 아버지의 바늘같은 말에 결국 터지고 말았기 때문이다. 

여긴 아직 새해 아니에요!

아직 2018년이에요! 작년이에요!  아버지에겐 과거지만 나한텐 지금이라고요. 

나는 길에서 시비라도 붙은 것 처럼 주먹을 쥐고 씩씩 거렸다. 전화기에서는 아무 말도 들려오지 않았다. 너무 크게 소리질러 통화음이 깨져서 듣지 못한 걸까 싶어, 나의 분노가 아까워질 참이었다. 

그렇구나. 

아버지의 작고 떨리는 음성이 그 한마디만을 던져놓았다. 꼭 쥔 주먹이 풀리면서 하얗게 손가락 자국이 남은 것을 바지에 탈탈 털었다. 분노를 다 뿜어놓고 식어버린 내 머리는 이제 어떻게 용서를 구할까 하는 비루한 생각으로 가득 찼다. 

그래. 새 해가 떴는데. 너는 아직 저 멀리서 오는 중이구나. 

아버지가 소파에 털석 주저앉는 소리가 들렸다. 땀을 닦고 있을까. 답지않게 눈물을 흘릴만큼 늙어버린 것일까. 아버지가 주저앉는 소리에는 그렇게 큰 무게가 실려있진 않았다.

나는 자마. 몸 조심 해라. 

먼저 끊어진 전화기는 아직도 친구들의 시끄러운 설렘으로 뜨겁게 달궈져 있었다. 전화기를 떼자 나의 볼이 쭉 붙었다 늘어졌다. 나의 고함을 들었는지 말괄량이인 모르바가 바닥을 질주하는 소리도 나지 않았다. 나 또한 아마 한동안 차가운 창문에 기대 늘어져 가로등만 위태롭게 깜빡이는 저 길을 바라볼 것이다. 

아직 두 달 남은 나의 새해에는. 아마 아버지의 음성으로 내가 나에게 혹독한 질문을 해 댈 것이다. 차가운 찌꺼기가 남은 저녁 접시에서는 아무 냄새가 나지 않았다. 

이마를 차가운 창문에 대는 것이 그 날의 마지막 기억이다. 


[심스작가: 새해]

새해에는 모두 어제와 다른 오늘을 꿈꾸지

새롭게 떠오르는 아침 해를 바라보며, 새로운 희망을 노래해.

하지만 바뀌는건 없어.

오늘 뜨는 저 해가 어제의 그 태양인 것처럼,

주변 사람, 생활공간, 일터 모두 어제와 다르지 않아.

달력의 연도만 바뀌었을 뿐, 다른 것들은 모두 어제와 똑같이 흘러가지.

새해, 진정 변화를 꿈꾼다면

결국 내가 바뀌어야해.

주위 다른 것들의 변화를 바라지 말고,

나 자신부터 하나씩 변화되어야 해.

나부터 조금씩 바뀔 때

조금씩 바뀌다 보면

어느새 변화된 나를 보게 될거야.

새로운 해는 결국

나만이 뜨게 할 수 있어!


[서혜빈 작가: 새해]

20살. 나에게, 우리나라에는 아주 특별한 나이이다. 공부에 뜻을 두고 처음 연필을 답은 것이 어제 같지만, 실제로는 6년이었다. 그 시간 동안은 공부하는 내용 말고는 항상 책상 앞에서 지루한 하루만 보냈다. 남들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매일 같은 내용을 적용하고 또 적용하는.. 

하지만 나이 앞 자리가 바뀌니 드디어 내 삶도 바뀌나보다. 고3이 아닌 대학생은 확실히 자유가 더 많은데, 이 자유를 어떻게 쓸 지가 고민이다. 집에서 빈둥빈둥 거리는 사람이 있고, 밖에서 못하던 유흥을 다 즐기는, 혹은 자기가 원하던 일을 찾아서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후자에 속했으면 한다. 이제 기숙사로 내려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그 시간에서라도 다양한 경험들을 하고 싶다-운이 좋으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한마디로, 대학생이 된 것은 설레기도 하면서 무섭다. 경제적으로도 독립을 하고, 기숙사에서 혼자 살아야하니 말이다. 그래도 여러 선배들과 만나고, 처음으로 자유를 만끽하는 시절이 빨리 오기만 손꼽아 기다린다.


