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지식보다 중요한 건 '리스크 관리'라는 말로 마무리했다.
인터넷을 조금만 뒤져봐도 그 중요성에 대해서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놈의 리스크 관리가 뭐길래 그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같은 소리를 하는 걸까?
한 마디로 자신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돈을 잃지 말라는 이야기다.
너무 뻔하고 당연한 소리 같겠지만 그게 전부다.
물론 리스크 관리를 한다고 저절로 돈이 벌리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리스크 관리를 강조하는 건
그게 바로 투자의 최소조건이기 때문이 아닐까?
한 번쯤 들어보셨을 워런 버핏의 투자 원칙도
돈을 잃지 않는 일, 즉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드러내고 있다.
제1원칙 돈을 잃지 마라
제2원칙 1원칙을 반드시 고수하라
나는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는 당연한 소리를 한다며 흘려들었다.
얼마나 큰 진리가 이 말에 담겨있는지 꿈에도 몰랐다.
돈을 잃고 나서야 그 의미가 비로소 보이기 시작했다.
워런 버핏의 투자 원칙에는 리스크 관리의 필요성은 물론 복리의 마법까지 함축되어 있었다.
워런 버핏은 험난한 투자 시장에서 생존에 필요한 조건을
기억하기 쉽게 단 2 문장으로 말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투자 시장이 전쟁터라면, 자본은 총알이다.
제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총알이 없으면 싸울 수 없다.
총알이 적다면 더더욱 남발해서는 안 된다.
적을 쓰러트릴 수 있을 때만 정확하게 사용해야 한다.
리스크 관리는 곧 나의 총알(=자본)을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다.
나는 총알이 많을 때나 적을 때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은 싸울 수조차 없는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기회가 생겼을 때 총알이 없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땅을 치고 후회한들 이미 늦었다.
다시 총알을 모으고 신중하게 싸움에 임하거나 포기하거나.
코인판에서 잃지 않고 남아있다면 기회가 온다는 말이 진실이라면,
더더욱 이 말의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길고 긴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워런 버핏의 한 마디만 떠올려도 된다
절대 잃지 않아야 한다. 잃는 일이 생긴다 하더라도 치명상을 입어서는 안 된다.
그럼 어떻게 돈을 잃지 않을 수 있는가?
나의 잘못들을 돌이켜보며 돈을 잃지 않기 위한 방법들을 살펴보려고 한다.
최소한 그동안 오답노트에서 나왔던 것들만
하지 않더라도 돈을 잃은 일이 없을 거라 장담할 수 있다.
코인 선물에서 리스크 관리의 3원칙은,
비중 조절과 손절, 그리고 계획된 물타기로 요약해서 말할 수 있다.
마치 다른 이야기인 것처럼 3가지로 나누어서 말했지만
서로 긴밀하게 얽혀있다는 걸 전제하고 차례차례 알아보자.
포지션 비중 조절에 대해서는 한 마디로 말할 수 있다.
절대 시드 전체를 집어넣어서는 안 된다.
오답노트 2번째 '풀 시드 진입'에서 말했듯이,
시드 전체를 넣는 건 아무리 확신이 있더라도 위험한 짓이다.
그 위험성을 말하기 위해 총알의 비유를 그대로 이어가 보자.
풀 시드 진입은, 한 번의 전투에 모든 총알을 쓰는 것과 같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나의 가용 자원을 모두 투입하는 건 현명하지 않다.
그럼 어떤 비중으로 포지션을 들어가야 하는가?
포지션 진입 시 정해둔 손절라인에서 '손절이 나갈 금액'에 따라 정해야 한다.
아이러니하지만, 내가 얼마를 잃을지 정해야 얼마나 진입할지를 정할 수 있다.
시드가 커지고 레버리지를 조정한다면 그에 따라 계산도 달라진다.
계산을 하는 일 자체가 귀찮고 번거롭겠지만
내 돈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 과정조차 이겨내시기를 제안드린다.
이어서 알아볼 리스크 관리의 두 번째 원칙은 바로 손절이다.
손절을 하라는 건 다시 말해 '감당가능한 손실 범위를 정하라'는 이야기다.
무작정 손절이 반복되면 내 시드만 줄어들 뿐이다.
스탑로스를 정할 때도 이 점을 유의해야 한다.
손실을 감당하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오히려 불필요한 손실을 볼 때도 있다.
나 역시 스탑로스를 너무 타이트하게 설정하다 보니 손실이 쌓일 때가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손익비를 계산해야 한다.
내가 이만큼 손실을 감당했을 때, 그 이상 이익을 볼 수 있는 자리에서만 진입해야 한다.
그리고 그만한 손실을 처음부터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손실은 감당가능한 수준이어야 한다.
혹여라도 손실이 발생 중일 때 스탑로스를 조정하지 않으시길 바란다.
