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유료화 이후 세번째 진주 유등축제를 다녀와서
# 유료화 그 이후
4년 만이었다. 해마다 진주를 왔음에도 시기가 맞지 않아서, 혹은 만원이나 되는 입장료를 굳이 내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4년을 메웠다. 하지만 올해 열흘이나 되는 추석 연휴의 절반을 ‘남도(南道)’에서 채우며, 유등축제 페이지를 한 장쯤은 만들고 싶었다. 유료화 이후, 직설하자면, ‘돈을 내고 볼만한 가치가 있느냐’가 궁금했다.
진주 시민에게는 유등축제가 가지는 의미와 애정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행사겠지만, 다른 지역 시민은 조금 더 까다롭게 축제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 ‘즐길 거리’가 얼마나 많고, 더불어 연계 관광지는 어디가 있는지 등을 꼼꼼하게 비교하고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에 유료화 소식을 접했을 당시, 관광객을 지속해서 유치할 수 있는가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애정에서 비롯된 걱정이라고 해두겠다. 혹여 사람이 찾지 않으면 어쩌나, 유료화가 되었음에도 볼거리가 풍성치 않아 입소문이 잘 못 나면 어쩌나, 하는 유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행히’ 기우였다. 남강과 진주성 곳곳을 환하게 밝히고 있는 유등은, 진주의 밤을 추억으로 가득 채웠다. 그뿐만 아니라 무료 셔틀을 운행하고 전용차로를 구분 지어 이전의 교통대란 문제를 해결했고, 가림막 또한 예쁜 전구로 대신했다. 시민이 제기한 불만을 하나의 볼거리로써 해결한 진주시의 노력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 보고 듣고 느끼고, 오감을 만족하게 하는 축제.
유등은 가을밤을 갖가지 빛으로 수놓고, 곳곳에서 열리는 문화축제는 눈과 귀로 감미롭게 흘러들어왔다. 10월 3일, 개천 예술제의 시작을 알리는 날, 진주성을 찾았다. 진주에 올 때면 언제나 진주성을 찾는다. 나보다 더 오래 삶을 살아온 존재와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아름드리나무의 숨결을 느끼며 오래전 이야기를 곱씹곤 한다. 촉석루에서 논개가 왜장을 끌어안고 뛰어내렸다는 의암을 바라보며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마음을 생각한다. 특별할 것 없이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며 다만 몇 시간을 보내는 일이 진주 필수코스로 자리 잡은 지 오래였다.
아직 해가 지지 않은 늦은 오후였다. 점등을 기다리는 사람들 주변 공기마저 한껏 들떠있었다. 그가 내쉬는 숨을 내가 들이쉬고, 그렇게 행복함과 기대감 같은 감정이 퍼져나가고 있을 때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둠이 완전히 내려앉지 않은 검푸른 하늘빛이 불빛과 만나는, 채 삼십 분이 되지 않는 짧은 순간을 특히 좋아한다. 사진 찍기도 좋을뿐더러 오묘한 색의 하늘이 유등과 더욱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와!” 짧은 감탄사가 여기저기 터져 나왔고, 온갖 달콤한 말이 불빛을 따라 옮겨 다니고 있었다. 아름답다, 정말 예쁘다, 우리 사진 찍자, 여기 서봐, 자 찍는다 하나둘 셋!
모두에게 잃어버린 동심을 찾는 시간이 선물로 주어졌다고 생각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에 ‘당연함’보다는 ‘호기심’이 더 크던 시절, ‘원래부터 그런 거야’라는 말 대신 ‘그건 왜 그런 거야? 왜?’라고 질문부터 나왔던 시절, 그래서 옆에 있는 누군가가 조금은 힘들었을 시절.
유등 앞에서 있는 모두가 그 시절로 돌아가는 마법 같은 일이 벌어졌다. 까르르 웃음소리와 “이건 뭐지?”라고 질문을 던지는 모습은 가을 소풍을 떠난 어린이와 같았다. 세상의 당연한 것은 잠시 내려놓고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진주성 곳곳을 훑어나갔다.
[ 세시풍속 유등 ]
[ 전래동화 유등 ]
하지만 오래지 않아 최대의 변수가 나타났다. 저녁 8시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때, 빗방울 하나가 이마 위로 툭 떨어졌다. 맙소사, 예보에 없던 비였다. 아니 어쩌면 내 기억 속에 없던 비였을지도 모른다. 푸른 하늘을 배경 삼아 뭉게뭉게 하얀 구름이 피어있던 한낮 날씨는, 비가 오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후두두 떨어지던 비는 금세 쏴 쏟아붓고 있었다.
