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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즈 Jan 11. 2019

[뮤즈 모임]'언어'를 주제로한 다양한 생각과 글들



[뮤즈:지성 작가] 언어

무슨 말을 하려고 

연필을 들었는지 

정신이 아득하니

알 수 없고

허연 종이 위에

무어라도 끄적이다

저기 멀리 보이는

비쩍마른 나뭇가지.

내 너를 쓰려고

아득했나 한데

1월의 바람에

파르르 떠는 모습에

측은이 동 했나 하다가

끝에 부러진 가지 하나가

이 손에 잡혀 있어

이 희한한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쓰려고

지워지지 않는 

문장을 쓰려고 

아득한가 한다.


[뮤즈:허수정 작가] 언어로 지은 이행시

언: 

언어로 그대를 표현하기엔 너무 어려운 숙제인걸, 너를 이런 저런 뜻으로 단정지을  수 없어. 넌 언어 이상의 의미로,이유로 내게 간직되기 때문이야. 작은 언어에 널 가두기엔 넌 주어담을 수 없는 엔딩이 없는 아름다운 소설같아. 

어: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랬어. 내일도 그럴거야, 너를 담아보려고 끝없는 엔딩의 소설을 끄적일꺼야. 언젠가 너란 사람에게서 엔딩을 적는다면 그거야 말로 아름다운 문장, 언어가 아닐까. 

봐봐, 이렇게 많은 단어들로 메모장을 채워도 내 엔딩은 너잖아.


[뮤즈:글작가굥 작가] 언어란?

:생각이나 느낌을 나타내거나 전달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음성·문자·몸짓 등의 수단 또는 그 사회관습적 체계. 

라고 정의를 내리고 있다.

-

언어에 대한 

언어에 의한

언어로 인한

모든것들을 알아보려해도

결국은 '언어'속에 모든것들이 있고 

다양한 언어로 풀이된다.

우리의 인생 또한 언어와 비슷하다.

언어를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것 처럼

인생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테니까.

그러니 외로워하지도

억울해하지도 

힘겨워하지도 말자.

그냥 스스로 인생이란 

답의 언어를 만들자.


[뮤즈:김지수 작가] 우리의 언어

멀리서 황새 우는 소리가 먹먹했다.

황새는 사실 울지 못한다.

사람들은 이를 가리켜 아름답다고 했다. 

늙은 솔개가 스스로 부리를 부수고

백조는 물 밑에서 죽을 듯 헤엄치며

모란에는 향기가 없고 

마지막엔 서로의 얼굴을 보며

정말 아름답고 명석하세요

라고 했다. 


[뮤즈:김민관 작가] 언어의 도박

나는 언어가 참 싫다

왜냐하면 별로 힘도 안쎈 친구가 욕을 잘해서 진 경험 때문이다.

물론 언어영역은 좋다.

마찬가지로 점수가 잘 나오면 내 볼품없는 모습도 화려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어는 좋으면서 싫기 때문에 

언어는 좀 뭐랄까 도박같다.

해서 내가 아는 어린 아이들에게 가,나,다 단어장을 들고 언어를 가르쳐줄때 고통스럽다. 이게 좋은건가 싶다. 이 아이가 일진이 된다면 왕따친구는 오지게 당할텐데

수학을 못한다면 괜찮은 도박이다.

그래서 단어장을 들고 아이를 대할 때마다 도박을 하는것처럼 손이떨린다. 이 패가 장일까. 사쿠라일까. 아이야 너는 어떤 언어를 쓸거니? 가,나,다 언어를 통해 너는 개새를 만들까. 세계를 만들까? 나는 조심스럽게 ㅆ글자를 뒤로숨겼다.


