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뮤즈 Jul 25. 2019

[뮤즈 모임] '펍'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글들

소재는 펍(pub)

*사진출처: <unsplash.com>




[뮤즈: 송진우 작가]


<펍>

창문을 열자
후덥지근한 공기, 이내 선선한 여름 바람이 되어 든다.

테이블의 목갈색 나뭇결과 춤추는 마른행주

이끼 낀 벽돌, 그 위에 폴라로이드 사진 한 장이 새로 걸렸다.

테이블의 목갈색 나뭇결과 춤추는 마른행주

빈티지한 맥주통, 밤새 팝콘 한알이 굴러들어왔다.

테이블의 목갈색 나뭇결과 춤추는 마른행주

네온사인을 켜자
그루브한 음악이 되어 울려 나간다.




[뮤즈: 유슬기 작가]


"진심이야?" 떨리는 아랫입술을 윗입술로 지그시 누른 뒤, 한 숨을 깊게 내뱉고는 운을 떼었다.
그 날은 우리가 만난 지 1년이 되는 날이었다. 기념일은 유치하다며 챙기지 말자던 그를 따라 그날도 평소와 같이 평범한 데이트를 하고, 평소와 같이 자주 가던 이태원 펍에서 하루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그 날 따라 그의 표정이 어두워보였지만 별 일 아니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게 내 잘못이었다.
맥주를 반쯤 마셨나, 흘러나오는 노랫소리에 몸을 맡기고 흥얼거리고 있었다. 여전히 그는 말이 없었지만 나는 느낄 수 있었다. 그와 내가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가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것은 확실한 나의 착각이었다. 오랫동안 말이 없던 그가 미안하다는 투로 내게 말을 건넸다. 그만하자. 그가 덧붙이며 장황하게 말을 늘어놓았지만 나는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우리는 겨우 사계절을 한 바퀴를 돌았을 뿐인데 그는 이 계절의 마침표를 찍으러 지금 내 앞에서 이별을 말하고 있었다.
시끄럽게 울려 퍼지던 노랫소리도 사람들의 말소리, 행동 하나하나가 멈춰있는 듯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어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그에게 되물었다. "진심이야?"




[뮤즈: 김다빈 작가]


프롤로그

바야흐로 이적 시즌은 이적 시즌인가 보다.
선수들의 팀 이적에 관해 스포츠 판에 별 희한한 기사가 많이 나오는 것을 보면 말이다.
야구에서는 통산 10년간 홈런 140개 정도의 중장거리 타자에, 수비 안 되는 1루수에, 발도 느리고 게다가 팀 성적과 관계없는 개인플레이성으로 타점은 70점 겨우 되는데 올 시즌 30 홈런으로 딱 30 홈런대 턱걸이 친 공을 높이 여겨 60억이나 받아 처먹었다는 뉴스가 나오질 않나, 15년간 유소년 때부터 서울 FC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의 주장 이인철이 이번 시즌 끝나고 라이벌 서울 오메가 유나이티드로 30억에 이적한다는 소리를 지껄이지 않나,
개막도 하기 전에 방출을 당해 팀을 잃은 이젠 은퇴 준비해서 코치 자리나 알아봐야 할 ‘퇴물’ 취급의 배구 선수가 초호화 스타군단에 억대 연봉에 옵션까지 붙여 계약했다 질 않나,
평소 같으면 ‘이게 무슨 신박한 개소리야?’ 할 소리인데 어째 언론에서는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습니다.’를 연일 보도해대고 있다.
이 해괴한 스포츠 기사들은 호프집 내에 이곳저곳의 TV에서 방영되고 있었고, 이곳에 있는 손님들은 모두 그것에 집중한 채로 감히 다른 채널로 돌릴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야- 9시 뉴스에 나온 거면 이야기 끝난 거 아니냐?”
“에이 설마~ 이인철이 미쳤다고 오메가를 가냐? 서울 FC랑 서울 오메가랑 더비 할 때마다 걔가 팔꿈치로 머리 날린 오메가 선수가 몇 명인데.”
“모르는 거야. 주급 두 배에 이적료도 저 정도라면...”
축구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그 손님들이 주문한 맥주와 치킨 안주가 도착했다.
“주문하신 치맥세트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지배인 송예진은 축구 얘기를 하는 손님들에게 주문한 술과 안주를 제공했다.
20대 중후반쯤 돼 보이는 웃는 모습이 아름다운 외모, 뒤로 묶어 올린 헤어스타일과 단정한 세미 정장의 옷차림은 대기업의 커리어 우먼 같은 이미지가 돋보였다.   
예진은 서빙을 마친 뒤에 카운터로 돌아가 방금 전까지 손님들이 말했던 그 TV 속 스포츠 기사와 축구 이야기로 토론하는 손님들을 보고는 연신 미소를 띠고 있었다.

이곳은 대한민국 최고의 스포츠 펍이라고 자부하는 리얼리 베이스[Relay Base].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프로스포츠 팬들에게 있어 성지라고 할 수 있는 곳으로 축구, 야구, 농구, 배구, 격투기, 올림픽, 각종 스포츠 중계란 중계는 모두 펍 내에 설치된 TV들로 실황 중계를 해 주는 곳이다.
경기장을 가지 못 한 팬들은 모두 이곳에 모여 십여 대의 TV로 동시 중계되는 각 스포츠 경기를 시청하며, 심지어 방송국 중계가 없는 날에는 단골손님이나 해당 지방에 있는 지인들에게 무료 맥주 서비스를 대가로 직접 가게에 있는 카메라와 노트북도 대여해 줘서, 인터넷 방송으로 중계도 하게 해주는 엄청난 네트워크를 하고 있는 곳이었다.
그리하여 봄. 여름. 가을엔 축구. 야구, 겨울에는 농구, 배구 낮엔 국내 리그, 밤엔 해외 스포츠까지 그야말로 여기서 방송 안 되는 경기는 자국에서도 중계가 안 되는 경기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니까 말이다.
TV 방송에도 여러 번 나오고, 머리 회전이 아주 빨랐던 인스턴트, 냉동식품 등을 만드는 모 기업은 해당 회사의 상표가 담긴 기념품들과 자회사 식품을 나눠주어 엄청난 호평과 함께 자회사 매출을 상승시켜준 공로로 이 호프집에 안주용 냉동식품을 2년간 무상으로 주기까지 할 정도였다.
게다가 이런 이야기가 퍼지니 비 시즌 중이나, 일부는 시즌 중에 경기가 끝나고 회포를 풀러 이곳에 술을 마시러 오는 운동선수들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크고 작은 트러블들이 많아 오는 사람들끼리 암묵의 룰을 정해놨을 정도인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절대 라이벌이나, 타 팬들과 만났다고 싸우지 말 것],
[운동선수를 만났을 때 과도한 관심으로 추파 던지거나, 해코지하지 말 것],
[멀리서 원정 온 소수 원정 팬들을 존중해 줄 것],
[다른 종목 스포츠팬과 대립하지 말 것], [이 모든 것을 어겼을 경우 싸움으로 인한 상해에 대해 절대 증언해주지도 않을 것이며, 영구적으로 출입금지 조치에, 가게 내에 설치된 CCTV를 경찰에 넘겨 법적으로 엄중 조치할 것] 등이 있었고, 자잘한 말싸움 정도에서 대개 끝나는 정도로 다행히 조용조용 넘어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예외인 상황도 있었으니.

