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잘못은 너에게 있다.
돌이켜보니 그도 그들도 나르시시스트임을 숨긴 적은 없었다.
그들은 처음부터 숨기지 않았고 그는 나를 완벽히 조종하기 위해 과정이 필요하였다.
나르시시스트의 조종대상이 된 적이 없었던 나는 그 과정을 알아채지 못하였다.
하지만 이제 그들을 알게 된 나는 그들이 조용하게 수면아래로 내려가 있을 때,
심장이 쿵쾅거리고 목구멍이 조여 오는 긴장감을 안은 채 온갖 촉각을 세우고 아무렇지 않은 척 지내고 있다.
이 얌전함이 다음을 위한 공약임을 알고 있고 이 수용은 다음의 더 큰 폭력과 폭언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매번 그러지 않길 바랐지만 10년 동안 단 한 번도 그들은 예상을 벗어난 적이 없었다. 나는 그와 그들을 위해 노력과 인내와 수용과 설득과 절규를 반복하며 그들이 변할 것이라 기대하며 나를 채찍질하며 살아왔던 세월을 보냈었다.
드디어 깨달은 이 사실이 나의 10년의 세월이 참 어리석고 부질없었음을 깨닫게 해 주었다.
그들은 그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그와 그들은 스스로가 나르시시스트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결혼을 하기 전이였다.
시모는 나에게 산부인과 검사결과를 요구했다.
"엄마랑 아빠도 결혼 전에 건강검진 했었어~ 미리미리 검진하면 좋지 필요한 부분은 관리도 하고 말이야~"
왜 건강검진이 아니고 산부인과 검진이었을까..? 당신들이 했다는 건 사실이었을까?
순진하게도 그 말을 그대로 믿었다.
어차피 받을 검사인데(임신준비 전에 정기검진예정이었다.)
검진 결과를 공유하는 것이 썩 유쾌하진 않았어도 못 줄일 도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와 파혼했던 그녀의 성병 바이러스가 그의 파혼 결정에 영향을 준 것 같기도 하다.
어찌 되었건 나는 그들의 요구에 순순히 수긍하였다.
그러고 나는 그의 건강검진을 기다렸으나 결과는 오지가 않았다.
굳이 내가 다시 요구를 하지는 않았다.
나에게 요구했기에 당연히 본인도 검사를 했을 줄 알았다.
그는 복부미만이었고 매일 술을 마시고 매일 담배를 피우고 통풍으로 약을 먹고 있고 그의 가족력에 대장암이 있었지만 시모는 나에게 그의 검진표를 주지 않았다.
그와 그들이 행한 온갖 폭력으로 인한 산후우울증인지 우울증인지로 나에게 다 뒤집어 씌운 이후 입만 열면 나에게 하는 말은
정. 신. 병. 자였다.
항상 나오는 "야이 미친년아!! 정신병자 같은 년아 병원 가!! 피해 주지 말고 약 처먹어!!"
아이가 아빠는 왜 엄마를 자꾸 정신병자라고 하는 거야..? 엄마가 아픈 거라 정신병자랑 상관이 있는 거야?라는 물음에 나는 너무 슬프고 슬펐다.
나의 집안 DNA에는 정신병의 병력은 존재하지 않았다. 게으른 유전자도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게으르고 느리고 정신병에 걸려 있다.
그의 집안에는 급 발진하며 분노하고 무례하고 비하하는 강약약강의 DNA가 있고 그의 사촌형은 실제로 오랜 시간 조현병으로 입원과 퇴원을 하고 있다.
시부모의 양가를 막론하고 이혼가정이 있고 이혼을 한 사내들은 양육비가 아까워서 엄마에게 아이를 보내지 않고 본인들이 양육하고 있다.
나의 짐작이 아니라 시모가 "그년들이 돈 받아 처먹으려고 애를 데려가려는 거지. 돈 아깝게 돈을 왜 보내니. 애 데리고 살면 되지!!"라고 누누이 말을 하였고 실제로 이혼한 그 남자 친인척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를 종합해 보니 아마도 나의 짐작이 백 프로 벗어나진 않겠다고 확신이 들었다.
그런 그는 왜 나에게 그토록 쉽게 정신병자라고 하는 것일까?
그의 말처럼 정신병자인 우울증인 나에게 왜 이렇게 말을 하고 행동하고 있을까.
매번 본인의 고모에게 전화를 받아 아들의 조현병을 걱정하며 이것저것 묻는 것에 같이 응답하고 이야기 나누는 것을 하면서도 아내인 나에게는 왜 매번 그러는 것일까..
내가 온 뼈 마디마디와 머리부터 발끝까지 고통이 잦아들지가 않아 대학병원을 찾았을 때였다.
그는 류마티스과를 가보자고 이야기를 했다.
아마도 결혼 1년 차 그때는 그가 나를 무시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게 믿고 싶었던 것 같다. 배우자가 무시하는 삶은 상상도 해 본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의사가 물었다.
"자네! 자네 와이프가 어디가 아픈 것 같나?"
"아.. 네.. 교수님!! 제 생각에는 neuropsychosis(신경성 정신증)인 것 같습니다."
.......
(단호하고 근엄한 표정으로)
"자네 지금 와이프가 못 알아듣는다고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와이프가 이렇게 될 때까지 자네 뭐 하고 있었나.??
척수로 호르몬 검사 해봐야 알겠지만....."
그는 교수님의 근엄한 말씀에 처음으로 보는 멋쩍은 표정을 하였다.
돌아오는 길에 만난 그의 친구들도
"그냥 네가 해. 나도 내가 다려. 울 와이프 다림질 못 해."
"식세기 하나 사. 정말 편해."
.....
그의 멋쩍은 웃음은 늘어났다.
그의 그런 태도를 보고서도 나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었달까...
그가 이제 정신을 차리겠지.. 본인이 법이라는 생각이 바뀌겠지... 하는 헛된 기대를 했었더랬다.
많은 날이 지났고 많은 말이 있었다.
많은 일이 있었고 많은 행동이 있었다.
그와 그들은 좋게든 나쁘게든 일관성 있게 말했다.
나는 모든 것이 너보다 우월하니 나의 잘못 일 수가 없다.
나의 말이 다 맞으니 너의 잘못이다.
너의 말도 일리가 있지만 내 말이 옳다.
너만
너 하나만 제대로 하면 된다.
너만
생각을 바꾸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