[오도현 작가: 작심삼일]

 발을 출발선에 최대한 가까이 대고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여러번 참가하고 있는 오래달리기, 그럼에도 출발하기 전의 들뜬 마음가짐은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을 것만 같다. 출발의 소리가 들리고 달리는 순간, 나의 모든 세포는 달리고 있는 이 순간에만 집중한다. 그 시간도 잠시, 같이 달리는 친구들이 말을 걸어온다. 친구의 이야기가 얼마나 재미있던지 시간가는 줄 모르고 떠든다. 얼마나 달렸을까? 슬슬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고, 달리던 나는 이내 걷고 있다. 내 목표가 뭔지 망각하며 맘 편안히 걷다보니 쉬지않고 달리는 친구들은 어느새 결승점에 도착하여 환호작약한다. 그제서야 막판스퍼트를 내본다. 그래봤자 이미 늦었다. 꼴지다.



[토라 작가: 어젯 밤]

2018년의 마지막 기차를 탔다.

입석티켓으로 카페칸에 앉아 4시간동안 이동해서 도착.

친구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걸어가면 40분거리지만 친구가 얼마전 이웃에게 받은 오토바이를 타고 와서 금방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배가 고파서 편의점이라도 들렀다 가고싶은데 주변의 모든 가게가 닫혀 있어서 결국 시내까지 가기로 했다.

친구가 오토바이를 운전하고 나는 뒤에 탔다.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고 출발을 했는데 10미터도 못가서 휘청대더니 옆으로 넘어져버렸다.

무릎이 까졌다.

나는 조금 까졌는데 친구는 많이 까졌다.

다행히도 내가 가져온 알콜솜과 바르는 약이랑 밴드 덕분에 응급처치는 할 수 있었다.

우리는 조금 웃었다.

새해 벽두부터 스펙타클하구나.

그래도 오토바이가 가벼워서 다행이다.

빠른 속도로 달리다가 넘어진게 아니라서 다행이다.

덕분에 2019년엔 좋은 일만 있을거야 라며 서로를 위로했다.

편의점에서 간식거리를 사고 친구 집으로 갔다.

강아지 두 마리가 귀엽게 짖고 있었다.

오토바이 소리만 나면 저렇게 짖는다고 한다.

어두워서 강아지 얼굴이 잘 안보이기에 정식 인사는 내일 아침에 하기로 했다.

짜파게티와 수육과 김치와 시금치와 밥을 먹었다. 친구는 비건이라서 수육을 다 강아지 주려고 했는데 플렉시테리언인 내가 와서 다행히도 내가 다 먹었다.

왠지 강아지의 식량을 빼앗게 된걸까ㅎㅎ

밥을 다 먹고 간식도 먹었다.

집 내부는 꽤 추웠다.

그런데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겨울인데 좀 추워야지.

(-위쪽 지역에 살고 있는 나의 방은 건물 구조탓인지 한 겨울에도 문을 닫아놓으면 실내온도가 웬만해선 23도 밑으로 내려가질 않는다. 사실 요즘에는 더워서 일부러 문을 열어놓을 때도 있다. 보일러는 틀 일이 없다. 그래서 오랜만에 추운 실내에 있게 되어서 반가운 마음에-)

친구가 전기장판위에 이불도 깔아놓고 잠 자리를 준비해놓았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새 해 첫 잠을 잤다.

.

작년엔 이 친구와 즉흥적으로 군산에서 새해를 봤는데 올 해는 순천에서 새해를 본다.

요즘엔 매년 새해를 이 친구와 보내는 듯.

.

강아지는 오늘이 새해라는걸 알까

과거, 미래, 현재, 작년, 새해 라는 개념은 인간에게만 있는 것 같다.

자연과 동물들은 매 순간을 그저 살아갈 뿐.

그럼에도 매우 규칙적으로 질서있게 자연스럽게 살아질뿐이다.

.

나의 2019년은 마치 흐르는 시냇물처럼, 강아지와 고양이와 맷돼지처럼, 길가에 핀 풀 꽃 처럼, 그저 매 순간 자연스럽게 살아졌으면 좋겠다.

.

내가 세운 계획대로 되지 않더라도, 안 좋은 일이 생기더라도, 상처를 받더라도, 고립되더라도, 그저 흘러가면서 자연스럽게 살아지다가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싶다.


[김다정 작가: 편지]

안녕하세요. 당신을 만난지 벌써 햇수로 31년이네요. 처음 만났던 날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행복했길 바라요. 

당신을 맞이하는 전 어떤 모습이었나요? 사실 하루빨리 만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오지 않길 바란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당신은 언제나처럼 덤덤하게 저를 찾아주었네요. 너무 익숙해서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그게 얼마나 큰 기쁨이고 감사한 일인지 새삼 깨닫습니다. 