[뮤즈: 서혜빈 작가]3교시 - 영어

예령이 울려 자리에 앉으면

들리겠지 또 이제 들리겠지

어느 남자와 여자 사이

죽은 어조의 형식적인 대화

이름 없는 자들의 대화,

오늘도 나는

1. 응답으로 적절한 것을 고르고

2. 그림과 대화 내용을 비교하고

3. 상품 사고 할인 쿠폰 10% 잊지말고

4. 주제와 언급되지 않은 대상을 고르고

-똑같은 얘기와 똑같은 형식

본문으로 넘어가도 얘기는 달라지지 않아

내신 때 외운 '연계'-

지문의 순서와 빈칸, 기억으로 풀어라

암기를 하는 것만이 답이니까

그러니까 학교에서는 지문을 다

문장별로 외우라고 한 거겠지?

그러니까 그렇게 서술형을 냈겠지?

말은 되지만 본문이 아니니 틀리고

말은 되지만 문어체가 아니어서 틀리고

영어는 분명 주고받는 소통인데

수업시간에 우리 혀는 왜 뽑히는지

왜 우리는 듣기 읽기 쓰기 말하기 중 ㅈ개만 배우는지왜 우리는 졸업할 때까지 비문학만, 문학 작품은 하나도 안 읽는지

그 자리에 다이너마이트 한 대를 꽂고

내 머리를 날려야만 들어주겠지?

하지만 어느 덧 본령은 울려버리고

너무 익숙한 음악 소리가 들려오고

아무리 안 듣고 싶어도 들리는-




[뮤즈:최준호 작가] 직장에서의 성공과 언어의 상관관계

 - 1부 이십 대 초반 -

이십 대 초반의 그는 돈이 없었다, 그가 대학을 졸업 즈음 그의 아버지의 사업이 망해서 가족은 뿔뿔이 흩어졌고,

그도 등에 떠밀리듯 집을 나가 고시원에 들어가게 되었다.

3~4평 남짓 고시원 방에는 화장실, 옷장, 침대, 책상 그것들로 가득 차 있었고 자신이 발 디딜 곳도 없는 그런 공간으로 방출돼버렸다. 

그것이 이십 대 초반인 그의 사회생활의 시작점이었다.

그는 고시원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사람들이 생각하는 직장에서의 성공이란 무엇일까 고민해 본 적이 있었다.

돈을 많이 버는 것?,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 능력으로 인정받는 것? 

그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고 이십 대 초반인 그는 사회초년생 직장인이 되었다.


사회초년생인 그는 직장에서의 성공이 궁금해서, 

무언가 성취해서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회사에 헌신하고 새벽 2시까지 야간근무도 서슴지 않게 했었던 거 같다.


직장 상사인...


[뮤즈: 이상준 작가] 그 이름

상상해 본 적 없었다. 어제 쓴 말을 오늘 말하지 못하고, 결국 내일 잊어버리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입에 담는 사람들이 점차 줄어가기에 사멸해가는 언어는 슬프다. 뜻을 공유할 수 있는 상대가 줄어간다면. 시간 속으로 흩어지는 소리가 아닌 눈으로 담고 기억할 수 있는 흔적을 남겨도 그 누구에게도 스며들지 못한다면. 

 하지만 우리는 가망 없이 흘러가는 망각의 무심한 응시를 감내하는 언어보다도 아릿한 울림을 경험한다. 얼굴 위로 쏟아져 내리는 눈부신 햇살이 또는, 늦은 밤 짙은 미명 사이를 파고드는 조명 아래에서. 문을 두드리는 불청객을 익숙하게 맞이해야 하는 순간들. 

 이제 잊은 줄 알았던 그 이름이 떠오를 때, 자기도 모르게 그 이름을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부르게 될 때. 나조차도 무시해야만 하기에, 들어주는 이 아무도 없지만 선명하게 가장 깊은 곳까지 울리는 떨림. 잃어버린 줄 알았던 그 조각들을 과거도 지금도 아닌 색으로 다시 물들인다. 추억들이 사라지는 아픔을 견뎠던 그 순간들을 다시 선물해준다.  

