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이 되고 나서부터, 나는 자주 멈춰서서 생각하게 된다.
이 자리는 명확한 권한이 주어진 자리이지만, 동시에 보이지 않는 경계선 위에 선 느낌이 강하다.
지시를 내리는 일, 평가를 하는 일, 책임을 지는 일.
모든 것이 ‘상명하복’이라는 질서로 정당화되기 쉽다.
내가 업무라는 이름으로 던지는 한 마디가
때론 누군가의 저녁을, 누군가의 마음을 앗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 문득 두렵다.
'이 일 좀 부탁해요.'
'내일까지 꼭 처리해 주세요.'
별 뜻 없이 꺼낸 또는 필요에 의해 꺼낸 말이, 듣는 이에게는 업무의 선을 넘은 요구로 느껴질 수도 있다.
나는 내가 가진 권한이
어디까지가 ‘필요한 리더십’이고,
어디서부터가 ‘불필요한 간섭’인지 혼동하지 않기위해 항상 자조하고 노력한다.
내가 내리는 결정이 공적 업무의 범위를 지키는지, 아니면 어느새 사적 편의나 감정에 휩쓸려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 자문한다.
상명하복은 조직을 단단히 묶는 힘이다.
하지만, 그 힘이 누군가의 자율성과 경계를 무너뜨리는 족쇄가 되어선 안 된다고 믿는다.
가끔은
'팀장님, 이건 조금 부담됩니다'
'이 부분은 제 역할 범위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런 말을 듣는 게 오히려 마음이 놓인다.
내가 놓친 선을 누군가가 다시 그어줄 때,
비로소 조직은 한 사람 몫이 아니라 ‘함께’라는 의미를 갖는다.
조직과 사람 사이에서 팀장인 나는 매일 경계에 선다.
지시와 존중 사이, 효율과 배려 사이, 업무와 사적인 부탁 사이
나는 내가 가진 권한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 않기를 바라고 경계한다.
내가 내리는 지시가 일하는 동료의 자존감과 삶을 지키는 경계 안에 머물기를 바란다.
팀장이라는 자리에서
나는 오늘도 ‘상명하복’이라는 오래된 질서에
나만의 경계선을 그리고,
그 선이 흔들리지 않도록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나는 지금,
누구의 시간을 쓰고 있는가.
누구의 마음에 말을 건네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