[쾅!]
“이런 시발! 이 개 같은 프런트 새끼들!”
거칠게 문을 열며 들어오는 단체손님들이 들어오며 자리에 앉자마자 육두문자를 쏟아대고 있었다.   
하나 같이 들 서울 FC 유니폼을 입은 존재이면서, 손에 들린 것은 한 판의 계란(물론 날것으로)과, 시뻘건 글씨로 써진 팻말, 그리고 프런트 사퇴 플래카드를 든 것으로 보아 지금 TV에 나오는 이인철의 이적 기사로 인해 열이 단단히 받은 서울 FC 서포터들로 보였다.
그리고 카운터에서 그들을 맞이했던 예진의 입가에서 미소가 슬며시 사라지고 있었다.
“미친 거 아냐? 이인철이 이적시장에 나온다니? 그것도 뭐? 어디? 서울 오메가? 에라이!”
여기저기서 육두문자가 쏟아지는 가운데 예진은 그 와중에도 미소를 잃지 않으며 메뉴판을 건네주었다.
이름은 몰라도 서울 FC 경기가 있으면 뒤풀이 건, 실황중계 건 이곳을 찾아오는 서포터들이라 음식과 술이 올 때까지 자 팀의 프런트와 서울 오메가를 가루가 되도록 씹고 있었다.
“진짜... 가는 거 아니겠지? 그렇지?”
“이인철이 그럴 리가 없어. 우리 캡틴 이인철이 그럴 리가 없다고!”
거의 멘탈붕괴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는 서울 팬들을 보며, 예진은 주방에 주문 빌지를 올렸다.
이적 시장만 되면 자기 팀의 선수가 타 팀으로 가서 ‘야! 가긴 어딜 가?’ 하고 멘붕을 하는 팬들이라거나, 혹은 스탯도 안되고, 먹튀의 기운이 넘치는 거품 선수가 거액의 돈으로 자 팀으로 와서 ‘야 왜 와?!’하면서 역시 멘붕을 하며 소란을 피는 손님들이 간혹 있는데, 이 경우는 정말 말리기가 힘든 유형이었다.
그중에 서울 서포터 중에 리더로 보이는 40대의 중년 남성은 속이 계속해서 끓어오르는지 물만 들이키면서도 연신 이를 갈고 있었다.
“내가 진짜, 서울 팬질 20년 하면서 오메가로 우리 팀 애들 팔려나가는 꼴은 눈뜨고 못 봐! 만약 그런 일만 벌어져 봐!”
“근데, 계속 언론에 저렇게 나오는 건 좀... 그렇지 않아요? 서울방송이라고요!”
그때 스마트폰을 보고 있던 서포터 중 하나가 화들짝 놀라면서 외쳤다.
“어머? 어머어머!! 지금 문화방송 스포츠 기사로도 올라왔어! 이인철 오메가 이적 관련으로.”
“뭐?! 이런 썅!!!!!”
서울 FC 서포터들이 일제히 테이블을 두들겼다.
예진은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생각하며, 머리를 부여잡고는 저 손님들을 좀 진정을 시키기 위해 그쪽으로 걸어가려 했을 때, 왁자지껄한 서포터 석 옆자리에 앉아있던 이가 입을 열었다.
“거- 조용히 좀 합시다. 찌라시에 휘둘리지 말고.”
“뭐?!”
격양된 서울 FC 서포터들이 일제히 목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렸고, 잔뜩 열이 받아있는 서포터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후줄근한 옷차림에 혼자 와서 한 잔 먹으러 온 건지 500cc 잔 하나를 들이키면서 느긋한 맥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그 남자는 피식- 웃으면서 그 서포터들을 향해 대답했다.
“이인철이 오메가 갈 일은 없으니까 진정들 하시죠?”
“뭐야, 당신? 우리 지금 심각하니까...”
그 순간 그 남자는 서포터 리더 앞에서 손가락 하나를 내밀었다.
“첫째! 만약 정말로 이인철이 이적한다면, 저런 식으로 물음표가 나오는 의문사 기사는 안 나와요! 거기다 최고 라이벌 팀인 오메가로 이적? 저런 경우엔 [단독]이나, [방송사 독점]이라는 타이틀을 달아서 긴급 보도를 하지.”
속사포같이 쏟아낸 말에 일순 누구 하나 때릴 기세로 일어난 서울 FC 서포터들은 조금은 누그러진 얼굴로 그 남자를 바라봤고, 그는 여유가 가득한 얼굴로 두 번째 손가락을 내밀었다.
“둘째! 이인철의 에이전트를 맡고 있는 회사는 DH컴퍼니 소속, 뭐 국내 리그나 일본이나 중국, 아랍정도 이적을 맡는 별 볼일 없는 중소 업체인데... 이게 중요한 게 아니고, 그쪽 사람들은 이적하기 전에 꼭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자기들이 지금 어디 구단 프런트와 식사를 한다.’ 이런 걸 은근슬쩍 뿌리는데, 거기에 대한 기사도 없죠.”
“오오...”
“그, 그러네?”
그 사이에 이인철 에이전트에 대해 스마트폰으로 검색해도 뭐가 안 나오는지 점점 더 분노가 풀리고 있는 서울 서포터들이었다.
“셋째! 만약 진짜 이적한다면, 그 기사는 지금 나오면 안 되는 겁니다. 아직 K리그 시즌 끝나지도 않았고, 서울 FC랑 세종 유나이티드, 전북 크라운스가 우승 경쟁을 하는 기간. 거기다가 서울 FC는 이미 서울 오메가랑 홈, 원정 경기를 모두 치렀죠, 불과 2주 전에...”
확실히 2주 전에 서울 FC와 서울 오메가의 경기가 있었고, 서울 FC가 이인철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두었었다.
“그 타이밍에 갑자기 이인철이 오메가 이적? 타 팀 간 이적에 대해 시즌 끝나기 전에 이런다는 건 금기 중에 금기입니다. 팀 케미를 해치거든요. 근데 그 팀 케미를 해치는 이적설을 라이벌팀이 경기 진 다음에 뿌렸다. 아~ 너무 속이 뻔하고 안쓰러워 미칠 지경이군요. 서울 오메가! 라이벌 팀이 쉽게 우승하는 건 못 봐주겠다 이거죠. 못 먹는 밥에 재라도 왕창 뿌리겠다 이거구만!”
손사래를 치면서 맥주를 들이 킨 그 남자의 말에 이미 들어오면서부터 분노가 가득했던 서울 FC의 서포터들은 모두가 안정을 되찾은 채로 그 남자의 말에 넋이 나간 듯이 수긍했고, 그 사이에 예진이 웃으면서 테이블 위에 맥주와 안주를 올려놨다.
“자~ 주문하신 맥주랑 소주, 소세지 볶음 나왔습니다.”
“아 예....”
방금 전 기세로는 펍의 기물 하나 홧김에 깨부술 것 같았던 서울 FC 서포터들은 급 차분해진 채로 자리에 앉아 잔을 따르더니 이내 결심했는지 맥주 피처를 들고 와 홀로 앉아있던 남자에 빈 잔에 따라주었다.
“저, 저기 아깐 죄송했습니다. 저희가 서울 FC 서포터들인데 이인철 이적 기사로 너무 흥분했어서...”
“무리도 아니죠. 사랑하는 프랜차이즈가 라이벌 팀으로 이적한다는 기사 보고서 열이 안 받는 팬이 어디 있겠어요?”
“저기 그런데, 축구 쪽 관계자이신 겁니까? 이적시장에 대해서 너무 잘 아시네요.”
“별 거 아니에요. 그냥 저 쪽 바닥에서 전에 조금 일했었죠.”
남자는 그렇게 말하면서, 서울 서포터가 따라준 맥주를 들이키고는 피식 웃어 보였다.
 예진은 자신이 말리기도 전에 먼저 저 시끄러운 상황을 진정시킨 그 남자를 향해 미소 띤 얼굴로 다가와 그 남자의 옆에 섰다.
“조금이 아니잖아요. 사장님.”
“아니 뭐... 지난 일이잖아?”
예진의 말에 넉살 좋게 대답한 남자에 대해 예진이 설명했다.
“백남현, 한때 국내 최고의 에이전트이신 분이죠. 박성진의 EPL 이적과, 이건하의 메이저리그 진출, 그 외 숱하게 많은 선수들에게 거액의 계약을 안겨준 전설의 마이다스의 손!”
“오글거린다. 예진아...”
그 남자, 남현은 예진에게 한 마디 했지만 예진은 남현에 대한 소개를 마치고도 연신 싱글거리며 남현을 가리켰고, 서울 FC의 서포터들은 일제히 눈이 커지면서 남현을 경이적인 눈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남현은 별 신경 안 쓰며 남은 맥주를 비우고는 덤덤하게 말했다.
“지금은 그냥 여기 이 술집이나 운영하면서 조용히 살고 있는 소시민이야.”  

