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여행으로
황리단 길을 찾아간 것은

by 몽글몽글

성수동 카페 거리, 이태원 경리단 길, 홍대 입구, 송리단 길. 요즘 가장 힙한 거리들이다. 젊은이들은 이 길 위에서 감성을 걷고 취향을 마시고 개성을 쇼핑한다. 단순한 거리가 아니라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담아 줄 거리를 찾는다. 문화의 흐름이다.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고 힙한 감성을 좋아하는 나는 올여름에 황리단 길을 찾기로 하였다. 황리단은 경주의 황남동과 경리단 길을 조합한 말이다. 대릉원의 천마총 구간의 서쪽에 위치하고 있다. 경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동쪽으로 약 600미터가량 걸어가면 내남 사거리가 나오는데 그곳에서 남쪽을 향하면 황리단 길이 시작된다. 황남관이라는 한옥호텔이 있는 곳을 종점으로 대략 700미터에 이르는 길을 말한다. 2016년까지 주점과 복덕방들이 있는 쇠락한 지역이었다. 2017년 이후 고즈넉한 아날로그 감성을 찾는 젊은이들이 찾게 되면서 유명세를 치르는 관광지가 되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서울에서 경주까지 물리적 거리가 멀긴 했지만 그런 이유들이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을 이기지는 못하였다. 경주역에서 내려 달리는 차창 너머를 통해 올려다본 하늘은 투명하고 부드러운 새털구름이 몽실거리고 있었다. 도로 양 옆으로 키 작은 배롱나무들이 즐비하게 도열해서 진홍색 향기를 바람에 실려 날리고 있었다. 로터리 중앙에는 첨성대 조형물이 APEC 예고를 알린다.


마침내 황리단길에 도착하였다. 낮으막한 건물들이 옹기종기 줄지어 있었다. 한옥을 개조한 카페, 아기자기하고 독특한 소품 샵, 전통 찻집, 10원짜리 빵 가게, 대릉원 흑백 사진 촬영소 등이 즐비하게 서서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중심 길 골목 사이사이로 외관상 메뉴상 각자 개성을 뽐내는 카페, 식당들이 속속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고즈넉하고 품위가 있다. 신라의 서울답다.

성수동이 거칠다면 황리단은 부드럽다.

홍대입구가 화려하다면 황리단은 지극히 소박하다.

이태원이 낯섦 속에서 아름답다면 황리단은 익숙함 속에서 곱다.

송리단 길이 부드럽고 귀엽다면 황리단은 송리단과 닮아 있다. 그렇지만 우아하다.


언제부터 00단 길이라는 말이 생겼을까?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이 생기고 새로운 취향과 감성이 생겼기 때문일 것이다.


새로운 길은 또 생길 것이다. 망원동의 망리단 길, 조용한 감성의 연남동, 레트로 감성의 부활 을지로 힙지로

세련된 감성이 흐르는 한남동처럼.....


이 새로운 길에 대한 선택은 오로지 나의 몫이다. 나의 의지, 각오, 개성, 취향에 따라 나의 자유로움을 펼칠 수 있는 길이다. 무엇을 할 수 있느냐이기보다 무엇을 하면 좋은 지에 대해 생각해 볼 일이다.


그래서 주어진 길보다는 뚜벅뚜벅 나답게 걸어가는 길을 갈 것이다. 혹 길 위에서 비바람을 만나더라도 나의 선택을 오롯이 책임질 길. 사소한 이 길의 순례가 부디 나를 더욱 나답게 만들어 주는 취향과 감성의 길이 되었으면 좋겠다.


새로운 길이 생기면 나는 그 길을 언제든 걸어가 볼 것이다.

러닝 크루를 만들어 뛰는 사람들의 등 뒤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 있어 시선을 끈다.

‘Run your way’

나는 이렇게 바꾸어 나에게 선물하고 싶다.

‘Walk your way’

예쁘게 단장한 카페에 들러 단호박 식혜를 마시며 황리단 길 위의 내 모습을 찍어 저장한다.

월요일 연재
이전 16화 스타(영웅)를 위해 스스로 빛나는 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