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해자입니다.

이 싸움의 피해자

by 몽운

어느 날 지옥 같은 폭언과 고성이 오가는 싸움을 끝내고 지쳐서 침대에 올랐다.

"엄마? 부모도 자격증이 있으면 좋겠어. 아무나 부모가 되면 안 되니까 자격증을 따야 하는 거야."

"그러게... 그런 자격증이 있으면 정말 좋겠다.."




그날은 몇 달 전부터 약속했던 친한 지인과의 저녁 약속이 있었다.

아이가 자고 만나야 했으므로 9시 이후 또는 10시 이후가 되어야 만날 수 있었다.

미리 그에게 알리고, 조금 자란 아이이기에 아이에게 누구를 만나는지 어디를 가는지 뭘 먹을지 무엇을 할지 이야기를 하고 외출을 했다.

CCTV를 보지 않아서 증거 할 수는 없지만 아이의 말에 따르고 평소의 패턴을 짐작해 보자면, 내가 외출할 때 그는 절대 아이의 스케줄을 따라주질 않았을 테다. 그렇다고 놀아 주는 것도 아니고 주로 영상을 보며 혼술을 하고 본인 술에 취하면 자라고 윽박질렀을 것이다. 평소에 내가 있었을 때도 그랬듯이.

종일 기다렸던, 어쩌다가 생긴 아빠와의 시간에 자신의 뜻은 단 한 번도 반영되지 않자 아이는 짜증과 투정이 늘었을 것이다.





그의 습성을 알고 있기에 나는 그와 아이 둘만 있게 할 수가 없었다.

덕분에 나는 1년 365일 단 하루도 쉴 수 없는 날이 계속되었다.

아이가 3살쯤이 되어서야 가끔 너무 아플 때 쉬려고 맡길 때가 있었다.

어쩌다 맡기는 날임에도 30분 남짓한 시간에 피를 흘리며 아이스크림을 먹은 아이가 들어오거나 잔뜩 욕구불만이 쌓인 아이와 야단치거나 훈육을 시키는 방법도 모른 채 짜증과 언성을 높이는 그가 들어왔다.

어쩌다 길게 나갔다 오는 날에는 아이가 늦은 새벽이 되도록 자질 않았다.

계속 차를 태워 재웠기 때문이다.

내가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할 때면 "봐줘도 지랄이야. 그러면 네가 봐!!"라고 막말을 해댔다.

이제 아이는 아빠는 그런 사람이니 그냥 엄마가 주지 않는 음식을 먹고 키즈카페에 갈 수 있고 숙제를 안 할 수 있으니 따라나서는 상황이 되었다.

아이가 5살이 될 때까지 나는 모든 세상과 단절된 채 집안에 충실하려 노력했다.

돌아오는 것은 당연함과 비난과 비하 비아냥 뿐이었다.

남은 건 가스라이팅에 망가진 나의 심신과 우울증.

그런 날이 있었다.

감기와 몸살이 겹쳐서 가져오는 링거를 맞아도 일주일째 목소리도 안 나오는 상황이었다.

시모는 "너 몸이 왜 이렇게 약하니? 아비 밥은 어떡하고 있니? 힘들어도 김치라도 내어주고 그래라. 얼른 나아야 애를 보지."라고 했고 너무 아파서 애를 보는 것만으로도 싸울 기운도 없을 때였다.

그에게 링거를 가져오라고 문자를 보냈다. 하루종일 주사만 기다렸다.

'맞고 자면 좀 낫겠지. 그럼 내일은 좀 살만하겠지...'

퇴근 시간이 지났다. 언제 오냐고 문자를 넣었다.

밥을 먹고 오겠다고 했다. 얼른 육퇴만 기다리며 버티고 있었다.

드디어 육퇴를 했다.

그는 아직도 오지 않고 있었다.

어디냐고 문자를 넣었다. 곧 갈 거라는 답이 왔다.

열두 시가 다가오고 있었다.

링거를 가져와서 놓아주고 나가라고 문자를 넣었다.

얼마 뒤 얼큰하게 술에 취한 그가 들어왔다.

술에 취한 그는 혈관을 찾지 못해서 6~7번을 팔을 찔러 혈관을 잡았다.