                         1화: 자유계약 방출!

방출!
명사로는 비축하여 놓은 것을 내놓거나, 과학적으로는 입자나 전자기파의 형태로 에너지를 내보낸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런 거창한 뜻이 아닌 스포츠 적으로 설명하면 그냥 구단에서 잘린 거다.
해고 통지서를 받고, 구단을 떠나게 된 백수가 됐다 이 말이다.

크게 방출에 대해선 여러 가지 케이스가 있다.
하나는 상호 합의를 통한 형식의 계약 해지가 있고, 다른 하나는 퇴직금식으로 얼마간의 계약상의 잔여 금액을 받고는 위에서 통보하는 형식의 방출이 있고, 마지막으로 계약기간이 끝났으니 아무것도 없이 그냥 계약 종료에 따라 몸만 나가는 방식이 있다.
그리고 그가  겪은 방출은 세 번째였다.
더 이상 구단은 그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그간 프런트 직원들끼리 쉬쉬하던 상황 속에 느닷없이 나온 방출 통보는 구단 내에서 단 한 번도 화를 내지 않던 그가 그야말로 주변 기물을 파괴시킬 정도로 분노케 했다.
처음엔 그저 잘 못 들었나? 싶어 몇 번이고 되물었다.
그러나 다가오는 답변은 ‘미안하다’, ‘어쩔 수 없었다.’등의 형식적인 말 뿐이었다.
그 뒤로는 귓불부터 뜨거워지면서 그 열기가 머리로, 또 가슴으로 내려가 심장을 크게 뛰게 한다.
호흡이 거칠어지고,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이 온몸에 열기가 화산처럼 머리 한 곳으로 쏠려 버린다.
하늘이 노래지고, 넋이 나간 듯한 얼굴을 한다.
분명 이번 시즌엔 골도 조금 넣었었고, 1군에서 자리가 비는 곳마다 충실하게 그 포지션을 메꿔가면서 죽어라 뛰어댔는데, 방출이라니!
계속 시선을 회피하는 구단 직원의 멱살을 붙잡고 대체 이유가 뭐냐고 이야기하고도 싶었다.
올해 성적은 10년간의 무명 선수라는 역할을 지워버릴 정도였었다.
미드필더로 나와 공격과 수비를 오가며 나름 골도 넣었고, 어시도 올리고, 평점도 준수했다.
그런데 별안간에 선수단에 대한 대대적 개편이 있다면서, 그를 2군으로 보내더니 기약 없는 2군 생활을 하다가 이렇게 방출 통보를 받은 것, 그리고 얼마 안 있어 구단에서는 현재 국가대표 소집을 앞둔 K리그 최고의 미드필더 중 하나인 김정훈을 40억의 금액에 영입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으니, 이건 스타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곁가지인 백업 선수들에 대한 정리 선언인 것이다.
그는 말없이 구단 직원 앞에서 등을 돌리며 라커룸으로 향했고, 아직 다른 선수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차라리 이렇게 된 거 누가 보기 전에 얼른 떠나버리자고 생각하고는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텅 빈 라커룸 안에서 자신의 관물대로 다가가 함을 열고는 안에 있는 유니폼을 꺼내 가방 안에 넣었다.
눈물이 왈칵 나올 것 같은 걸 억지로 참고는 입술을 짓씹으며 유니폼, 축구화, 아대, 양말을 모두 집어넣고는 라커룸에 나왔다.
말없이 담배만 태우고 있는 구단 직원, 그는 구단 직원에게 다가가 마지막 인사를 올렸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장준규 씨 그간 우리 구단에서 수고했어요. 다른 좋은 팀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가방을 메고는 모자를 푹 눌러쓴 채 떠나는 방출 선수 장준규는 구단을 떠났다.
막상 떠나니 다시 한번 눈물이 날 것 같은 것을 억지로 참고는, 조용히 길을 걷다가 벤치에 앉아 허탈한 얼굴로 하늘을 바라봤다.
시간은 많고, 더 이상 할 일은 없었다.
이날 이때껏 어려서부터 한 게 축구인데 다시 할 수 있는 게 뭐 있으려나?
그래도 배운 게 도둑질인데 다시 어떻게 축구를 해야 했다.
준규는 잠시 생각에 빠진 듯 눈을 감다가 이내 휴대폰을 꺼내 전화번호를 하나 찾았다.
“어쩌면, 이 사람이라면...?”
휴대폰을 꺼내 일단 해보자는 심산으로 전화번호를 눌렀다.
분명히 휴대폰 어딘가에 저장을 했다.
“백남현···백····남현···백남··· 여기 있군!”
통화 버튼을 누르고 조용히 숨을 내쉬며 기다렸다.
RRRRRRRRRR-
긴 통화음이 울리고 세상에서 가장 길게 여겨진 48초가 지난 뒤 휴대폰 속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백남현입니다.]
“아, 안녕하십니까?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세종 유나이티드 소속의 장준규라고...”
[축구선수? 잠깐만! 이 번호 어떻게 알고서 전화한 겁니까?]
오히려 당황스럽다는 듯이 되묻는 남현의 질문에 준규는 기억을 더듬으면서 대답했다.
“일전에, 백남현 씨 명함을 받으면서 저장하고 있던 번호로 연락을 드렸습니다만?”
[그러니까, 그게 몇 년 전이냐고요!? 유감이지만, 더 이상 전 에이전트 일을 하지 않습니다. 그만둔 지가 2년 전이고, 서울에서 술집 차려서 그거 운영하는데만 모든 일을 쏟고 있죠.]  
남현의 말에 준규는 마지막 희망이라 생각했던, 새 팀을 찾아 줄 에이전트에 대한 기대가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저, 그러면... 혹시 다른 에이전트라도 소개를...”
[거절합니다! 그쪽 바닥과는 완전히 담쌓고 연락도 안 하고 사니까 말이죠.]
“...... 아.”
[그밖에 더 궁금한 게 있으십니까?]
“아니요. 죄송합니다. 괜한 연락을 드렸군요.”
장준규의 말에 남현의 전화는 곧바로 끊어졌고, 장준규는 벤치에 앉은 채 얼굴을 부여잡았다.
30살에 방출당한 변변한 기술도 없는 고졸 축구선수 출신... 더 이상 그에게는 아무런 희망도 없어 보였다.