올해엔 당신을 기쁘게 맞이할 수 있어 다행이에요. 작년에 당신이 다녀가신 후 많은 일이 있었어요. 아쉬운 일도 많았지만 기쁜 일이 훨씬 많았답니다.    올 한해도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다음에 만날 때에 더 좋은 사람이 되어있을게요. 

항상 추운 날씨에 만나지만 따뜻한 기억으로 남길 바랍니다. 올해도 복 많이 받으세요. 

2019년 1월 3일 목요일 오후 다정올림.


[심규락 작가:창어(嫦娥)]

"씨팔꺼, 명줄 한번 드럽게 길구만.”

  오른쪽 뺨에 큰 칼자국을 품은 남자는 아직 다 태우지 않은 장초를 입에 문 채로, 보따리에 둔기를 넣는다. 이제 2019년이 되기 까지 남은 시간은 단 6일. 지구인들에게 ‘산타 클로스’ 라고 불리는 그, 황급히 우주선을 타고 달빛 아래 창공을 가르며 춥디 추운 이 행성을 떠났다.

“속보입니다. 금일 밤 11시 경에 중국 쓰촨성에서 또 다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는 소식입니다. 당국 공안경찰 측에 따르면, 현재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연쇄살인사건의 사망자들은 모두 시창위성발사센터에 근무하는 연구원 신분으로, 앞으로 더욱 더 철저한 조사를 통해 조속히 연쇄살인범을 검거할 것이라 발표했습니다.”

  벽에 무심히 걸려있는 TV 스크린 안에는 각 국의 뉴스 앵커들이 분주하게 속보를 전달하는 광경이 펼쳐졌다. 마치 인류에게 성경 속 대재앙이 닥쳐온 것 마냥 엄중한 표정으로.

“씨펄, 이래도 포기 안 하겠다 이거재? 으디 보자……남은 6명에 5일……”

  태양의 1/400 크기 지만 이보다 지구에 400배 더 가까이 위치한 위성, 달에 도착한 남자는 지구인들의 역겨운 의지에 혀를 끌끌차며 두꺼운 코트를 힘겹게 벗는다. 그 잘난 지구인의 피처럼 참으로 빨가디 빨간 옷이다. 오늘의 임무를 모두 마친 그는 사망자 집에서 훔쳐온, 아니 정중히 무언의 허락을 받고 가져온 고량주 병들을 큰 보따리에서 꺼내어 입가에 대었다. 

“리커창 중국 공산당 총리는 공식 석상에서 사망자의 친족들 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는 한편, 지난 8일 시창위성발사센터에서 발사된 창어 4호의 달 탐사 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 이라며 의지를 적극 표명했습니다. 중국 고전 속 달에 사는 선녀에서 이름을 가져온, 달 탐사 우주선 창어 4호는 내년 초에 달 뒷면 착륙을 시도할 예정입니다. 이어서 다음 뉴스입니다. 이제 성탄절이 지나가고, 2019년 새해가 한발짝 더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전국 각지에서는 벌써부터 축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산타 옆에서 가만히 앉아있던 (전) 건설 일용직 근로자 김씨도 은근 슬쩍이 아니라 대놓고 고량주 한 병을 가져와 한 모금 두 모금 목을 축인다. 

“이야, 오늘도 산타 할배가 새해로 부터 이 섬을 구하느라 애 한번 거하게 썼구만! 끌끌, 아니 근데 가만보니깐 쟤넨 순수한 걸 넘어서 바보같은 구석이 있단 말이야. 여기선 ‘사탄’ 이라고 불리는 놈을 거기선 ‘산타’ 라고 불러 제끼면서 해마다 맞이하려고한다니까? ‘니은’ 하나만 바꾸면 완전히 다른 말인데 말이야.”

“맞구먼. 이렇게 매년 속아대는 그 바보들이 생전 지구에선 우릴 그렇게 소외 시켰제. 까놓고 말해서, 무관심에 죽어갈 때 눈도 끔짝 안 하드만 이제와서 관심 가져하는 꼴이 생각할수록 같잖다 이 말이여. 아니 김사장, 생각 한 번 해보드라고. 이런 말 하긴 좀 그럴수도 있지먼서도 당신도 종로 그 뭐시기냐 국밥인가 국일 고시원인가, 그쪽서 화재로 죽어 여그쪽으로 올 때 누가 나서서 자네 묘자리라도 펼쳐줬는가?”