그 선택이 더 큰 손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내 평단으로 가주지 않을까 희망회로를 돌리는 순간
10불로 끝났을 손해가 100불, 1000불이 될 수 있다.
세 번째 원칙은 계획된 물타기다.
중요한 건 계획이 전제되어 있다는 것이다.
물타기도 사용하기에 따라 전략이 될 수 있으니
무작정 물타기가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명확한 진입 시점과 손절 가격이 정해져 있다면
물타기도 얼마든지 활용해 볼 수 있다.
이경우 물타기라기보다는
사실상 '분할 진입'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분할 진입을 통해 확신이 부족한 자리에서 진입했을 때
예상하지 못한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진입 계획이 없었다면 진입 자체를 해서는 안 되겠지만
진입을 하고 말았다면 물타기까지 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
계획이 없는 물타기만큼은 지양해야 한다.
그때는 2번째 원칙인 손절을 반드시 지킬 수 있어야 한다.
기계적으로 리스크 관리의 원칙들을 지킬 수 있다면 좋겠지만
우리는 많은 경우 감정에 휘둘리게 된다.
트레이딩은 자신의 돈을 걸고 하는 싸움이다 보니
아무리 원리 원칙으로 무장해도 감정적인 허점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리스크 관리와 함께 활용해 보면 좋을
심리 관리의 방법들도 알아보려고 한다.
흔히들 FOMO나 FUD로 인해
포지션 진입 여부를 결정하기도 한다.
많이들 알고 계시겠지만 트레이딩에 감정이 개입되는 순간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오답노트에서 다루었던 복수매매와 복구매매가 대표적인 사례다.
내가 지금 포지션에 진입하는 이유가 감정에 의한 것이라면 재고할 필요가 있다.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있는 게 맞을까?
혹시 욕심이나 손실로 인한 복구 심리는 아닐까?
스스로에게 물어봤을 때 감정에 의한 매매라면
차라리 포지션 진입을 하지 않는 것이 낫다.
리스크 관리조차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차라리 그럴 때는 매매를 하지 않고 지켜보는 게 어떨까.
트레이딩에 100%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매 순간 불안하고 떨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아무리 포지션 진입 근거가 명확하더라도,
나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면 진입을 망설이게 된다.
인간인 이상 어쩔 수 없지만 그때는 '나'를 믿는 게 아니라
내가 설정한 '진입 조건'을 믿어야 하는 것 같다.
많이들 기계적인 매매를 강조하는데,
기계적인 매매라면 조건이 맞았을 때 일단 진입할 수 있어야 한다.
손절도 진입도 기준에 맞춰 실행할 수 있다면
확률상 우위가 명확하다고 했을 때 분명 우상향 할 테니까.
그러기 위해서라도 '나' 자신이 아닌
'진입 조건'을 믿고 들어갈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진입 조건'이 명확하다면 손절과 진입 비중도 자연스럽게 정해진다.
조건이 정해졌을 때만 매매를 한다면 감정의 개입도 최소화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정리하면
리스크 관리의 3가지 원칙을 꼭 지키시면 좋겠다.
포지션 비중 조절과 손절, 계획된 물타기가 바로 그것이다.
이들 원칙을 나에게 맞게 변환하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
내가 돈을 잃은 데에는 지식과 기술이 부족한 것도 한몫을 했겠지만
리스크 관리의 원칙을 나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한 것이 가장 컸다.
그 어떤 훌륭한 방법이라도 내 것이 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여러분은 꼭 리스크 관리부터 자신의 것으로 먼저 만드시기를 바란다.
그렇게 만들어둔 리스크 관리의 원칙에
자신의 심리를 파악하는 일까지 더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적어도 바보 같은 실수로 돈을 잃는 일은 최소화하실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의 성공적인 트레이딩을 바란다.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몇 번이고 강조했지만
정작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도 지키지 못했다.
그 결말은 여러분이 아시는 것처럼 청산이었고,
그래서 이번 파트를 쓰는 내내 부끄러웠다.
내가 하지 못한 것들을 하라고 말해도 되는 걸까?
그리고 이 말들에 얼마나 설득력을 실을 수 있을까?
리스크 관리의 필요성을 예전이라고 몰랐던 것도 아니다.
나는 알면서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
지금 이 순간 나 자신에게 다시 한 번 되물어본다.
내가 다시 코인 선물을 시작하더라도, 내가 한 말을 지킬 수 있을까?
나는 아직까지도 한 방 대박이라는 욕심을 버리지 못했다.
그 욕심 때문에 벼랑에 몰렸음에도 얼마나 어리석은가.
트레이딩은 그 욕망과 부단하게 싸우는 일인 것 같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면 시장에서 퇴출당할 뿐이다.
설령 이겼다 하더라도 언제가 될지 모르는 기회의 순간은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참, 어렵고 힘든 일인 것 같다.
그렇기에 이 길에 들어선 다른 분들께
이 글이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