“누구 전화인데 그렇게 까칠하게 반응하시는 거에요?”
예진은 남현의 앞자리에 커피를 놓으며, 방금 전 무척이나 사무적으로 대하고는 확 끊어버린 통화에 대해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몰라, 자기 팀에서 방출당했다고 도와달라는데, 대체 언제 적 연락처를 가지고 지금 연락한 거야?”
“그래도 역시 에이전트 백남현의 이름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군요.”
예진이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남현은 에이전트 시절의 이야기가 매우 불쾌한 듯이 커피를 마시면서도 좋은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애초에 말이야, 축구판 어떻게 돌아가는 줄도 모르면서, 그냥 에이전트가 나서면 거짓말 같이 팀을 찾고, 더 나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녀석들이 너무 많단 말이야. 자기 실력이나 제대로 키울 것이지.”
“하지만, 사장님은 그런 일을 실제로 가능하게 만드셨잖아요.”
에이전트 회사 시절에 남현의 활약을 그 시절부터 옆에서 봐 온 예진이 남현에게 말했지만, 남현은 여전히 요지부동했다.
“이름도 모르는 무명 선수야, 세종 유나이티드의 장준규? 대체 어디에 있었던 듣보잡이야? 그런 선수가 세종에 있었어?”
그러자 펍 안에 있던 직원 중에서 조용히 그 말을 들은 서빙 웨이터, 도진욱이 귀를 기울이며 남현에게 대답했다.
“장준규요? 그 선수 그렇게 쫓겨나기엔 아까운 선수인데...”
“아는 선수야?”
예진이 물어보자, 진욱이 조용히 남현과 예진 쪽으로 다가와서 설명하려고 했지만, 남현은 귀를 후비적거리며 빈정댔다.
“됐어, 여기까지 와서 설명 안 해도 돼.”
“하지만 들어는 보자고요.”
예진이 계속해보란 식으로 진욱에게 눈길을 보내자 진욱은 자리에 앉아서 장준규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축구 명문 대한고 출신에, U-17 유소년 대표로도 선발되었던 유망주였죠. 성인이 돼서는 세종 유나이티드로 첫 프로 계약을 맺었지만, 기대만큼 크게 성장은 못했다는 평이 많았어요. 1군과 2군을 오가면서 백업 쪽으로만 뛰었거든요.”
“결국 땜빵질로 10년 버티다가 자유계약으로 쫓겨났다는 거잖아? 별 볼일 없는 친구 구만.”
당사자가 들었다면 그야말로 가슴을 찌르는 잔혹한 말이겠지만, 남현은 말했다시피 그쪽 바닥으로 돌아가고 싶지도 않고, 그런 방출 선수 따위 관심도 없으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그래도 포지션에서 구멍이 생기면 거길 잘 메꿔주던 슈퍼서브였다고요. 중앙 미드필더에서 풀백에, 센터백에, 공미에 별별 곳을 다 뛰었으니까요. 그런 식으로 10년을 세종에서만 뛰었으면 그것도 나름 능력인데..”
“뭐야? 다들 무슨 이야기들을 그렇게 하는 건데?”
오픈 준비를 하면서 주방에 있던 펍의 주방장 혜화도 자리에서 나오며, 무슨 일인가 궁금해했지만, 남현은 손사래를 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끄럽고 다들 가게 오픈 준비나 잘해. 나 없다고 가게 개판 만들지 말고.”
저녁 선약이 있어서 펍에 대한 관리는 지배인인 예진에게 맡겨두고 다른 직원들에게도 단단히 일러둔 남현은 슬슬 나갈 준비를 했다.
“아버지 뵙고 오신다고 했죠? 잘 다녀오세요.”
예진이 배웅을 해주자 남현은 손을 흔들며 펍을 나갔고, 사장이 사라진 자리에서 진욱은 예진에게 넌지시 물었다.
“사장님 아버지도 옛날에 엄청 유명한 운동선수라고 하지 않았던가요?”
“응, 제일 라이온스의 레전드 백승수 선수. 나도 실제로 한 번 뵜었어.”
“히야... JP라이온스도 아니고, 제일 라이온스 시절이라면....”
프로야구 원년도에 만들어진 제일 라이온스는 그 당시 다른 야구팀과는 차원이 다른 막대한 자금력과 스타 선수를 끌어모은 초호화 군단이었다.
그리고 남현의 아버지인 백승수는 제일 라이온스의 원년도 선수로 활약했으며, 훗날 모기업인 제일건설이 자금난으로 JP그룹에 인수됐을 때 은퇴를 선언한 제일 라이온스만의 선수로 남은 레전드였으나, 현 모기업과의 불화와 은퇴 이후 야구계를 떠난지라 지금은 잊혀진 왕년의 선수 중 하나로만 기억될 뿐이었다.
“근데 왕년의 전설 야구선수 아버지 밑에서 에이전트 일 잘하던 양반이... 갑자기 왜 다 때려치고 이 술집을 하는 거야?”
주방장 혜화에 물음에 예진은 쓴웃음을 짓다가 넌지시 말했다.
“뭐, 많고 많은 여러 일이 있었지.”
“게다가 요새 선수에 대한 정보도 잘 모르시는 것 같은데요?”
진욱의 말에 예진은 과거에 남현을 떠올리며 거기에 대해도 대답했다.
“사실 사장님은 진짜 고액의 선수만 전문적으로 상대했었거든. 그 당시 기준으로 야구는 연봉 5억 이상의 가치, 축구는 기본이 이적료 20억 이상의 가치가 있는 선수들로.”
에이전트 회사에서 남현과 같이 일했던 그 시절은 예진에게 있어 떠올리면 떠 올릴수록 그리웠던 기억이었다.
“사실, 난 언제라도 사장님이 다시 그 일을 해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우수에 찬 눈으로 말하는 예진이었다.

