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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즈 Aug 01. 2019

[뮤즈 모임] '막차'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글들

소재는 막차

*사진출처: <unsplash.com>




[뮤즈: 송진우 작가]


<막차의 전략적 사용 설명서>


야근에 시달리는 많은 직장인에게 알린다.


우선, 워크&라이프 밸런스의 붕괴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 주 52시간 적용 후 많은 직장인이 퇴근 후 저녁 있는 삶을 즐긴다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 또한 있다. 그렇다고 굳이 남과 비교하며 우리의 삶을 비관하지는 말자. 우리는 우리가 처한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또한 전략적 대응법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조금이라도 이득을 챙기는 꾀를 발휘하자.


필자는 월 340시간 근무시간을 넘긴 적이 있다. 가끔 넘긴다. 출근 후 끝없이 이어지는 업무. 그렇다면 그 업무의 마지노선은 무엇일까? 필자는 막차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업계 관행+포괄 연봉제로 야근비는 받아본 적이 없지만 회사차원에서 마지막 인간성의 발현으로 택시비는 챙겨주더라. 이 부분에 집중하자. 지출에 극도로 민감한 사업체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 부분만큼은 지켜내는 것이 필자가 추천하는 전략적 대응법이다.

전략적 대응법을 위한 전제조건 만들기.
첫째. 집과 회사와의 거리는 가급적 멀게 설정하자. 출퇴근 거리가 멀수록 우리에겐 유리해진다. 혹 회사 근처로 이사한다 하더라도 회사에는 알리지 말자. 회사와 가까워서 이득이 되는 상황은 생기지 않는다. 회식 참여, 각종 심부름, 주말 출근 등 부가 업무가 생긴다. 필자는 이전 회사에서 장맛비가 쏟아지는 어느 일요일 사원 한 명이




[뮤즈: 류재은 작가]


젊은이의 불안을 실은 막차가
한숨을 내뿜으며 달린다

창 밖에는 눈물이 흐르고
지친 음악이 속삭인다

잘 가고 있는 거니?

노선도 없는 막차에는
젊은이의 조금함이
한숨을 내뿜으며 달린다




[뮤즈: 선선 작가]


10대의 막차는
엄마의 마중이 함께

20대의 막차는
막잔의 아쉬움이 함께

30대의 막차는
야근이 함께

40대의 막차는
막차 탈 필요 없이
내 차와 함께 있었으면 좋겠다




[뮤즈: 함지연 작가]


(고정희 님의 고백이란 시를 따라 했습니다)


너의 보고 싶단 한마디에
너의 투정 부리는 한마디에
너의 아프다는 한마디에
너의 무뚝뚝한 한마디에

나는 오늘도 막차를 탄다
스무 살의 꺼지지 않을 불꽃
너에게도 열꽃이 피었을까
나의 청춘 너의 청춘
금세 사위어 갈 우리 청춘

너의 작은 말이 내겐 크게 닿아서
그래서 난,










[뮤즈: 심스 작가]


<막차 안에서.>

여느 회식 날과 마찬가지로, 그날 역시 은혜의 부서 회식은 막차 시간이 거의 다 되어가도록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은혜는 자기를 붙드는 다른 직원들을 뒤로하고 막차 버스로 향했다. 이 막차를 놓치면 택시비만 4만 원가량... 집안 자체가 부자인 최대리, 회사와 회식장소, 집이 모두 차로 5분 거리인 이부장님, 뭐 회식 때만 되면 부어라 마셔라 먹어대는 승혜 씨 등... 굳이 돈 걱정 시간 걱정 사람 걱정 없는 이들은 아직 집에 갈 생각이 여전히 전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어머니 홀로 집에 계신 은혜는, 돈 한 푼 한 푼이 소중한 그녀는 이 막차를 반드시 타고 집에 가야 했다. 그녀라고 왜 더 놀고 싶지 않았을까... 하지만 차가운 현실을 마주한 그녀는 한 푼의 돈이라도 아끼기 위해 막차를 타야 했다.

'만성신부전증'.
그녀의 어머니가 얼마 전 병원에서 얻어온 병명이다. 일주일에 몇 번씩 투석하면 된다지만, 그걸 관리하고 평소 식단을 조절하고 어머니를 돌보는 모든 일은 오롯이 은혜의 몫이었다.
그런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막차는 놓칠 수 없었다.

아슬아슬하게 정류장에 도착한 그녀는, 평소와는 다르게 한산한 막차에 올랐다. 여느 막차가 그렇듯이, 이 막차 역시 여기저기 노동과 회식의 흔적이 산재해 있었다. 막차를 타고 가는 이들의 삶이 다 비슷비슷하듯, 그들의 모습 또한 어딘가 묘하게 닮아 있었다.

앞자리의 짙은 술냄새를 풍기는 아저씨를 뒤로하고, 그녀는 뒷자리로 향했다. 제일 뒤쪽 바로 앞. 좌석이 2열이 붙어있고 의자가 높이 솟아 다리를 피기 편한 바로 그 자리, 더군다나 출입문 방향이라서 인도에 지나가는 사람들과 상점들을 볼 수 있는 그 자리가 그녀가 바로 가장 좋아하는 자리였는데, 운 좋게도 비어있었다. 은혜는 비어있는 그 자리로 향했다.

오늘 밤은 그냥 음악이 듣고 싶었다. 평소에 잘 쓰지 않아 가방 구석에 처박힌 이어폰을 꺼내서 귀에 꽂았다. 이런 밤이면 그녀가 으레 듣던 노래가 있다. 오래전 노래이지만 그녀의 리스트 속 명곡 중 하나인 'shape of my heart'. 나의 사랑의 모습은 무엇일까... 레옹의 못 다 이룬 사랑을 다시 곱씹으며 그녀는 노래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막차는 이렇게 수많은 이들이 그려놓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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