다 맞고 나면 빼라는 말과 함께 그는 나갔고 조금뒤 현관 도어록 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그는 술을 마시러 다시 나가서 신나게 술자리를 즐기고 돌아왔다.

이제 나는 링거 뒤처리쯤은 껌인 야매 간호사가 되었다.

그날 이후, 나는 만나자고 하는 주변인들의 만남을 사양하지 않았다.

그래봤자 1년에 5번이 되지 못했지만.

나가면 복수를 하듯이 늦은 새벽까지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나도 너처럼 할 수 있는데 안 하고 지낸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니 멋대로 사는 그에게 불편함을 주고 싶었던 마음이 컸을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그날도 그는 온갖 불만을 표현했지만 나는 외출을 했다.

열두 시쯤 되었을까 아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울고 있었다.

아이는 8시 반과 9시 사이에 자야 하는 시간이었다.

늦게 재울 거라는 예상은 했지만 열시면 재울 줄 알았다.

아빠가 때렸다고 울고 있는 아이의 눈이 이상했다 까무러 칠 듯 아닐 듯 울었고 얼굴은 손톱에 긁힌 것 같은 상처가 나 있었다. 엄마가 금방 간다고 달래서 전화를 끈고 택시를 잡았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택시가 잡히지 않았다.

구두를 손에 들고 맨발로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이를 찾았다.

나와 통화 후 안정을 찾은 아이가 잠에 들어 있었다.

머리밑이 잔뜩 젖고 두 뺨의 눈물은 아직도 마르지 않아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그는 별일이 아니라는 듯이 "지 혼자자서 짜증 내고 난리 치다가 전화한 거야."라고 했다.

당연히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는 코를 골며 잠에 들었다.

핸드폰 플래시로 아이를 살펴보았다.

코에 상처는 분명히 손톱자국이었다.

다음 날 아이를 통해 들은 끔찍한 일들은 나의 억장이 무너지기 충분했다.

아이는 그 후 3년이 넘도록 그전에는 웃으며 보내주던 나의 외출을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엄마... 아빠가 나 또 목 조르면 어떡하지..?"


그날 그는 술에 취해 훈육이라는 명목하에 아이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아이의 살려는 반항은 힘으로 제압당했고 그 과정에서 아이는 멍이 들고 상처가 났다.

훈육을 해야 할 일이 아니었다.

나에게 그랬듯이 그저 그는 그의 짜증풀이를 한 것이다.

힘없고 나약한 아이에게 말이다.

나는 그렇다고 치고 자신의 아이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그는 아이에게도 사과를 하지 않았다.

내가 수없이 사과를 하라고 해도 그는 온갖 핑계를 붙였다.

아빠말을 안 들어서 야단친 것이라는 핑계를 댔고 나에게는 네가 하면 훈육이고 내가 하면 폭력이냐고 했다.

나는 훈육에 관한 전문가들의 강의가 책 구절을 그에게 보냈다.

훈육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과 잘못해도 그렇게 행동하면 안 되는 것이니 사과를 하라고 했다.

이런 나의 말을 그는 무시했다.

아직도 아이는 그날의 일을 이야기한다.

자식을 지켜 줄 부모에게 공격을 당한 아이는 얼마나 무서웠을까..

그리고 도와줄 내가 없는 것이 얼마나 두렵고 슬프고 원망스러웠을까...

내가 지켜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나의 가슴은 무너져 내렸다.


나의 쌓여가는 죄를 해결할 힘이 없었다.

나는 모든 것을 다 낮추고 침묵할 그릇도 되지 않았고 복수할 만큼 영리하지도 않았다.

가정을 떠나서 이 아이를 남부럽지 않게 키울 능력도 없었고 그렇다고 이 상황을 수습할 지혜도 없었다.



결국 나의 모든 선택들은
아무 죄도 없는 아이에게 고스란히 피해를 주고만 있었다.



아이는 아빠를 사랑한다.

아이는 아빠를 기다리고 필요로 한다.

아이는 아빠의 행동을 기억하고 있다.

나의 아이는 매우 혼란스러운 성장을 하고 있다.


지금 내가 어떤 선택을 하여야 가장 지혜로운 선택이 될까를 매일을 고민했다.

내가 어떻게 하면 이 무너진 가정을 살려 낼 수 있을지 매일을 고민했다.