남현은 값비싼 소고기 집에서 있는 대로 고기를 시키고는 서울에 오랜만에 올라온 아버지를 대접했다.
“모자라면 더 시키세요. 여기 괜찮죠?”
“허허, 아들 녀석 덕분에 아주 잘 먹는구나.”
남현의 아버지 백승수는 아들이 구워주는 소고기를 먹으며, 흐뭇한 얼굴로 남현을 바라봤다.
“그래, 장사는 잘 되고?”
“아주 잘 되죠~ 편하게 잘 살고 있어요.”
승수는 그런 아들에게 소주를 따라주며, 넌지시 물었다.
“그래, 너도 곧 있으면 마흔인데 만나는 여자는 없는 게냐?”
“아이고! 아직 한참 남았어요. 곧 있으면 이라니...”
나이 이야기가 나오자 급 정색하면서 손사래를 치고 있는 남현을 보고 승수는 활짝 웃으면서 아들이 따라주는 소주를 마시고는 다시 물었다.
“선수 대리인 일은 다시 할 생각 없는 게냐?”
“아.....”
아버지 앞에서 옛날 직업이 나오자 잠시 말문이 멈춘 남현은 조용히 앉아있었고, 승수는 그런 아들에게 품 안에서 뭔가를 꺼내 아들의 손에 쥐어주었다.
“뭐에요 이건?”
“이거 주려고 오늘 올라 온 게다.”
승수가 남현에게 쥐어준 것은 반지였다.
백금으로 만들어졌고, 사파이어가 박혀있는 한눈에 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반지, 그리고 중앙에는 [1985-V1]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이거 우승반지잖아요?”
“그래, 뒤늦게 받게 되었지.”
과거 백승수가 뛰었을 시절에는 우승을 해도 존재하지 않았던 우승 반지였지만, 뒤늦게서야 과거에 우승 기록을 위해 새겼던 반지.
그야말로 엄청난 가치에 물건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승수는 그것을 선뜻 아들에게 건네고는 소주를 따랐다.
“내건 집에 있고, 이건 태현이 거다.”
“네? 그럼 이거....”
남현은 그 반지를 받아 들고서 말이 없었고, 승수는 소주를 들이키면서 과거의 일이 떠올랐는지 서글픈 얼굴로 하늘을 바라봤다.
“구단도 그 녀석에게 대한 예우라고 생각해서 만든 거 같은데, 가족에게 내가 전해주러 갔다가 문전박대당했지, 가치가 얼마가 되었든 간에 다시는 그쪽에 관련된 물건 가져오지 말라고.”
남현이 그 반지의 뒷면을 살펴보자 정말 그 안에는 [TH. LEE]라는 이름이 새겨지고, 1988.04.17.이라 쓰여 있는 것은 이 반지의 주인이 되어야 될 그분.... 이태현 선수의 ‘기일’이었다.
“내가 ‘그때 일’로 인해서 글러브를 내려놓게 되었지만, 내 아들이 그 뒤로 선수들의 권리를 위해 활동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우리 땐 상상도 못 할 금액을 선수들에게 건네주고, 그들의 복지를 위해 뛰었던 그때.”
“에.... 아버지 그게, 저는....”
“강요는 안 하마, 그 반지도 그냥 네가 받아줬으면 하는 것이고....”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값으로 따질 수 없는 우승반지를 건네줬다는 것은 더 이상 말 안 해도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아버지와의 식사를 마친 뒤에 서울역까지 아버지를 배웅한 남현, 그리고 승수는 떠나기 전 아들의 옷매무새를 다듬고 어깨를 두어 번 두들겨주고는 활짝 웃으며 남현에게 말했다.
“오늘 정말 잘 먹고 가마, 집에 자주 내려오고 그래.”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그리고 오늘 이 애비가 한 말, 잘 생각해 보고...”
“하하하... 네.”
어색한 웃음을 짓는 남현을 보고, 승수가 기차에 올라탔다.
남현은 기차가 떠날 때까지 아버지의 뒷모습을 바라보고는 길게 숨을 내쉬고는 손에 꼭 쥐고 있었던 그 반지를 내려다봤다.
JP라이온스, 아니 그 당시 제일 라이온스의 창단 첫 우승 반지.
당시 외야수로서 3할 2푼이라는 고타율에, 최다 안타왕, 외야수 골든글러브를 타고 승승장구했던 남현의 아버지 백승수는 7살의 남현에게 있어 최고의 영웅이었으며, 그때 아버지와 함께 활약했던 투수 이태현은 짧은 기간이었지만, 분명 좋은 기억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분의 우승반지를 유품 식으로 받은 남현은 길게 한 숨을 내쉬고는 발걸음을 돌렸다.

