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같은 팀원아닌 팀장같은 너
(Feat. 팀장 84)
누군가 나에게 요즘 회사생활에서 가장 힘든점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내몸이 한 개뿐인것이라고 답할 것이오. 누군가 나에게 회사에 들어와서 가장 후회되는 것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팀장으로 승진한 것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렇다. 나는 실무도하고 잡무도 나눠하고 피플 매니징도하고 전략도 짜고 플래닝도하고 팀을 대표하여 프리젠테이션도하고 예산도 편성하는 등등 온갖 업무를 다 해야하는 멀티플레이어 팀장이다.
누군가는 내가 팀원들을 못믿어서 아니면 너무 완벽주의자라서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이는 비단 나의 문제만은 아닌 80년대 생들의 공통적인 현상이라고 한 것을 본적이 있다.
'실무를 놓으면 감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어찌되었든 결과에 책임을 지는 자리에 앉아있으니 더 많이 알면 좋지 않나'라는 자기위안도 하루 이틀이지, 한번에 하나의 일만 할 수 없어 힘에 부치는 것도 현실이라 현타가 올 때가 많다.
그래. 뭐 업무량이 많은 건 내 업무 역량이 늘면서 자연스레 해결(?)되고 있지만, 더 슬픈 현실은 와중에 80년대생인 나는 어중간하게 MZ 끝자락에 얹혀져서 위로는 진짜 꼰대 눈치를 봐야하고 밑으로는 찐 MZ들 눈치까지 봐야하는 끼인세대라는 점이다.
에.. 또... 이상적인 회사 문화의 정착을 위해, 네거티브한 피드백을 줄때는 최대한 감정적이지 않고, 객관적으로, 자존감은 지켜주면서 사기를 북돋워 줄 수 있는, 그리고 언제나 솔선수범하며 팀원들의 업무에 장애물이 있다면 슈퍼히어로처럼 멋지게 치워주며 팀워크를 한 껏 끌어올리는 멋진 팀장이 되어야지!
그럼 누군가는 이런질문을 할 수 있겠지?
"누가 등떠밀어서 팀장되었냐?"
"그래. 등떠밀어서 팀장되었다......."
당시에 나의 매니저가 한국의 모든 팀원들을 모두 매니징하는게 힘들어서 한국 팀장 포지션을 만들면서 니가 안하면 니위로 무시무시한 사람을 뽑겠다는(?) 반협박에 울며겨자먹기로 수락한 팀장 포지션이었다.
재미있는 점이라고 하면 그 찐 MZ 90년대 생들 사이에서도 세대 갈등이 있다나 뭐라나. (사실 할말 다하는게 위로만 향하는 게 아닌 아래로도 향하는 젊은 꼰대인 니들이 더하면 더했지 생각하고 있던 까라면 까던 침묵 세대인 나는 내심 통쾌하기까지 했다는 건 안비밀)
예전 팀원이었던 A가 나에게 이런말을 한 적이있다. "저는 이 길이 제 길이 맞는지 모르겠어요. 왜냐면 어차피 제가 여기서 더 일해서 잘 되면 되는게 팀장님이잖아요."
당시에 이 말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고, 나역시 이 길이 맞는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되었던 계기도 되었다.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그래도 내가 해내는 일과 업무에 자부심이 있고, (대출 때문에 회사를 그만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다운그레이드해서 팀원으로 이직은 못하겠는 자존심이라면) 그래도 나는 럭키하게도 회사에서 성과를 알아주기도 하니 '내 인생 여기 있나니'하고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