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댕이를 먹고 싶어 강화도 풍물시장 나들이를 가기로 하였다. 연례행사다. 나는 항구 출신이라 그런지 싱싱한 해산물을 좋아한다. 어릴 적, 밤새 조업을 마치고 돌아온 배에서 내린 싱싱한 생선을 가지고 갖은 요리를 해 주었던 부모님 덕분이다. 별도의 양념을 하지 않아도 원물 자체의 싱싱함이 만들어 내는 그 감칠맛을 잊을 수가 없다. 수십 가지 양념으로 재운 음식에 비할 바가 못 된다. 맛의 비결은 없다. 신선한 재료와 시간이 빚어낼 뿐이라는 진리를 터득했던지라 맛있는 음식을 보면 꼭 찾아가는 편이다.
강화 풍물 시장 밴댕이 가게는 강화도를 갔다가 우연히 발견한 곳이다. 밴댕이는 청어과의 등 푸른 생선으로 우리나라의 서남해안에 두루 넓게 분포하지만 강물이 바다를 만나 서로 섞이는 기수역(汽水域)에서 나는 밴댕이를 최고로 친다. 특히 한강, 임진강, 예성강이 바다로 흘러드는 강화 연안이 밴댕이 맛이 좋기로 예로부터 유명했다고 한다.
강화 풍물 시장 밴댕이 가게는 1990년대 초중반에 노점 형태로 밴댕이 무침을 시작했는데 2004년 노점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2007년에 상설시장 건물이 확보되자 노점상들이 2층으로 이동해서 영업을 시작하여 현재 밴댕이 타운을 이루고 있다.
강화 풍물시장 2층에 가면 각자의 상호를 걸고 나름대로의 독특한 필살기를 내 걸고 영업을 하고 있다. 놋그릇으로 대접하는 집, 옛날 맛을 부각하는 집, 밑반찬으로 맛있는 돌게장을 내놓는 집 등
밴댕이 회 무침, 회, 밴댕이구이 3종을 모둠으로 해서 2인분 35,000원이 제일 잘 잘 나가는 편인 것 같다. 나도 항상 이 모둠을 먹는다 5~6월이 밴댕이가 산란하기 전이라 몸에 지방이 차올라 육질이 부드럽고 고소해서 오뉴월이 밴댕이가 가장 맛있을 때이다.
달콤 새콤한 초장으로 버무려진 회무침이 때깔 고운 옷을 입고 나오면 한 젓가락 그득하게 입안으로 전해오는 달짝지근하고 기름지고 고소한 맛이 미각을 사로잡는다. 이번에는 웨이팅이 많은 집에 가 보았다. 숟가락 번호표를 받아 들고 기다렸다. 설레는 마음으로 맛을 음미했다. 전체적으로 맛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마도 레시피가 비슷해서인가? 나름대로 차별성을 기대했지만 별 차이가 없어서 아쉬운 느낌은 있었다. 아마도 이 밴댕이 타운 지역이 특화된 명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맛의 평준화를 보완해야 하지 않을까가 숙제일 것 같았다.
이곳에는 국산 팥으로만 만든 수수부꾸미도 있다. 상인이 직접 철판에 손으로 일일이 구워서 판매한다. 믿음이 확 가는 풍경이다. 강화 쑥을 넣은 쫀득쫀득 찰진 맛을 자랑하는 쑥개떡도 인기이다. 보통 한 팩에 5,000~10,000원이다. 그런데 소액이라서 그런가? 카드 결제는 안 되고 현금 또는 계좌이체만 된다고 한다. 요즘 현금 가지고 다닐 일도 없고 전통 시장에 가면 온라인 상품권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런 방식에 잠시 당황했다. 한 마디 하고 싶었지만 소액 상인들이라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마음이 영 찜 짐 한 것은 사실이다. 투명한 신용사회를 위한 걸림돌임에는 틀림없다. 숙제가 추가된 셈이다.
식사 후 나는 애기봉 전망대를 가 보기로 했다. 어릴 적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북녘 동포들을 위한 대형 크리스마스트리가 점등되었다는 뉴스로 애기봉 전망대를 기억할 뿐 특별한 관심이 없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목이어서 들러보기로 하였다.
애기봉 전망대는 한국전쟁 때 남북이 치열하게 전투를 벌였던 서부전선 154 고지에 위치하는데 기존의 시설은 모두 철거하고 평화 생태 미래 전시관과 생태 탐방로를 포함한 최신 공원형 전망대로 재정비되었다.
남북접경지역으로 민간인 출입 통제 구역이기 때문에 반드시 신분증을 제출하여 신분 조회가 이루어진 후에 출입이 이루어졌다. 온라인 예약을 안 한 사람들을 위해 현장 발권이 가능했는데 입장료는 3,000원이었다. 그리고 셔틀버스로 입구까지 이동하였다. 셔틀버스 운전기사는 티켓을 절대 분실하지 말라고 꼭 소지했다가 군인 검문이 있으면 반드시 보여 줘야 한다고 신신당부하였다. 분단국가의 실상을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입구에서 내려 112킬로미터의 흔들 다리를 건너 평화 전망대까지는 데크가 조성되어 있었다. 크리스마스트리를 모티브로 했다는 지그재그 모양의 완만한 경사이다. 데크 너머 수려한 경치 사이로 바람이 산들거리고 노란 수레국화가 관람객들을 반기고 있었다.
꼭대기에 다다랐다. 사방이 탁 트인 곳에서 강바람이 불어왔다. 이 강을 경계로 남과 북이 오갈 수 없다니.... 분단의 현실에 먹먹함만 있을 뿐이었다. 망원경을 통해 본 북한 쪽 지역은 회색 콘크리트 단층 아파트가 있었으며 간간히 붉은 글씨로 쓰인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사람이 살고 있는 흔적은 없는 것 같았다.
스타벅스 통창을 통해 보이는 이 풍경이 언제든지 강을 건너 직접 밟아 볼 수 있는 날로 변화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강화 나들이를 마쳤다. 하루가 선물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