“어서 오세... 아! 사장님!”
리얼리 베이스 펍에 돌아온 남현은 예진의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하면서 곧바로 냉장고로 달려가더니 소주 한 병과, 맥주 컵 하나를 꺼내 들고는 빈자리에 앉아 쭉 따르고는 그대로 소주를 비워버렸다.
“크하-!”
시원하게 한 잔 비우고는 남은 소주까지도 쭉 따른 남현은 머리를 부여잡으면서 오늘 있었던 일들을 되짚기 시작했다.
예진을 포함해서, 진욱과 주방에 있는 희수와 혜화 역시 남현이 갑자기 왜 저러나? 하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바라봤고, 남현은 손짓으로 카운터에 있던 예진을 불렀다.
“아버지 뵈러 가신다더니, 무슨 일 있으셨어요?”
“예진아....”
이름으로 부르는 걸로 봐서 분명 무슨 일이 있다고 생각한 예진은 진지하게 남현을 바라봤고, 남현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말씀하세요. 사장님.”
“나, 가게 일 좀 잠깐 쉴까?”
잘 운영되고 있는 펍 운영을 쉰 다는 말에 예진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사장님이 원하시는 대로 하세요. 가게는 계속 운영할 수 있으니.”
“아~ 그래.”
남현은 그 대답을 듣자 쓴웃음을 짓고는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전화 너머의 상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여보세요?]
“장준규 씨? 저 백남현입니다.”
[아아... 네, 제가 낮에 전화드렸었죠.]
“단도직입적으로 묻죠. 새 팀 구하셨습니까? 못 구하셨습니까?”
[아직 구하지 못했습니다만...]
“좋습니다! 여기가 서울 신천동에 있는 리얼리 베이스라는 펍이거든요? 간단하게 옷가지랑 한 달 정도 지낼 여비랑 챙기셔서 이리로 오시죠.”
[네?! 그게 무슨...]
“해 드리죠, 에이전트! 앞으로 시간 싸움이니까 내일 아침 9시까지 신천으로 오시면 그때부터 작업 시작하죠!”
[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
“감사는 새 팀 찾아서 수익 배분할 때 하는 소리고! 내일 아침 9시입니다! 9시!”
남현은 그렇게 전화를 끊고는 컵 안에 담긴 소주를 쭉 들이키고는 주머니를 뒤적거렸고, 그 안에는 1985년이 기록된 제일 라이온스의 우승 반지가 있었다.
남현은 그 반지를 손가락에 끼웠고, 그 순간 어째서인지 주변이 갑자기 확 뜨거워지는 느낌에 남현의 눈이 확 떠졌다.




[뮤즈: 함지연 작가]


<SMOKE!>
 
 그는 골목을 헤매다 허름한 간판을 찾았다. ‘SMOKING HEAVEN’, 너무 작고 칙칙해서 하마터면 지나칠 뻔했다. 그는 안도감과 의구심을 가지고 좁은 지하계단을 내려갔다. 내부는 어두웠고 태곳적 락앤롤 음악이 흘러나왔다. 시큼한 맥주 냄새와 매캐한 담배냄새가 풍겨왔고 바닥은 끈적거리고 테이블은 더러웠다. 젊은 놈팽이 놈들은 포켓볼을 치고 있었다. 가죽바지에 헐렁한 나시와 기괴한 문신들. 놈팽이들은 모두 십자가 귀걸이를 차고 담배를 피워댔다. 이보다 더 양아치 같을 수 있을까? 이곳이 왜 이렇게 너구리 굴인지 알 것 같았다.
 보다 더 어두운 구석에 검은 낙엽이 있었다. 그는 검은 낙엽의 얼굴을 알지 못했지만 직감적으로 알아챘다.
 “저, 다섯 시입니다.” 그가 말했다.
 “어서 오게, 친구.” 검은 낙엽은 놀랍도록 풍부한 미소를 지었다. 안쪽 어금니는 금니로 반짝였고 눈밑에는 칼에 베였을 법한 흉터가 있었다. 전형적인 악당의 모습 같으면서도 섬세해 보였다.
 그는 아내의 사진을 건네며 말을 시작했다.
 “집사람은 종로에 있는 P제약회사에 다닙니다. 보통 일곱 시에서 여덟 시에 퇴근을 하고 차보단 지하철을 이용합니다. 그 외 세세한 정보는 사진 뒤에 써두었습니다.”
 “이봐, 호세 쿠엘보 두 잔 주게나.” 검은 낙엽이 여유롭게 말했다.
 그는 초조했다. 검은 낙엽은 그런 그를 알면서도 작정한 듯 여유를 부리며 애태웠다.
 불친절하고 험상궂은 늙은 바텐더가 샷 두 잔을 쿵 소리가 나도록 내려놓았다.
 “저.. 테킬라를 시키시면 계약이 성사된다 들었습니다. 제 부탁을 들어주시는지요?” 그는 조심스레 물어봤다. 자신이 고객일지언정 검은 낙엽은 어찌 되었든 위험한 인물이 틀림없었다.
 “긴장 풀게, 나의 친구. 그냥 한 잔 들게나.” 검은 남자가 다시 한번 미소를 지었다. 꽤 잘생긴 얼굴이다.
그는 잔을 들어 입에 털어 넣었다. 독한 술이라 인상을 찡그렸지만 정말로 긴장은 풀렸다. 그는 봉투를 건넸고 안도감을 느꼈다.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이러는 이유가 뭔가?”
 “사랑하는 이가 있습니다.”
 “아, 로맨스로군 친구. 사람들은 사랑을 위해서 어떤 짓이라도 하지.” 검은 낙엽의 표정이 만족한 듯 보였다.
 “용서해주게나, 난 가끔 사람들의 사연이 궁금해서 말이지. 모두 저마다의 스토리가 있다고 믿거든.”
 “괜찮습니다.” 그는 다시 한번 긴장감을 느끼며 말했다.
 “나머지 금액은 다음 주 다섯 시, 친구.” 검은 낙엽이 갑자기 웃음을 거두며 진지하게 말했다. 그리고는 입에 담배를 물고 불을 붙였다.
 그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이런 위험한 사내와 원만한 거래를 한 것에 축하하며 한 잔 더 기울여야 하나 잠시 고민하다 이내 바보 같은 생각을 했다는 것에 스스로를 비웃으며 나왔다. 밝은 햇살을 보니 그 펍이 얼마나 쥐새끼 소굴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이제 아내는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마음이 홀가분했다. 지긋지긋한 아내가 없어져준다면 새 출발을 할 수 있다. 막대한 보험금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돈보다 자신이 정말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벅차올랐다.
 아내와의 결혼생활은 15년 차였고 일생일대의 사랑을 만난 것은 4년 차였다. 그녀는 처음부터 특별했다. 그때 그녀는 대학 졸업반이었다. 큰 키에 날씬한 다리, 긴 머리는 어느 남자라도 마다하지 못할 여신의 모습이었다. 궁금증을 자아내는 신비로운 미소에 그는 자제심을 잃었다. 그에겐 아들이 하나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아내나 아들에게 그는 돈 벌어오는 기계였다. 그는 그들에게 애정을 잃은 지 오래였다.
 그는 바로 그녀의 오피스텔로 향했다. 그녀와 함께 이 기쁨을 나누고 싶었다. 어미새가 아기새를 찾아가듯이 그는 발걸음을 서둘렀다. 마음속엔 새로운 설렘이 가득하고 입이 근질거렸다.

