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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재 Apr 13. 2022

신혼여행, 유럽으로 가지 마세요, 절대로!

전직 여행사 직원의 여행에 대한 TMI - 2탄.



# 결혼을 앞둔 사람, 결혼을 이미 한 사람, 그리고 그냥 여행이 좋은 사람.


얼마 전 내 앞을 걷던 사람들의 대화를 들었다. 추측컨대 회사 동료로 보이는 네댓 명 중에 누군가는 결혼을 앞두고 있었고, 다른 누군가는 이미 결혼을 한 사람이며, 또 다른 누군가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 같았다.


결혼을 앞둔 사람 : 이때가 아니면 언제 또 유럽을 가겠어요? 갈 수 있을 때 가야지

결혼을 이미 한 사람 : 유럽 가면 고생만 엄청 하다 온다~

그냥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 : 저는 크로아티아가 그렇게 좋더라고요~


결혼을 앞둔 사람은 신혼여행으로 유럽을 결정한 듯했고,

결혼을 한 사람은 신혼여행으로 유럽은 절대 가지 말라고 했으며,

그냥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유럽에서 크로아티아를 추천하고 있었다.


지하통로가 제법 길기도 하고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녀 우연찮게 그들의 뒤에서 그들이 벌이는 썰전 아닌 썰전을 들으며, 전직 여행사 직원의 입장으로서, 그동안 봐왔던 수많은 고객들의 사례를 종합하여, 나는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렸다.




# 그래서 나의 선택은


나는 결혼을 이미 한 사람의 의견에 한 표, 아니 양손에 양 발 까지 들어서 찬성하겠다. 아마도 내 생각엔 이 사람은 본인도 신혼여행으로 유럽을 다녀왔지 싶었다. 왜냐하면 본인이 엄청, 고생고생 개고생을 한 데서 온 경험담인 느낌이 들었으니까.


신혼여행으로 유럽을 가야 하는 커플은 아래와 같다. 다음 중 어느 하나라도 해당하지 않으면 유럽은 절대 비추. (신혼여행에만 해당한다. 다른 여행은 전-혀 상관없이 가고 싶은 대로 갈 것.



1. 연애한 지 1년 미만의 커플이 결혼을 한다.

이유는 굳이 말 안해도 될 것 같다. 이제 시작하는 커플이니 어디를 가든 그게 무슨 상관일까?


2. 남녀 둘 중 하나는 주도적으로 계획을 짜고 추진력이 엄청난 반면, 또 다른 하나는 절대 불평불만하지 않고 사랑으로 다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이면 가능. 상대방이 어떤 스케줄을 가져와도 일주일 동안 '그래 나는 너의 추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어! 설사 내 몸이 갈려버린데도!'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면 유럽이 아니라 히말라야 등반, 아니 오지탐험을 가도 된다. (단 둘 다 계획/추진력이 엄청나거나, 반대로 둘 다 '응, 너 하고 싶은 대로 다해~'라는 커플이라면 유럽은 포기할 것.)


3. 1인당 최소 140만 원짜리 항공권을 사서 13시간 비행기 타고 유럽까지 왔지만, '뭘 꼭 봐야겠다'가 아니라, 호텔에서 수영도 하고, (BUT! 제일 중요한 건 유럽에선 동남아 5성급 호텔 컨디션 생각하면 안 된다. 물론 가능하긴 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매우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유럽에는 수영장이 없는 호텔이 생각외로 많다. 그래서 호캉스는 별 의미가 없는 일이기도 하다.) 근처 공원 산책 정도만 하고, 맛있는 음식점에 핫한 시간을 피해 가서 먹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면 가능.



어떤가, 1 / 2 / 3 중에 단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신혼여행으로 유럽 어디를 가도 분명 행복할 것이다. 하지만 어느 것도 해당되지 않는다면, 그리고 아직 신혼여행지를 고민 중이라면, 제발 유럽만은 피해 주시길!

피렌체 두오모 성당 배경으로 예쁘게 사진 찍으려고 했던 계획이, 어느 한쪽의 감정이 상한 채로 틀어지는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으니까.




여기서 스냅 찍고 싶다고 욕심내면 싸워요.....




# 그래도 유럽을 포기할 수 없다면


이해한다. 더더욱 직장인이라면, 연차 사용이 자유롭지 못한 입장이라면 더더욱 결혼 휴가는 유럽을 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니까. 거기다가 신혼여행이라니, 너무 로맨틱하잖아! 하는 분들이라면 다음은 꼭 지켜주시길.


1. 비행 스케줄은 결혼식 다음날로 여유롭게 잡기

제발 결혼식 당일에 밤 비행기로 무리하게 출발하지 말자. (결혼식 장소가 인천공항 근처 + 오후 1시 이전 예식이라면 가능. 그 외에는 비행 스케줄을 바꾸자.)

결혼식은 1시라고 해도, 결혼식 올리고 사진 찍고, 인사하고, 옷 갈아입고, 다시 인사하고, 밥 먹고, 짐 정리하고, 여권 챙겨서 공항에 2-3시간 전까지 가는 것은 정말 정말 정신없고 힘든 일이다.

항공권은 꼭 결혼식 다음날 출발로 예약하자.


2. 토/일까지 최대 9일이라고 하더라도, 도시는 2개, 최대한 3개는 넘지 말자.

단 3개는 같은 나라일 경우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 내에서 베니스-피렌체-로마 이렇게만 가거나, 스페인에서 바르셀로나-마드리드-(톨레도) 이런 식으로 만  잡자.

유럽이 아무리 철도가 잘 정비되어 있고, 항공편이 좋다고 하더라도 유럽 내에서 실제 보낼 수 있는 시간은 5일~6일에 불과하다. 안 그래도 짧은 일정을 교통수단 안에서만 보내고 싶지 않다면 욕심 내지 말자.


이 두 가지만 잘 고려하더라도, 당신의 신혼여행은 큰 무리 없이 좋은 추억을 가득 안고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 유럽이 아니라면 어디로 신혼여행을 가는 게 좋을까?


개인적으로는 짧은 일정 속에서 최대한 여행의 느낌을 즐기고 싶다면, 무조건 직항을 운항하는 곳을 고를 것. (현재는 코로나로 인해 항공 스케줄이 매우 많은 변동이 있으니 참고만 해주세요)

꾸준히 사랑받는 발리, 몰디브 가 대표적이다. 몰디브는 경치는 정말 아름답지만 활동적인 사람이라면 지루할 수 있으니 참고하시길. 칸쿤도 선호하는 여행지 중 하나인데 직항으로 갈 수가 없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이외에도 하와이나 괌을 꼽을 수 있는데  신혼여행 뿐만 아니라 태교여행으로많이 가는 곳이다 보니 허니문으로 가기엔 약간 아쉬운(?) 느낌이 없지 않아 있어서 제외한다.


몰디브 아니고, 발리에서 모히또 한 잔!



요약하자면, 신혼여행지로는 휴양이 70% 관광이 30%가 되는 곳이 좋다는 생각이다.


끝으로 하루빨리 코시국이 진정되어, 하늘길이 열리는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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