내가 어떻게 하면 이 지옥 같은 매일을 내 아이에게 영향을 주기 전에 끊어 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했다.

어느 날은 지켜내고 어느 날은 무너지기를 반복을 했다.

내가 부재 시에 아이는 매일 걱정을 내비치었다.

매일매일 설명을 해야 했다.

하지만

나에게 폭력을 쓰고 짜증을 내고 화를 내는 사람을 너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야라도 말하는 것도

온갖 핑계가 붙은 자기 인정은 쏙 빠진 이상한 사과지만 아빠가 사과를 했으니 이제 그만 용서하라는 말도

도저히 내 머리로 이해를 할 수 없는 말도 안 되는 말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나는 아직도 찾아 내지를 못 했다.


아이는 아빠가 자신을 공격하면 어떡하냐고 물었고 엄마 욕을 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다.

나는 말했다.

"그날 이후로 아빠가 때린 적이 없지?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인정해 주라고 알아주라고 해야 하는 것이 맞나..)

너에게 미안하다고 저번에 한 적도 있고. 너의 마음에 남아있다면 직접 이야기해 봐.

(아닌 한만 못한 그 사과가 더 속상하다는 걸 알면서 마음속에 그 두려움이 있는 고작 7살짜리에게 직접 말하라니...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 )

엄마가 생각하기에 아빠가 분명히 큰 잘못을 저질렀지만 아빠가 잘해줄 때도 있지?

(부모가 정상이면 잘해주는 것이 당연한 것을.. 그 두려움과 고통을 자꾸 내가 이렇게 말해도 되는 걸까...)

너를 사랑하는 것은 의심 않아도 돼. 진실이니까.

(도무지 느낄 곳이 없어서 매 순간을 너를 사랑해서 이러는 거라고 알려줘도 닿지 않는 사랑의 욕구불만을 이렇게 말로 우기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아빠와 엄마가 싸우지만 그 일은 너와는 전혀 상관이 없어.

(자식 보는 앞에서 싸우는 것 자체가 문제이지.... 미안하다...)

엄마 아빠 둘의 문제거든.

그 걸 너에게 신경 쓰게 해서 미안해.

그건 분명 엄마아빠가 너에게 해서는 안 되는 일이 맞아.

엄마가 더 노력해 볼게.

그리고 네가 듣기 괴로운 말을 하거든 그 이야기는

엄마에게 직접 이야기하고 어른들 이야기는 어른끼리 이야기하라고 말해도 되는 거야.

이건 당사자들만 해결할 수 있거든.

이런 일을 겪게 해서 미안해.

하지만 엄마도 엄마의 인생을 조금씩 살아보려고 해.

지혜롭지 못하게 술 취해서 실수하고 피해 줘서 미안해.

어리석지만 엄마에게 이 시간은 필요한 것 같아.

오늘 실수 안 하도록 할게.

너의 실수를 엄마가 매일 매 순간 이해하듯이 엄마가 가끔 하는 실수로 미리 걱정하지 않으면 좋겠어.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약속할게.

그래도 힘들면 연락해 엄마가 바로 달려올게.

너에게 견디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주어서 미안해.

안타깝지만 지금은 엄마가 참고 둥글고 이쁘게 만들고 있을 에너지가 없어.

엄마도 이모들이랑 이야기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올게.

항상 고맙고 미안해. 엄마가 평소에 더 잘할게."


장황하게 말하는 나만 살겠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결국, 나만 아는 이기적인 어미인 것이었다.

어설픈 죄책감만 있는..

결국 나는 가해자인 것이다.

이것을 해결해 주지 못한다면 나는 아이의 인생에 씻을 수 없는 죄를 남기는 것이다.

두려웠다.

가장 기억에 남을 6,7,8살 나의 인내 부족으로 너무 많은 상처가 났다.

그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이겨내야 했다. 내가 엄마이니까.

감정을 분리하고 아이에게 더 웃음을 주고 아이에게 감정이 전가되지 않도록 해야 했다.

지혜를 발휘해야 했다. 머리로만 아는 그 행동을 몸으로 옮겨야 했다.

나의 가여운 아이는 나의 나약함과 이기심으로 마음이 점점 아파지고 있었다.

나의 부부생활은 믿고 싶지 않은 곳으로 어쩌면 이미 정해진 곳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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