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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운 Mar 30. 2024

나는 엄마다.

변하지 않는 것.

나의 독립은 필수이고 나는 능력을 만들어 내야 한다.

과거는 과거이고

지금은, 현재는, 이것에 집중해야 한다.

나도 알고 있다.

머리와 몸이 맘의 속도로 움직여지지 않을 뿐.

하고 싶은 것으로 돈을 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몰랐다.

그때는 그게 힘든 줄 알았다. 비빌 언덕이 있다면 내가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원망을 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내가 더 열심히 했다면 더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고 죽을힘을 다해 버티던 것이었을 텐데

지금 오니 그때가 더 많은 기회가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지금은 죽을 만큼 힘들어도 주변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더 눈과 귀를 열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나도 미래의 내가 보면 어리석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 테지만

그래도 과거의 나처럼 나는 오늘도 최선을 다 하고 있다.

최선을 다 하고 있나?

아니..

나는 최선을 다 하고 있지 않다.

과거의 내가 억울하고 희생했다는 핑계로 2년을 버렸던 것처럼.

지금의 나도 힘들었다는 핑계로 4년을 버티기만 하고 있다.

이젠 마음만 먹고 다짐만 할 것이 아니라고 움직이자고 하지만 난 내 마음과 의지만큼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런 걸까...

치열하게 고민하고 생각하고 하늘에 눈물을 보내야 했다.

이젠 좀 단단해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난 아직도 그들의 한 마디에 흔들려서 나의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고 어리석은 말과 행동을 일주일째 이어오고 있다. 24시간을 온 통 빼앗기고 요동치는 마음을 다 잡느라 아이의 마음을 돌보지 못하고 그의 눈치를 보며 흔들리고 있다.

나에게 그들은 초대하지 않은 손님이 되었다.

나의 가족으로 받아들이기를 포기하고 남이니 상처받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들은 틈만 나면 과거의 나를 소환하기 위해 수작을 걸고 그는 이런 나를 꼬여 있다고 비난하고 악하다고 정죄한다. 그의 가족은  그들이니 당연히 그러할 것이다.

그의 말처럼 진실로 내가 더 극단적으로 경계하는 것이 맞을 수도 있겠다.

내가 겪은 10년의 시간에서 그와 그들이 보여준 행동을 보면 나는 아직도 그들의 말처럼 그들의 의도를 짐작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기 힘이 든다.

오늘 나는 '오늘은 다르겠지. 그의 말이 맞을까.' 하는 마음으로 또 시모와 시부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의 예상이 맞아서 또 일주일을 화와 분노로 나의 일상을 망치게 될까 두렵다.

매번 만나기 전후로 수천번 수만 번 다짐해도 그들에게 상처받는 내가 너무 멍청하게 느껴질 것이다.


일주일 내내 다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모든 것을 다 포기하면 홀가분해질 것 같다는 생각으로 눈을 감았고

어김없이 오는 아침에는 젖은 걸레처럼 축축하고 눅눅한 몸과 함께 다시 시작되는 하루가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나는 엄마이다.

과거에 나는 나만 책임져도 되었지만 지금의 나는 엄마이다.

미래의 나도 엄마이다.

나는 이제 죽을 때까지 엄마이다.

변할 수도 변하지도 않을 사실이다.

내가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이다.


그래서 나는 나의 몸을 일으키고 모니터 앞에서 글을 써내려 간다.

보일 글이든 못 보일 글이든 끊임없이 쓰고 또 써 내려간다.

이 결혼에서 내가 나를 살려 내는 그날까지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살아남아야 한다.

내가 나를 구하고 밝게 웃는 날이 오면

왠지 엄마가 된 나를 조금은 내가 사랑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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