 그렇게 지나가버린 때에 익숙했던 습관하나를 지금 따라해 본다. 펜을 손에 쥐고. 아무 생각 없이. 하지만 그래야만 된다는 듯이. 그 사람을 뜻했던 말이 하얀 종이 위에 까만색으로 번져든다. 그때에도, 그리고 지금도 세 글자에 담겨있는 것들을 헤아릴 수 없기에. 한때 세상은 그 이름 뒤에서 가장 아름답게 반짝였으니까.  

 그 사람과 함께하면서 각기 달랐던 어조는 이윽고 하나로 포개어 졌었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단어도 서로의 가슴속에 담갔다 꺼내면 이해할 수 있는 모양새로 바뀌어 갔다. 생각과 느낌이 온전하게 전해질 거라 믿을 수밖에 없었다. 오해조차도 사랑스러웠으니. 그렇게 설명이 필요 없는, 오직 서로에게 통하는 언어는 우리 눈동자에서 태어났었다. 

 전달하고 싶기에 내 안에 그 모든 소리들을 사랑이라는 두 글자에 담아내는 건 몹시도 어려웠다. 스스로 조각한 그 약속조차도 아득하게 펼쳐지는 우리 마음을 따라잡지 못해 안타까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때 세상 그 어떤 법칙보다 소중했던 둘만의 언어. 하지만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다가온 오늘에는 아무 의미 없구나. 죽어가는 소수 언어처럼, 사장되어가는 둘만의 언어는 무엇을 남겼을까. 

  방금 내 입에서 시작해 알 수 없는 곳으로 끝난 소리를 그 사람은 들을 수 없겠지. 

  비록 지금은 선명해도 내 눈동자에 비치고 있는 그 이름은 잉크의 잔향처럼 조금씩 옅어져 가겠지. 


[뮤즈:박성미 작가] 미끼

미끼 없는 바늘에도 물고기들은 쉴 새 없이 걸려 올라왔다. 물에 닿기가 무섭게 찌르르르 울어대는 통에 마음 놓고 앉아있을 여유도 없었다. 주변의 시선만 없었다면 콧노래라도 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옆 양식장 이씨의 부러움 담긴 눈빛을 즐기며 나는 쉽게 잡고 쉽게 놓아주기를 반복했다. 근래 들어 자주 보는 익숙한 녀석들부터 한동안 잊고 있었던 녀석들까지 다양한 종류가 나와 얼굴을 마주하고 갔다. 하면 할수록 느는 것이 낚시라고 매일같이 찾아온 보람이 있었다.

“그러다 스트레스로 죄다 죽어버리지. 쯧.”

이씨의 혀 차는 소리가 따갑게 박혀들었다.

순간 울컥했지만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기로 했다. 유독 손이 느린 이씨는 양식장 안에 있는 물고기들도 한참을 공들여 잡곤 했다. 이씨 말로는 자기 양식장이 굉장히 깊어서 그렇다고 하는데, 아직까지 확인 된 바는 없었다. 마음 같아서야 당장 이씨를 옆으로 밀어버리고 낚싯대를 드리우고 싶지만 남의 양식장에 침범하지 않는 것이 이곳의 규칙이었다.

그래도 한 가지 인정할만한 점은 이씨 본인이 원하는 물고기를 놓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는 것이었다. 느린 만큼 정확해서 누구도 그의 능력을 의심하는 법이 없었다. 내 경우에는 순환이 빠른 대신 열에 하나쯤 원하는 물고기가 아닌 다른 물고기가 잡히곤 했다. 방금 전만 해도 ‘플래시몹’ 대신 ‘플래시백’이 잡혀 올라오는 통에 남몰래 얼굴을 붉혔다.

“어이 김씨.”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니 맞은편 양식장의 박씨가 커다란 박스를 품에 안고 자기 양식장으로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크기만큼이나 무게도 상당한지 턱에 힘이 들어간 모습이었다. 제법 힘들어 보이는 모습이었지만 박씨의 얼굴은 자랑스러움으로 맨질 거렸다.

“웬 상자야?”

“아아. 이번에 양식장에 넣을 놈들을 잔뜩 잡아왔지. <유행어 사전>이라고 자네들은 알려나 몰라.”

