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것 같지 않았던 코인 선물 오답노트도 끝이 났습니다.
길고 긴 실패담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오답노트의 마지막을 어떻게 마무리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가상의 Q&A를 해보면 어떨까 싶어서 5가지 정도 질문을 추려봤습니다.
1. 왜 쓰기 시작했는지.
2. 글을 쓰면서 매매는 했는지
3. 주변 사람들은 아는지.
4. 다른 팁은 없는지.
5. 이후의 계획은?
지금부터는 이 5개 질문에 한 번 답해보겠습니다.
먼저 왜 코인 선물 오답노트를 쓰기 시작했는지
자세히 말씀드려 볼까 합니다.
거창하게 저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시면 좋겠다며
코인 선물 오답 노트를 쓴 이유를 밝힌 적이 있습니다.
그럴싸한 말로 꾸몄지만 실제로는 그 누구도 아닌
저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이 글을 썼습니다.
청산을 당한 것도 2달이 지났지만
저는 여전히 청산을 당했다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1억을 달성한 후 청산당하기까지 4개월.
그 모든 순간들이 차라리 꿈이면 좋겠다고 얼마나 생각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돈을 잃었던 날들의 매매가 불쑥불쑥 떠오르기도 하고,
잃은 돈을 수시로 계산하는 제 모습을 발견할 때도 있습니다.
이미 지나간 과거에 아직까지 얽매여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왜 그때 멈추지 못했을까. 왜 리스크 관리를 하지 못했나.
억울함, 분노, 답답함, 후회...
온갖 감정이 유리 파편처럼 가슴에 박혀 있었습니다.
자신을 다그쳐봐도 답은 없었고
그래서 글이라도 써야 했습니다.
누군가에게 내 글을 보여주고
그게 작은 도움이라도 된다면 조금이라도 덜 억울할 것 같았습니다.
그러는 한편 나 자신에게도 뭔가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나는 실패자가 아니라고요.
코인 선물에서 실패했다고 인생의 실패자가 된 건 아니라고.
글이라도 써서 무언가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싶었습니다.
글을 쓰면서도 고민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쓸 때마다 늘어가기만 했습니다.
가장 큰 고민은 이 이야기가 대체 무슨 쓸모가 있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쓸 때야 감정 해소가 됐지만 잠깐이었습니다.
코인 선물로 실패한 이야기는 너무 많고,
제가 쓰는 이야기도 그중 하나에 불과하니까요.
하물며 저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잃으신 분들도 있고,
더 좋지 않은 상황에 처하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내 이야기가 특별하기는 한가?
나의 조언이 누군가에게 정말 도움이 되기는 할까?
그래도 썼습니다.
자기 검열과 싸우면서 쓰는 것밖에 답이 없었습니다.
글을 쓰는 사이 매매는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직장을 계속 다녔고요. 일상은 그대로였습니다.
사실은 현물 거래를 몇 번 했다가
그마저도 손해만 보고 그만두었습니다.
잦은 실패로 매매를 할 때마다 조급했고,
무엇하나 제대로 되지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매매를 아예 쉬기로 했습니다.
약 한 달 정도 휴지기를 가졌습니다.
선물 거래는 일절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사이에도 조급하고 무서웠습니다.
매매를 조금이라도 해야 실력이 느는 게 아닐까.
매매를 쉬고 있는다고 뭐가 달라질까.
조바심을 내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아직까지도 그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와이프와 부모님은 모두 알고 계십니다.
청산당한 날, 가장 먼저 와이프에게 말했던 게 기억납니다.
와이프는 유럽 여행 다녀온 셈 치자고 말해주었지만, 너무 미안했습니다.
부모님도 좋은 경험한 셈 치라며 이제 그만하라고 해주셨습니다.
주변의 친한 사람들도 그쯤 하면 됐다고 합니다.
저도 그게 맞는 건가 싶습니다.
인생 교훈으로 치고, 덮어두면 되는 걸까요?
하지만 아무것도 해결된 게 없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선뜻 그만두겠노라 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돈 때문에 얽매이는 게 싫었는데 오히려 더 돈에 얽매이는 것 같습니다.
