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부모 되기

by 몽글몽글


친구 아들아이가 마라톤을 시작했다. 벌써 2년째다. 해가 뜨기 전에 새벽 공기를 맛보기 위해서 산책 길에 나가 보면 크루를 지어 뛰어다니는 젊은이들을 종종 보곤 한다. 최근 국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생활체육의 일환으로 대중화되었던 마라톤은 현재 우리나라 인구 천만 명 러너를 두고 있는 일반적 스포츠가 되어 가고 있다니 마라톤에 대한 관심이 대단한 걸 걸 알 수 있다.

아들은 처음에는 다이어트를 위해서 뛰었는데 장비를 하나둘씩 갖추어 나가더니 이젠 완전히 마니아가 되어버렸다. 처음에는 5km, 10km, 이어서 하프를 뛰더니 이젠 제법 선수 티를 내기 위해서 풀 코스를 뛰곤 한다고 한다. 풀 코스를 뛰기 위해서 아들은 보통 러닝 머신 위에서 3시간 혹독한 훈련을 한다. 마라톤은 심폐기능 강화와 근력, 지구력의 증강을 위해 좋은 운동임에 틀림이 없다. 특히 대회 완주의 순간은 러너에게 특별한 감동을 주는 운동이다. 자신감과 성취력 향상에 그만이다. 그러나 준비 없이 하면 부상을 불러오고 신체에 무리가 올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아들은 무릎, 발목 근육통으로 파스 냄새를 달고 다닌다고 친구는 걱정을 한다.

그날도 아들은 대회를 앞두고 피트니스에 간다고 했다.

‘너무 무리하면 안 되니 급하게 하지 말아라. 빨리 먹는 밥이 체한다. 좀 쉬는 게 어떠냐?’ 등 노파심으로 사뭇 걱정을 해댔다고 한다.

그런데 아들이 하는 말

“엄마 나도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아요. 러닝 머신 위에서 숱하게 갈등해요. 그런데요, 100번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을 넘어서면 이미 끝나 있어요”

친구의 머릿속이 ‘쿵’ 했다 한다. 아들은 어릴 때 맞벌이 때문에 할머니 손에서 자랐고 사춘기가 되어서는 유학 생활을 해서 엄마와의 애착이 충분하지 않았었다.


귀국해서도 독립하여 살고 있기 때문에 어쩌다 만날 때에도 서로가 살가운 편은 아니어서 데면데면했는데 그날 아이가 그런 속 깊은 이야기를 해서 깜짝 놀랐다 한다. 본인이 선택한 일에 대하여 최선을 다하는 자세, 그 일에 온전히 책임을 지고 극복해 나가겠다는 자세. 아이의 성장에 눈물이 날 뻔했다 한다. 아이는 충분히 더 이상 품 안의 아이가 아니었다. 스스로를 이기며 자기 한계의 새 노트를 써가는 아들에게 다음에 올 때는 따뜻한 밥 한 끼를 해서 같이 먹겠노라고 다짐을 했다 한다.

보통 부모의 시선으로 보아 자식들은 늘 물가에 내놓은 것처럼 불안하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고 남의 자식들과 비교를 하면서...... 자녀가 성인이 되었다는 것은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며 자기 삶을 책임질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부모는 오랜 세월 몸에 밴 보호 본능으로 자녀를 독립된 성인으로 대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부모가 할 수 있는 것은 간섭이 아니라 지지이며 응원이다. 자녀가 선택하는 길이 다소 염려스러울지라도 선택을 믿고 실패조차 보듬어 안아 줄 수 있는 것이 독립성을 지켜주는 것이 온전한 지지이며 참사랑은 아닐까?

친구 아들의 경우처럼 아들은 충분히 자기 길을 온전히, 충실하게 가고 있다. 푸른 하늘을 향해 쭉쭉 가지를 뻗어 나갈 수 있도록 한 발 물러서서 지켜보는 것이 부모와 자식의 깊은 유대 관계를 맺는 것이다.

자녀가 다니는 대학교 사무실에 전화해서 자녀의 수강 신청, 학점 사항 등에 대한 문의 및 이의 제기를 하는 부모들이 있다는 뉴스를 접할 때가 있다. 중·고등학생들의 학교 생활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학교에 요구하는 학부모들도 늘고 있다.

교육학자들은 3세까지는 부모와의 애착이 필요하고, 3~7세는 훈육이 필요하며 7세 이후는 자립을 배우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젖을 먹던 아이가 생후 6개월이 넘으면 이유식을 시작하듯 중학생 정도 되면 심리적 이유기가 시작되어야 한다. 정신적으로 독립해야 한다는 뜻이다. 어설프지만 자기 힘으로 하려고 하는 태도, 그래서 자기 정체성을 마련하고 자기 인생에 책임질 줄 아는 온전한 성인이 되는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스스로 배우려는 본능이 있다. 간섭이 줄어들수록 그 본능이 발휘된다’고 자기 주도 학습을 주장하던 교육혁신가 존 홀트라는 학자가 말했다. 세상을 바꾼 스티브 잡스의 부모는 잡스의 청소년 시절 그의 진로 선택에 최소한의 간섭만 했다 한다. 서울대 교육학과에서 고등학생 300명을 2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부모의 간섭이 낮고 자율성을 존중받은 학생이 대학 진학률과 직업 만족도 모두 높았다 한다.

자, 이제 헬리콥터 부모는 절대 사양하기. 대신에 자녀가 필요할 때 불을 밝혀 주는 등대로서의 부모가 되기를 노력해 보자. 그것이 좋은 부모 되기이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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