가방에서 꺼내놓지 않은 우산이 영웅처럼 등장했다. 촤-악. 우산을 펼쳤다. 수호천사가 어깨 위에서 나를 지켜주는 것 같았다. 쏟아지는 비는 사그라지는 방법을 모르는 것처럼 매섭게 우산을 향해 돌진했다. 이내 든든한 어깨가 축축 처지기 시작했다. 흙이 질척거렸고 그 흙을 밟아야만 하는 신발의 얄궂은 운명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빗줄기였다. 결국, 관람을 포기했다. 등불은 여전히 환하게 빛나고 있어 더욱 아쉬운 밤이었다.
[ 속담 유등 ]
다음날 진주성을 다시 찾았다. 추석 당일이라 그런지 전날보다 훨씬 많은 관람객에 적잖이 당황했다. 가족 단위가 많았고, 외국인이 간간이 눈에 띄었다. 강물 위에 띄어놓은 부교를 건너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릴 엄두가 나지 않아 부교 대신 행사장 밖으로 나가 진주교를 건너가기로 했다. 진주교에 매달린 노란색 앵두 전구가 ‘하늘길’을 만들고 있었다. 평범한 회색빛의 다리가 노랗게 물들었다. 노란 은행나무 이파리 같기도 하고, 우주 어딘가에서 빛나고 있는 항성 같기도 했다. 가을밤과 참으로 잘 어울리는 노란 빛이었다.
[ 진주교에 만들어진 하늘길에서 내려다 본 풍경 ]
남강 건너로 촉석루가 보였다. 어쩜, 봐도 봐도 질리지 않을까, 싶었다. 진주성 야경은 이미 여러 차례 눈에 담은 나였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단 한 순간도 같지 않았다. ‘같을 수 없었다.’가 더욱 정확한 표현일 게다. 매번 다른 공기와 다른 질감의 바람이 진주성을 에워싸고 나를 맞아주었기 때문이었다.
유등 불빛은 차가운 강물 위로 번져 나갔다. 여러 빛깔이 섞여 특정할 수 없는 오묘한 빛을 뿜어내면서. 한걸음 떼어놓고 눈으로 한번 바라보고, 또 한 걸음을 떼고 눈으로 담고. 새롭게 보는 풍경인 것처럼 끊임없는 감탄사를 내어놓고, 어린아이처럼 깔깔거리며 웃고.
밤이 깊어가는 동안 내가 한 전부였다.
# 다행이었다.
의도치 않게 이틀에 걸쳐 유등축제를 즐겼다. 본 행사 외에 다양한 체험을 진행하여 지루하지 않게 즐길 수 있었다. 행사장은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을 기억하고자 하는 기운으로 가득 차 있었다. 따뜻한 공기가 나를 감싸주었다. 끊임없이 들려오는 웃음소리가 귀를 간지럽혔다. 귀여운 캐릭터 유등을 신기한 듯이 바라보는 아이의 눈빛이 마음을 두드렸다. '얘야, 너도 순수하고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아이였단다.'라고 나지막이 속삭임이 들리는 것 같았다. 눈을 감았다. 그 시절을 떠올릴 수 있도록.
다행이었다. 많은 사람이 찾고 있음이.
다행이었다. 축제가 풍성한 볼거리와 멋진 공연으로 가득 차 있음이.
해가 갈수록 더욱 체계가 잡히고, 다양하고 아름다운 유등이 더욱 많이 띄어지기를 바라본다.
# 유등축제를 즐기는 팁.
1. 당일에 한해 재입장이 가능하다. 나갈 때, 꼭 재입장 도장을 받고 나가도록 하자.
2. 진주 시민이라면 월~목요일까지 무료입장 가능하다.(신분증 지참 / 금~일요일은 표 구입)
별도의 표 구매절차 없이 입장시에 신분증을 제시하면 된다.
3. 입장은 진주성과 남강 쪽 모두 가능하다. (매표도 모두 가능)
4. 부교 줄이 너무 길 경우, 축제장 밖으로 나와 진주교로 이동 가능하다. (재입장 도장 필수)
5. 우천시에도 유등 관람은 가능하다.
6. 유등축제 외에 코리아드라마페스티벌을 함께 즐길 수 있다. (경남 문화예술회관 , 장대동 남강둔치 일원)
7. 열차를 이용해 진주역에 도착할 경우 셔틀 4번을 탑승하면 진주성까지 이동 가능하다.
8. 진주성 안에 국립진주박물관이 함께 있다. 임진왜란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으니 함께 관람을 추천한다.
# 진주 유등축제에 대한 다른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