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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즈 May 01. 2019

[뮤즈 모임] '사춘기'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글들

소재는 사춘기

*사진출처:<unsplash.com>





[뮤즈:송진우 작가]


"나도 그거 할래"
소녀 옆에 나란히 선 소년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시선을 떨군 채 진흙이 군데군데 묻어있는 자신의 실내화 앞 코만을 바라보는 소년과 그렇게 내리깔린 얼굴과 어떻게든 눈을 맞추고 싶은지 허리를 잔뜩 숙여 소년을 올려다보는 어린 소녀는 서로 손을 꼭 잡고 계단을 바라보고 있다.
 잠시 후 나선형 계단실에 한 줄로 나란히 정렬한 아이들이 담임선생님의 구호 아래 한 칸씩 발걸음을 옮기다 이내 다시 멈춘다. 또래들은 모두 좌측보행에 맞춰 한 칸에 한 명씩 왼쪽 벽에 딱 붙어 있는데 소년만이 소녀 옆에 2열로 서있다.

 소녀는 그의 요청에 잠시 고민을 하더니 이내 허리를 다시 굽힌다.
"안돼"
툭 던져진 거절의 표현과는 다르게 소년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소녀의 얼굴엔 웃음꽃이 피어있다.
 소년은 놀랐는지 고개를 슬쩍 들어 올린다. 여전히 소녀를 바라보고 있지는 않지만 그의 눈은 제법 동그라져 있었다.
"왜?"
 소년이 묻는다.
"여자만 하는 거란 말이야. 으음.. 선생님한테 한번 물어보기는 할게"
 대답을 마치고는 소년의 손을 잡아끌어 다시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다.




[뮤즈:심규락 작가] <뭉크는 칠한 뒤, 다시 감췄다>

뭉크여, 당신은 왜 그렇게 두려움을 느꼈나요
당신의 첫 누드화 <사춘기>의 채색을 마치고도
아버지의 시선이 두려워 덮개를 씌워 놓은 그날
당신이 두려웠던 것은 선대였나요 아니면 자신이었나요

사춘기라는 단어는 성인을 뜻하는 라틴어 pubertas에서 왔다는데
몸은 시간을 따라가도 우리의 마음은 늘 뒷걸음치고 싶었나 보군요
누군가 혹은 나 자신의 시선에 돋보기를 들이대 연성해 낸 날카로운 빛
어쩔 수 없다는 듯 거푸집에서 꺼내어 마음 한편에 깊숙이 찔러봅니다

그리고 당신의 누드화를 다시 바라봅니다
오오 이제는 느낄 수 있어요 당신의 과거가 베인 그 두려움을
불안에 떤 캔버스가 소녀의 눈을 심장 박동만큼 키워내고
그 옆의 환영이 창백한 몸보다 더욱더 커져있는 그 밤의 족적

역시 당신은 가리고 싶었군요
젓가락처럼 얄팍한 두 팔을 모은 그 소녀처럼 말이죠
저 역시도 가려지지 않습디다
나의 유아기, 사춘기, 그리고 다시 오는 유아기 모두 말입니다
비로소 pubertas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나의 앙상함과 유치함에는 그 환영과 같은 검은 관성이 서려있더군요

뭉크여, 현대의 지폐에도 올라간 뭉크여
위대한 당신마저도 80년 동안 사춘기를 겪었으니
별것도 아닌 나 따위가 불안함을 느끼는 지금이 이상한 것만은 아니겠지요
내가 만들어온 것들의 채색을 마무리하고도
그 무언가의 시선이 두려워 스스로 덮개를 손에 쥐고 있습니다

당신이 보기엔 내가 어떤가요?
난 지금 청년인가요 아니면 겉늙은 유아인가요?




[뮤즈:김다빈 작가] 사춘기

그것은 할 일 없이 TV 채널을 돌리고 있을 때였다.
“우와- 이거 진짜 오랜만에 본다.”
20년은 족히 넘은 옛날 드라마를 본 나의 감상이었다.
그 시절 교과서에도 지문으로 나와서 유명했던 이 드라마를 보고 있을 때 나는 한 시간 동안 연속 방영으로 보고 있었다.
“갑자기 땡기네.”
내친김에 IPTV로 과거의 작품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허준... 이야! 전설이지! 나 초등학교 때... 대장금! 노래도 기억한다! 불새... 내 이름은 김삼순... 궁...”
시간여행을 떠난 것 같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은 이 추억의 드라마를 보던 그 시절이었다.
내친김에 과거의 물건들을 한 번 찾아보기로 했다.
지금은 창고 어딘가에 처박혀 있던 휴대폰... 지금이야 고물이지만 그때는 반항기에 사달라고 졸라댔던 물건이었다.
맥가이버 칼... 왠지 학창 시절에 하나 가지고 싶어서 사 온 싸구려 장난감이었다.
MP3... 안에는 당시 국내의 노래는 없고, 일본 팝부터 영국의 명반까지 가득한 태어나기도 전의 락 음악들이 가득했다.
우연히 본 추억의 드라마로 인해, 그 시절을 떠올리고 그 시절에 썼던 창고에 틀어박힌 물건들을 둘러보고 추억에 잠겼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운 건 그때의 시간일까, 그때의 추억일까?”
중얼거리면서 시간을 봤을 때, 내일은 출근을 하는 월요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뮤즈:꽃샘추위 작가] Boys, Be Ambitious

내 입은 거대한 태양을 씹고
내 눈은 수많은 별을 헤아리니
내 침대에는 싹이 튼 사자가 우네
내 젊음은 영겁의 씨가 되어
끝없는 광야의 탯줄을 자르네

세상아 너가 가시 바람을 불게 해도
뜨거운 숨이 물씬 나는 날
숨겨둔 꽃으로 찔러서
한 손에는 세계를 쥐고
무릎 위론 우주를 안고

너를 비웃어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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