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금 아프세요?

가는데 순서 있나...

by 몽운

그날은 속상한 마음에 맥주를 한잔하던 밤이었다.

새벽 1시쯤 되었을까?

친정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이 시간에??

불길한 마음과 함께 받은 전화.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여기 응급실인데요. K님 보호자 되시죠? K님 각혈 있어서 연락드립니다. 현재 응급처치는 했는데 혈액량이 줄지 않아서 앰뷸런스 문제로 연락드렸습니다. 자녀들이 계신 서울로 가시는 게 좋으실지 가까운 대학병원이 좋으실지 선택을 해주셔야 합니다."

"........... 혹시 엄마 전화받을 수 있나요..?"

"잠시만요. 어... J야.. 엄마가 피가 올라왔는데 계속 나와서 응급실 왔는데... 혹시 몰라서.... 엄마 서울로 갈까..?"

"엄마 잠시만 나 다시 전화할게. 응급처치 잘 받고 있어."

아무렇지 않게 전화를 끊었지만 지난 악몽에 미친 듯이 심장이 뛰었다.

죽음은 아무도 모르게 오고 남겨진 사람들의 몫은 회복할 수 없는 공허함의 자리가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머리카락이 곤두섰다.


그쯤 남편과의 결혼생활은 시집살이와 남편의 역할부재로 엉망진창이었다.

그날도 늦은 저녁까지 술 마시며 놀다 들어와 진탕 찌들어서 자고있는 남편을 흔들어 깨웠다.

"일어나 봐 엄마 응급실이래. 일어나 봐.."

짜증을 내며 일어나는 그를 보니 욕이 나올 것 같았지만 꾹 참고 이야기를 전했다.

다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의사 선생님 좀 바꿔줘.."

의사 선생님은 남편에게 처치 사항 와 검사 사항 등을 전화통화로 나누었다.

이제 엠뷸런스 사용 유무만 남았는데

처지 했으니 좀 기다려보면서 아침에 버스를 타고 올라오시라고 전했다.

본인 엄마 골프 가고 춤바람 난 본인엄마 팔 빠져서 병원 갈 때는 운전기사 노릇을 잘도 하더니

각혈하는 사람을 대중교통으로 올라오라고????????????

나는 술은 왜 먹어서는 운전도 못 하고.. 미친 듯이 화가 나는 마음을 누르며

"차 좀 빌려줘. 동생더러 다녀오라고 하게."라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 보험도 안 들어 있고 새벽길에 위험하게 무슨 소리냐고 했다.

택시라도 타고 가고 싶은데 가정주부로 남편카드만 쓰던 나는 경제력이 하나도 없었다.

진심으로 누군가를 갈기갈기 찢어서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구나 깨달았다.

그는 밤 운전이 걱정된 것이 아니다. 그는 자신의 차를 아끼는 사람이었다.

아내나 자녀에게도 절대 공간을 허락하지 않았다. 작은 고무줄 책 하나 까지도 내리는 순간 전부 정리해서 들고 내려야 했다.

동생은 그때 차 빌리는 것을 거절당한 후 차를 샀다.

동생에게 첫 차로 모시러 가서 바로 병원으로 모시러 오라고 했다.


그 사이 나는 시어머니 병문안을 위해 남편과 함께 있었다.

시어머니는 시아버지가 여행 가셨을 때 춤을 추러 가셨다가 팔이 한번 빠지셨다.

시일이 흘렀지만 의자에 올라가셔서 뭔가를 거시다가 내려오다 잘못 넘어져서 같은 곳이 또 빠지게 되었다.

보호대를 하고 다니셨어야 했는데 며칠 하시다가 외출하던 어느 날.

환자 같아 보이기 싫다고 보호대를 하지 않으시고 외출하셨다가 차문을 당기면서 낫지 않은 팔이 다시 빠졌고 어깨 근육이 너무 찢어져서 수술을 하게 되었다. 그냥 회복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려야 하고 다시 다치실까 봐 수술을 하신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그에게 엄마가 전신마취 수술하는데 나는 다시 못 깰까 봐 너무 무섭다 하시며 당신이 들어가고 나올 때까지 있으라고 신신당부를 하셨다.

그 수술을 위해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그와 나는 양쪽을 오가기 수월하게 그의 모교인 병원으로 친정엄마를 모셨다.

엄마는 나를 보자마자 서운하다고 싸우지 마라 덕분에 바로바로 검사받고 수월하게 입원했으니 감사하라고 하셨다.


시어머니 병실에 가서 묻지도 않았지만 알고는 계시라고

"저희 엄마는 잘 도착해서 입원하셨어요. 검사대기 중이세요."라고 전했다.

시어머니는

"아휴 그랬니?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니. 양쪽으로. 하필이면 왜 나 있을 때 그러셔가지고!"

"................................... 네......?"

"아니 양쪽으로 정신없잖니! Y도 바쁜데."

나는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저게 사람인가 싶었다. 옆에 있던 시아버지 또한 왜 매번 방치하나 같은 생각인가 싶었다.

어깨야 말로 추후를 보고 해도 되는 수술이었다.

본인이 골프 치는데 불편하고 또 빠질까 봐 하려는 수술 아닌가?

그렇게 죽는 게 아쉬워서 전신마취 할 때마다 내일 죽을 사람처럼 말하는 사람이

당신보다 신년이 젊은 사람이 각혈을 해서 원인 찾으러 왔다는데 본인 편한 시간에 아파야 하나?


나는 검사하는 엄마를 홀로 두고 아이를 케어하기 위해 나왔다.

정신없이 케어 중에 엄마의 문자를 받았다.

검사 잘 받고 피의 량도 줄고 있으니 염려 말라고 그리고 시부모님의 병실은 어디냐고.

나는 가지 말라 신신당부를 하면서도 성화에 못 이겨서 알려드렸다.


딸 가진 부모가 뭔 죄인가..

뼈가 부러지고 쓰러져도 자식들 걱정할까 봐 입원도 수술도 말도 안 하는 사람이

자식 얼굴도 못 보고 죽는 건가 싶어서 그 새벽에 벌벌 떠는 목소리로 전화해 놓고.

현실에서 친정엄마 노릇을 한다고 병실에 누워 과일 바구니를 주문해서 들고 갔나 보다.

좀 괜찮으시냐고 내일 무탈하게 수술 잘 될 거니 걱정 마시라고 전했다고 했다.

시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사돈 많이 아프세요? 몸이 약하신가? 왜 그러 거래요?

제가 내일이 수술이라 일어나서 가보지도 못했어요.

네 수술 잘 되겠지요. 아들 키워봤자 아무 소용없어요. 남 좋은 일만 시키고.

옆 침대는 딸이 하루종일 다리 주물러주고 보살펴주더라고요."

그러자 옆에 있던 시아버지는 내가 딸처럼 주물러준다니까 그러네 이러셨단다.

(매번 시아버지가 옆에서 간호를 하고 있었다. 매번.)

친정엄마는 아직까지도 많이 그러시는데 너 사는 게 괜찮냐 물으셨다.

나는 엄마 몸이나 챙기라고 퉁명스럽게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날 다짐했다.

너네 부모가 일 있을 때 딱 너 만큼 해주마.

당신들이 날 필요할 때 지금부터는 딱 그런 마음으로 내 에너지를 분배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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