온 동네에 소문이라도 내려는 듯 쩌렁쩌렁하게 대답한 박씨가 조심스럽게 상자를 내려놨다. 뚜껑이 열리기가 무섭게 커다란 물고기들이 앞 다투어 뛰어나왔다.

“거 조심해. 잘못하다 죽겠어.”

“무서운 소리 말아! 내가 어떻게 잡아온 것들인데.”

“그러니 더 조심해야지. 어, 어! 그 옆에! 아 조심하래두.”

욕심이 화를 부른다는 것도 모르는지 상체만한 우겨넣듯 상자에 가득 채워온 탓에 물고기들이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하나라도 놓칠새라 정신 없이 움직이며 손이며 뺨이며 할 것 없이 얻어맞는 모습이 퍽 안쓰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런 마음도 잠시, 얼굴 가득 웃음꽃을 만발하며 하나하나 신중하게 잡아 물 안으로 밀어 넣는 박씨의 모습에 질투심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좋지. 좋겠지. 어느샌가 가자미 눈을 하고 힐끔거리는 스스로를 느낄 수 있었다.

더 신경써봐야 내 속만 아프지 싶어 눈앞의 낚시대에 집중했다. 잠시 잠잠하던 찌가 다시 상하운동을 하며 신호를 보내왔다. 손에 느껴지는 감각이 쉽지 않은 놈이 잡혔음을 알렸다. 자세를 고쳐 잡고 신중하게 수면을 바라보며 천천히 천천히 줄을 감았다. 슬슬 딸려오다가도 한 번씩 몸을 비틀고 저항하는 탓에 인중위로 땀이 맺혔다.

숨을 죽이다 못해 완전히 멈춘 채로 타이밍을 노렸다. 지금? 아니야. 조금만 더. 조금만. 조금만… 조금만…… 지금!

힘주어 낚싯대를 당기자 커다란 그림자가 훅 하고 딸려 올라왔다. 얼마나 잘 먹었는지 내 팔뚝만한 물고기였다.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녀석은 크기뿐만 아니라 생김새 역시 대단했다. 햇빛을 받을 때마다 반짝이 가루라도 뿌린 듯 비닐이 반짝거리는 핑크빛 물고기라니. 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쑥스러워지는 기분이었다.

“그래그래. 나도 반갑다 반가워. 조심히 잘 돌아가고, 와줘서 고맙다 ‘사랑해’”

애교라도 부리듯 온몸을 펄떡이는 녀석을 손으로 도닥여주고 얼른 물속으로 돌려보내줬다. 쉽게 볼 수 없는 녀석이었지만 한 번 보이기 시작하면 제법 자주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아쉬움은 별로 없었다.

“아아악! 안 돼!”

다시 낚싯대를 드리우려는 순간 비명소리가 뒤통수를 강타했다. 어깨가 들썩일 정도로 깜짝 놀라 소리가 난 곳을 쳐다보니 박씨가 무릎 끓고 오열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무슨 일인가 싶어 살펴보니 그 앞에 제법 우아한 무늬의 비닐을 가진 물고기가 바닥에 놓여있었다. 미동이 없는 것을 보아 그만 죽어버린 모양이었다.

주변에 있던 낚시꾼들이 자기 일처럼 안타까워하며 위로했지만 박씨는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일부러 시간 내서 잡아온 물고기가 양식장에 넣기도 전에 죽어버리는 일이 얼마나 슬픈 일인지 우리 낚시꾼들이라면 모두 공감하는 일이었다. 다만 아무리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일임에도 모두 주에 몇 번씩 경험할 정도로 흔한 일이기에 빨리 털고 일어나는 것이 좋았다. 박씨처럼 몇 분이 지나도록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고 있으면 있는 고기들마저 문제가 생길지도 몰랐다.

더 큰일이 생기기 전에 얼른 박씨를 다독이자 싶어 입을 열려는데 문득 박씨 앞의 상자가 눈에 걸렸다. 텅 비어있는 것처럼 보이는 상자 안에서 미세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박씨! 박씨! 아, 쫌! 정신 차리고 상자 좀 봐! 상자! 상자 좀 보라고!”