“히끅, 그 옘병할 새끼들…… 49제? 그거 해주면 뭐해, 난 이미 뒈져버려서 일루 온 걸…… 아 몰라! 아무튼 산 사장이 빨리 장어인가 창어인가 그 로케트 좀 빨리 치워버려서 우리도 이제 좀 두발 쭈욱 뻗고 편히 자자고. 하도 여길 들쑤시려 해서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야.”

  지구의 산타, 아니 달의 사탄이 타고 온 우주선의 정비를 마치고 돌아온 Rudolph 씨와 달토끼는 옆에서 중국산 잔디의 먼지를 연신 호호 불어댄다. 잔디를 안주 삼아 먹다가 입을 모아 (자칭) 두 사장들의 열띤 대화에 힘을 보탠다.

“I`m on your side, guys. Those human beings at there……”

“야, 육포 새꺄, 그냥 조선말 쓰라고 몇 번을 쳐말하냐. 이젠 하다하다 말도 구분해서 소외 시킬라고? 지구에선 그랬을지 몰라도 여기선 그냥 하나로 통일하라고 좀! 살아 생전엔 동네방네 울어제끼면서 사냥꾼 피하던 미제 사슴 새끼가 아주 꼴갑은……"

“순록인데요?”

“에헤이 거참, 저 토깽이 새낀 한 마디도 안 진다니까. 야 새꺄! 내가 왕년엔 두렁 지나가다 너 같은 애들 보이면 그냥 바로 구워먹었어 새꺄! 연구손가 뭔가 그 때 허구언날 주사바늘질 당하다가 이제 여기 오니까 편하냐?”

  겉으로 보기엔 험한 말이 오가는 동안에도 두 사장님들과 두 육포(?)들은 하하호호 하면서 단란하게 서로 말을 주고 받는다. 그리고 지구 시간 기준으로 한 시간이 흐른 뒤, 네 개체들은 거하게 취해서 무의식 중에 단어들을 저마다 망설임없이 꺼내기 시작했다.

“아무튼 절대 새해가 오면 안돼요! 생전엔 그렇게 관심도 도움도 안 주고 그냥 죽게끔 내버려두더니, 이제는 이 섬에 눈독 들이는 것도 모자라 여길 들쑤셔서 우릴 못살게 하겠단 게 정말 궤씸 하다니 까요! 암튼 절대로 내년이 오면 안된다고요!”

“Ms. Rab… 토끼말이 맞아요. 저기 시간 기준으로 다음달이면 그 탐사선이 이 섬의 뒷면에 도착해서 헬륨-3 이 있나없나 찾아본다면서요? 지들 에너지 원료로 쓸 거 라면서…… 하여튼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인간 새끼들은 지들이 필요할 때만 관심을 갖는 다니깐.”

“산 사장, 내가 말했지? 난 애초에 여기를 달 이라고 부르는 거 자체가 괘씸하다 니까. 여기선 섬이라 한다고. 소외된 이들의 섬! 근데 남이 사는 데를 왜 또 지들 편의에 맞게 불러제끼냔 말이야. 하여튼 우주 모든게 다 지들 맘대로 라니깐!”

“암튼 새해는 나 사탄이 무조건 막을 거니까 다들 그런줄 알고 있으라고. 시간을 못 막음, 인간이라도 없애서 막을 거니까! 암 그렇고 말고.”

  지구 속 어느 초등학교에서는 과학 시간이 한창이다. 전교생의 수는 단 네 명. 그 네 명의 단짝 친구들은 어느때보다 유달리 큰 소리로 선생님에게 질문을 던져댄다.

“자 여러분, 오늘은 지구가 아니라 달에 대해서 알아볼 거에요. 여러분들 혹시 그거 알고 있나요? 여기 지구에서는 달의 절반 정도밖에 보이지 않아요. 그래서 여기서 보이는 달의 표면을 ‘달의 앞면’, 보이지 않는 부분을 ‘달의 뒷면’ 이라고 한답니다.”

“우와 진짜요? 이상하다…… 어제 제가 밤에 봤을 때는 분명히 달이 동그랗게 전부다 보였는데……”

“창문이가 어제 달을 유심히 관찰 했네요. 아쉽게도 선생님과 여러분은 지구에선 달의 앞면 밖에 볼 수가 없어요. 달이 지구를 도는 시간하고, 달이 스스로 한 바퀴 도는 시간이 똑같아서 항상 같은 얼굴만 보이는거 랍니다.”

“선생니임! 그럼 달의 얼굴 뒤에는 뭐가 있어요?”

“바보야! 토끼가 살고 있지! 달 얼굴 뒤 머리통에 살고 있어!”

“미국서 공부하는 우리 삼촌이 그랬는데요! 루돌프도 같이 산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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