오답 노트에 담지 못한 내용들도 너무 많습니다.
정보성 글들은 최대한 배제하기도 했고요.
코인과 관련된 정보나 기술적 분석에 대한 팁은
인터넷에서 얼마든지 찾아보실 수 있어서 일부러 다루지 않았습니다.
제가 전문가만큼의 지식을 가지고 있지도 않거니와
지식이 아니라 다른 내용을 더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도움이 될만한 팁보다 중요한 건 팁 자체가 아니라
그 팁을 나의 것으로 만드는 일이라는 것을요.
그럼에도 모든 팁들을 다 제쳐두고 정말로 한 마디만 드려야 한다면
반드시 소액으로 조금씩 해보시라는 겁니다.
시간을 들여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내는 게 최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잃어도 크게 지장이 없는 돈으로 해야 하는 것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어서 그렇습니다.
코인 트레이딩으로 성공한 분들을 찾아봐도 적지 않은 시간을 걸렸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비단 코인 트레이딩이 아니라 어떤 종류의 투자라도 비슷한 결의 조언들을 찾아보실 수 있을 거고요.
제가 정작 선물에 대한 글을 써두고 선물을 하지 마시라 말하는 건 위선이겠지요.
선물을 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셔야 한다면 꼭 많이 알아보시고 소액으로 시작하시면 좋겠습니다.
아마 매매를 다시 한번 시도는 해볼 것 같습니다.
저는 글을 쓰면서도 매매를 포기하지 못하는 자신이 한심스러웠습니다.
1억이라는 돈을 잃어놓고도, 뭘 더 어쩌고 싶었던 걸까요.
이미 한 번 수익을 맛봤기 때문에 그 단꿈에 부풀어있는 것인지.
저도 제 스스로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10억이라는 문제를 해결할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제 자신에게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이 실패가 실패로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는 것을요.
하필 코인 선물인 이유는,
코인 선물에서 너무 큰 실패를 맛봤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매몰비용 때문에 고집을 피우는 게 아닐지 여전히 의문은 듭니다.
반년이라는 시간, 1억이 넘는 손실...
그래도 코인 선물을 하면서 봤던 제 못난 모습들,
그 모습들을 조금이라도 극복해보고 싶습니다
나라는 사람이 변할 수 있고,
그 변화의 과정에서 나에게 주어진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소설이나 영화 같은 극적인 반전은 꿈꾸지 않습니다.
그저 이 이야기가 실패로 끝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코인 선물 오답 노트는 그 미련을 그러모아서 만들어낸 결과물입니다.
제발 부디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를.
정말 저는 변할 수 있을까요? 무엇이 달라지기는 했을까요?
그걸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다시 해보기는 할 것 같습니다.
제 자신에게 주어진 시험 같은 것입니다.
이번에는 다시 시작한다면 제발 같은 실수만은 하지 않기를.
감사의 말을 남기는 게 참 민망하고 부끄럽지만
이 글을 끝까지 마무리하기까지 도움 주신 분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유튜버 나씨님께서 스레드를 통해 언급해 주신 것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분에 넘치는 관심을 받았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쓸 수 있었습니다.
제가 그나마라도 코인 트레이딩에 대한 기초라도 배운 것은
나씨님을 비롯해서 유튜버 머프 님과 팀 메로나 채팅방에 오랫동안 계셨던 분들 덕분이었습니다.
한 분 한 분 닉네임을 언급하기에는 그분들께서 원치 않으실 수 있으니
아무쪼록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이 감사의 말이 성공한 이후에 나온 결과물이었다면 더 좋았을 테지만,
실패담의 한 페이지에 남기게 되어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그분들이 알려준 대로 했다면 적어도 청산을 당할 일은 없었을 텐데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했던 게 가장 큰 잘못이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코인 선물을 하시든 하지 않으시든,
저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저의 코인 선물 트레이딩은 실패로 일단락되었습니다.
그저 실패로 끝낼 것인지는 저에게 달려있겠죠.
아무쪼록 각자의 삶에서 최선을 다하시는 모든 분들을 응원하며
코인 선물 오답노트를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