목이 터져라 외쳤지만 박씨는 제 감정에 못 이겨 듣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아까운 물고기가 죽을까 숨이 넘어갈 것 같은데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낚싯대를 최대한 늘려 상자를 쳐서 뒤집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고개를 저었다. 남의 물고기를 건드리는 것은 설령 그것이 돕기 위함이라고 해도 허용되지 않는 일이었다. 주인이 직접 보여주기까지 함부로 보는 것조차 해서는 안 될 만큼 이곳의 규칙은 까다로웠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양식장에 넣어놨던 찌가 까딱까딱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당장 잡아 올려야 할 타이밍이었다. 이번만 안 잡으면, 잡지 말고 어떻게든 박씨를 정신 차리게 하면, 일단 기다렸다가 박씨를 부르면… 온갖 생각들이 뒤죽박죽 뒤엉켰다.

“박씨야! 네 옆에 상자! 물고기! 여기 내 것 봐봐! 이런 물고기!”

결국 고래고래 소리를 지름과 동시에 낚싯대를 들어 휘둘렀다. 물고기가 다치지 않을 정도로만 손목에 스냅을 줘서 한 바퀴 휙 돌렸다. 가벼운 놈이었는지 의도대로 쉽게 움직이는 것에 안도감이 들었다. 더군다나 잡혀올라온 것은 언제 어디서든 시선이 집중되는 녀석이었다.

“아이고. 내가 널 죽일 뻔했구나 ‘욜로’야.”

발견해서 다행이다 하는 생각은 둘째 치고 무슨 저런 괴상한 이름이 다 있나 싶었다. 저런 괴상한 이름의 물고기가 죽지 않고 살아남아 박씨의 양식장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좋은 일인지 의심이 됐다.

사실 이런 생각도 모두 내 눈앞에 있는 물고기에게서 도망치기 위한 현실도피였다. 퀭한 눈을 한 주제에 빠끔빠끔 야무지게 입을 놀리며 아가미를 움직이는 녀석의 모습이 문자 그대로 눈앞에 선명했다. 세상 모든 우울을 제 몸에 담고 있는지 칙칙한 색깔의 비늘과 그 위를 또르르 흘러내리는 물방울이 내 눈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아니 나 뿐만 아니라 박씨를 제외한 모두의 시선이 이곳으로 쏠려있는 것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이 녀석을 만나는 일은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는데. 아니, 어떻게 그 녀석이 잡힌지 불과 몇 분 만에 이럴 수 있지? 뭐야. 아. 이 미친놈이! 아 망했어.미쳤어. 죽고싶다. 아니 죽이고 싶다. 생각에 생각이 섞이면서 아까보다 머릿속이 더욱 복잡해졌다.

하지만 이대로 계속 반갑다고 꼬리까지 흔드는 놈을 피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애초에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아무리 최악의 상황이라도 한 번 잡은 물고기는 그 이름을 불러주며 물 위로 놓아줘야했다. 그게 이곳의 규칙이자 존재 이유였다.

결국 모든 마음을 내려놓고 양손으로 놈을 들어올렸다. 지금 이 순간 이 말을 내뱉는 주인의 기분이 어떨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사랑을 속삭였던 연인의 양다리 현장을 발견했을 때의 기분이란 생각만으로도 속만 쓰려왔다.

“반가워 하지마. 난 너 안 보고 싶었다고… 하… ‘헤어져’”


[뮤즈: 조한제 작가]그는 매일 일기를 쓴다.

일기는 간단하다. 들었던 음악, 다녔던 곳, 먹었던 음식...그렇게 화려한 삶을 살지는 않았기에 일기에 쓰는 내용은 일상보단 그날 떠올린 다양한 상상의 읊조림으로 채워져 갔다.