 검은 낙엽을 만난 지 이틀이 되었지만 아무런 조짐도 없었다. 그는 매일을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초조해했다. 이 모든 게 꿈처럼 아련하기도 했다. ‘내가 그 사내를 만나긴 했던가?’ 아내의 숨소리는 죽음과 멀어 보였다. 이대로 자신의 돈이 공중분해되는 순간이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다행이라는 목소리도 외쳐댔다. 아무것도 모르는 불쌍한 여자, 지겹도록 바가지를 긁다 이젠 포기해버린 여자, 늙고 추해진 여자. 그 여자가 자신의 옆에서 숨 쉬고 있었다. 검은 낙엽이 이 방면에선 최고라 들었는데 신고도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돈이야 또 벌면 되겠지만 그의 내연녀이자 사랑스러운 아기새에게 실망감을 줄 수도 있었다. 그와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눈물까지 글썽이며 환하게 웃던 그녀, 일이 성사되지 않으면 그녀가 돌아설 수도 있다. 그녀는 오래 기다렸고 이미 한참을 재촉해왔기 때문이다. 죽이자고 말은 안 했지만 그가 당장 이혼할 수 없다는 현실에 너무 아파했다.

 그는 피곤했지만 그 날은 유독 바빠서 그조차도 몰랐다. 클라이언트가 대단히 화났고 중요한 인물이었다. 아랫사람들을 갈궈야만 했다.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부재중 전화 여덟 통이 있었다. 모르는 번호였다. 그는 전화를 걸고 곧장 병원으로 달려갔다.
 마누라가 죽었다. 아들과 함께.
 그는 깊은 분노로 휩싸였다. 아내에 대한 일말의 죄책감과 아들까지 죽었다는 슬픔이 섞이면서 뜨거운 눈물이 주륵주륵 흘렀다. 물론 내연녀는 아들을 반가워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는 그 아이를 사랑했다. 최근 몇 년간 대화다운 대화도 하지 못했고 그를 존경하지도 않는 놈이었지만 그의 핏줄이었다. 그리고 그는 젠장, 이제 겨우 열한 살이다. 문득 아이의 여덟 살 생일날 사주었던 글러브가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말만 뱉었을 뿐, 단 한 번도 캐치볼을 하러 나가지 않았다. 더 잘해주지 못했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그는 장인 장모도 내팽개치고 펍으로 달려갔다. 택시 운전사는 그의 표정을 보며 이 사람 단단히 화가 났구나 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미친놈은 안 건드리는 게 최고지.’ 이것이 택시 운전사의 생각이었다.
 “야이 개새끼야!” 그는 검은 낙엽 쪽으로 달려갔다. 검은 낙엽은 똑같은 자리에 앉아있었다. 그가 멱살을 잡자 큐대를 잡은 애송이가 그의 머리를 가격했고 뒤이어 배를 걷어찼다. 저번에 포켓볼을 치던 놈팽이들이었다. 가운데 있는 놈은 아주 비열하게 웃고 있었다. 늙은 바텐더는 그를 한심하게 쳐다보았다. 그는 저 늙은이가 이곳의 주인일까 하는 뜬금없는 생각이 떠올랐다.
 “이봐, 친구. 말로 하자구. 우린 교양인들 아닌가.” 검은 낙엽이 조롱하듯 말했다.
 “내 아들까지 죽였어!” 그는 자신이 울고 있단 사실도 몰랐다. 눈은 빨갛게 충혈돼있었다.
 “문제가 있었다는 거 알아, 정말 미안해. 하지만 악의는 없었어.” 검은 낙엽이 정말로 미안한 표정을 짓자 순간 그는 진심이라고 느꼈다. 하지만 이내 그것이 가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가 다시 달려들려고 하자 포켓볼 놈팽이들이 팔을 붙들었다. 검은 낙엽이 그들에게 살짝 눈짓을 주자 팔을 잡은 힘이 살짝 느슨해졌다. 꼭 맹수를 조련하는 것 같았다.
 “자네 와이프가 그날따라 아들을 차에 태운걸 나더러 어떡하란 말인가? 나도 사전조사를 철저히 했고 그날은 나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네. 자네 아들 팔자가 그런 것을 낸들 어쩔 수 있나. 어쩌면 물귀신 같은 지 애미 때문일지도. 아니면 쓰레기 같은 지 애비때문이겠지. 어느 쪽이든 슬픈 일이야.” 검은 낙엽이 동정하듯 비웃었다.
 그는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죽여버리겠어!” 그가 다시 한번 달려들자 놈팽이들이 주먹으로 때리기 시작했다.
 “자네 애인 귀엽더군. 불쌍한 여자야. 어릴 때 아빠가 바람나서 도망갔더라군. 꼭 당신 같은 쓰레긴가 봐. 자네 아들도 커서 그런 사람이 될지도 몰랐겠지. 애정을 갈구하는 빈 껍데기 말이야. 유부남이나 꼬셔서 자기 어린 시절을 보상받을라 하는 걸레의 심리겠지. 뭐, 잘된 게 잘된 거라 생각하자구. 자네 아들은 불행한 삶을 살았을 수도 있어. 꽃뱀한테 사기나 당하면 다행인 일이지. 병신의 애비는 병신인 법이야. 대를 끊는 게 나을 수 있어. 그리고 자네가 약속한 돈을 안 주면 그녀도 불행한 삶을 살겠지. 아니 끝내게 되겠지, 이해가 가나?”
 “함부로 말하지 마, 씨발.” 그는 자신도 은연중 알고 있던 사실을 남의 입으로 들으니 수치스러웠다.
 “고운 말 써야지, 친구.” 검은 낙엽은 마치 어른이 아이를 훈계하듯이 했다.
 문득 그는 검은 낙엽의 나이가 궁금했다. 이 사내는 몇 살이나 먹었을까? 도저히 가늠할 수 없었다.
 “진정이 좀 되나? 휴, 아무튼 정말 유감이야. 근데 가족에 대해 정말 몰랐나 봐? 가끔 아들 학원에 마중 나갈 수 있다는 걸 말해주지 그랬어, 이 친구야. 난 그저 모든 것을 미리 준비했을 뿐인데 그날 재수 없게 하나 더 죽고 말았지 뭐야.” 검은 낙엽이 그를 나무랐다.
 그는 혼란스럽고 기절할 것같이 피곤했다.
 “네가 최고라 해서 난 믿었어! 근데 일을 이딴 식으로 하는 거야?” 그는 억울함을 토로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미안하네, 친구. 근데 어차피 새 여자랑 살림 차릴 거 아닌가? 우리 긍정적으로 보자구. 좋은 남편도 아니었지만 좋은 애비도 못됐던 것 같은데.”
 그는 가슴에 비수가 꽂히는 것만 같았다. 이 사내가 너무나 싫었지만 또 너무나 맞는 말만 했다.
 “다섯 시라는 거 잊지 말게 친구. 다음에 보자고.”
 별안간 그의 뒤통수에 강한 충격이 왔다.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 병원이었다. 장인 장모는 호통을 칠 줄 알았는데 그를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자네라도 살아야 할 거 아닌가.” 장모가 말했다. 그는 ‘자네’라는 단어가 역겨웠다.
 정신없이 장례를 치르고 약속한 날이 되었다. 그는 한숨도 자지 않았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모두 그를 동정했고 이해했다.
 그는 비장한 마음으로 펍으로 향했다. 다리는 걷고 있고 땀은 흘렀지만 인식조차 되지 않았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행동할 뿐이었다.
 “아, 왔구만. 여기 호세 쿠엘보 실버 두 잔.” 검은 낙엽은 오늘도 여유로워 보였다.
 “그래, 잔금은 치를 준비가 되었나?”
 그는 아무 말 없이 봉투를 건넸다.
 “고맙네, 친구. 건배하자구. 완만하게 해결된 걸 기념하면서.”
 그는 역시 말없이 건배를 해주었고 테킬라를 들이켰다.
 “악수나 하시죠.” 그가 말했다.
 “안될 거 뭐 있나.”
 둘은 일어섰고 손을 내밀었다.
 그 순간 그는 숨겨둔 칼을 재빨리 꺼냈다. 스스로 생각해도 갑작스럽고 빠른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검은 낙엽은 더 빨랐다. 칼은 바닥에 떨어지고 쨍그랑하는 민망한 소리를 냈다.
 “이봐, 정말 실망이야. 난 자네를 위해 죄 없는 여자도 죽였어. 자네 같은 쓰레기를 위해 말이야. 그런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나? 됐고 난 싸우고 싶지 않아. 어서 꺼져.” 검은 낙엽이 다시 한번 훈계하듯 말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이 세상에서 제일 상처 받은 남자의 표정이었다. 고양이 쥐 생각해준다는 속담의 이보다 더 완벽한 예가 있을까.
 “내 아들 살려내! 살려내라고!” 그가 울부짖었다.
오늘도 그는 포켓볼 놈팽이들에 의해 내쳐졌다.