하루는 꿈속에서 봤던 용과 먹었던 무지개색 솜사탕을 표현했을 것이고,

하루는 함부로 본인을 치고 간 청년을 두고 요즘 교육 시스템의 문제점을 토로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보통의 일기를 써 내려 가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있다.

그는 눈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본인이 써 내려간 서사시를 다시 되짚어 볼 수가 없다.

표준 국어 대사전에서 말하는 '언어'라는 것은 이런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생각, 느낌 따위를 나타내거나 전달하는 데에 쓰는 음성, 문자 따위의 수단. 또는 그 음성이나 문자 따위의 사회 관습적인 체계'

조금 어렵지만 요컨대 화자 또는 청자에게 의미를 전달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소한 나는 그렇게 알아먹었다.

그는 의미전달의 수단으로 '문자'라는 ...



[뮤즈:심규락 작가] 또 어떠한 언어는 말이 없다

“관객이 아무도 없는 영화를 영화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얇디 얇은 맨틀을 금방이라도 깨뜨릴 것 같은,

이토록 크고 무거운 중량의 언어들이 혼재한 이태원 어느 펍 안.

口 대신 네모난 촬영카메라로 말을 하는 이가 갈고리를 내건다.

기원전 700년 전 수메르, 두 줄의 쐐기문자가 입을 연다.

‘나도 있어요.’

정보가 비어있는 객체, 더 잘게 언어의 소인수 분해가 불가능한 존재.

-1 과 1 사이, 그 어떤 수보다 큰 일을 하는 맹장이 있다.

‘돈쯔쯔 돈돈돈돈 돈쯔 쯔. 돈돈돈돈 돈쯔 쯔 돈돈돈돈. 

쯔쯔돈 쯔쯔쯔 쯔돈돈. 돈쯔쯔 돈쯔돈 쯔쯔쯔 돈돈쯔 쯔쯔돈 돈돈돈돈 쯔.’

하느님의 입을 빌려 세상에 처음 나온 M의 언어.

삼진법의 신호등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존재는 정지를 뜻하는 빨가디 빨간 무음 이리라.

‘삑삑……삑삑……’

검은 창살 뒤에 갇힌 이들에게 특사를 내리는 EAN - 13의 가볍지만 엄중한 언어.

보이지 않는 손이 그려놓은 존재의 마방진, 그 안에는 바코드의 이진법이 있다.

또 그 안에는 0과 1에게 살아야 할 의미를 부여해주는 간격이 있다.

언어, 의사 소통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기호의 체계.

어쩌면 그 안에서, 없다는 것은 없으리라.

무언의 빈 칸, 무음의 공간도 언어와 존재에게 있어서 혈연이다.

비로소 고개를 들어 답을 한다.

‘그럼, 그래도 영화라고 할 수 있지!’



[뮤즈:BH 작가] 언어. 세상의 흐름. 

언어는 물과 같다 큰흐름이 있고, 개인이 맘대로 떠다 기호에 맞게 사용한다. 일년에 한 번 교수들의 투표로 올해의 사자성어를 선정한다. 다사다난 했던 일 년을 덮을 때 쓰는 마침표 같아서 좋아한다. 내 기억에 마침표들은 대개 부정적 말로 찍혔다. 그리고, 그 마침표들은 사람들의 많은 공감을 샀다. 붉은 색으로 칠해진 마침표에 대해 사람들은 이의제기를 하지않았다. 사람들의 기억에도 행복한 일 년이라기 보단, 답답한 일 년이었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인 셈이다. 이는 일 년간 사람들이 접하는 뉴스의 큼지막한 기억들이 부정적 기사가 많았다는 뜻이다. 언어는 그만큼 사람들의 기억에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인터넷은 언어로만 이루어진 세계다. 그곳에선 우리나라의 천태만상을 볼 수 있다. 바다처럼 광활히 펼쳐진 그 곳도 자세히 보면 흐름이 있고, 문화가 있다. 매체에서 한글의 파괴라고 부르짖는 신조어와 유행어들은 이 흐름을 타고 만들어져 퍼져나간다. 나는 세상이 변하는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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