 그가 이번에 눈을 뜬 곳은 골목이었다. 이번엔 인적이 드물어 병원에 실려가지 않았나 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익숙한 동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동네였다.
 그는 절뚝이는 다리는 신경 쓰지도 않고 심장이 터져라 달렸다.
 그녀의 오피스텔에 도착해 엘리베이터를 눌렀다. 너무 고층에 있었고 기다릴 수 없었다. 그는 계단으로 뛰었다. 도어록의 비밀번호를 누를 때, 그는 이 문을 열고 싶으면서도 열고 싶지 않았다. 그녀를 보고 싶으면서도 보고 싶지 않았다. 결과를 알고 싶으면서도 알고 싶지 않았다. 그냥 모든 걸 내팽개치면 어떨까.
 현관까지 피가 흥건했다. 사랑하는 아기새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는 그녀를 안으며 흐느껴 울었다.
 “추워 오빠, 너무 추워.” 그녀는 창백했다.
 그는 그녀를 자꾸만 쓰다듬었지만 그녀는 점점 식어갔다.

 그는 마지막으로 펍에 찾아갔다. 그가 들어서자 몇몇이 비웃으며 환대했다. 오늘은 새로운 얼굴들도 보였다. 놈팽이들 곁에는 배꼽에 피어싱을 하고 자기 얼굴만 한 링 귀걸이를 한 까만 여자애 둘이 있었다. 검은 낙엽 앞의 고객으로 보이는 중년의 남성은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 그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너무나 어려 보이는 소년이 바닥에 대걸레질을 하고 있었다.
 “이런 친구, 아직도 못 알아들었나? 머리가 생각보다 나쁘네. 내 고객을 해치는 것만은 하고 싶지 않았는데. 어쩔 수 없군. 우리 우정은 끝이야.”
 검은 낙엽의 풍부한 미소가 다시 한번 나타났다. 금니가 반짝였고 담배를 물었다. 검은 낙엽이 불을 붙이려 할 때 그가 말했다.
 “난 네 친구가 아냐.” 덤덤한 목소리였다.
 그는 들어오면서 지하로 통하는 계단 구석구석에 기름을 부었고 그가 알기로 이곳에 피할 만한 곳은 그가 서있는 자리 이외에는 없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햇빛 한 줌 도망가지 못하는 곳. 대단한 쥐새끼 소굴이다.
 그는 이제 온몸에 기름을 붓고 나머지 통을 검은 낙엽 쪽으로 던졌다. 통은 검은 낙엽의 가슴팍에 맞고 떨어졌다. 검은 낙엽의 발치에서 남아있던 기름이 줄줄 흘러나왔다.




[뮤즈: 류재은 작가]


편의점 파라솔과 동네 싸구려 술집이 주 무대이던 시절, 처음으로 분위기 좋은 펍에 갔었다. 고급스러운 블랙 인테리어에 깔끔한 종업원. 처음 가본 펍은 나에게 음주의 설렘이었고, 어른들의 술 문화였다. 처음 펍에 간 이후로 꽤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은 친구와 가볍게 술 한잔 하기 위해 펍을 찾는다. 더 이상 펍은 내게 어른들의 공간이 아니라, 조금 신나는 저녁을 보내는 장소가 되었다.
펍처럼 어릴 때 나에게 설렘과 즐거움을 주던 것들이 이제는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꽤 많다. 이미 경험한 일이기 때문에 나에게 더 이상 새롭게 다가오지 않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든다는 것은 끊임없이 무뎌지는 일인 것 같다. 내가 더 이상 펍을 신기하게 구경하지 않고, 호텔 조식에 신나 하지 않는 것. 비행기 타기 전 설레하는 아이들을 엄마 미소로 바라보는 것. 새로운 경험이 줄어들고 강렬한 기억이 아득해지는 것들.
지나온 시간들은 우리에게 경험을 주었고, 이 경험들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흐른다고 느끼게 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뒤집어 나이가 들어서도 경험을 의식적으로 받아들이고 상기한다면, 내적 시간을 늦출 수 있다고 말한다. 조금이라도 늦게 꼰대가 되기 위해서 지나가는 시간을 1분이라도 붙잡아야 하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뮤즈 모임] '방송'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글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