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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필요한 100가지 물건은?

<100일 동안 100가지 100퍼센트행복찾기>로 깨달은 당근의 미학


우리 부부에게 절약이란 라이프스타일을 다이어트하는 것이다. 어디에 군살이 붙어 있는지 구석구석 들여다보고 매끈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절약의 첫걸음이다. 그 일환으로 우리 부부는 주기적으로 대청소를 하며 집을 가볍게 만들어 준다. 그 과정을 통해 절약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고 절약 의지를 불태우는 것이다. 오늘은 우리 부부가 미니멀리스트와 맥시멀리스트 사이, 그 어디쯤에 존재하게 된 계기를 나누고자 한다.  


어느 날 문득 집이 참 좁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신혼집에 입성했을 때만 해도 아담하지만 좁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밤이면 도시의 야경을 즐길 수 있고 낮에는 산에서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을 수 있는 햇살 가득한 집이 퍽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살림이 조금씩 늘어 어느덧 집은 물건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온갖 물건이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채 늘어져 있다 보니 청소를 해도 집이 어수선했다. 마음 한 편에 자리를 잡은 불만의 씨앗은 더 큰 집으로 이사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기묘한 꽃을 피워 냈다.


하지만 영화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속 두 친구는 그게 답이 아니라고 말한다. 유년 시절부터 함께 자라 IT 회사까지 공동 운영하는 소비왕 폴과 자기관리왕 토니는 홧김에 1,400만 유로를 걸고 100일 챌린지를 하게 된다. 100일 챌린지란 모든 물건을 버린 뒤에 하루에 하나씩 물건을 돌려받으며 100일 버텨야 하는 챌린지다. - 아무리 그래도 팬티 한 장 없이 시작할 줄은 몰랐다만 두 남자의 맨몸 투혼 덕분에 오랜만에 실컷 웃었다. - 그리고 두 남자가 100일 챌린지 끝에 찾은 답은 물건에서 행복을 찾지 말라는 것이었다.


영화 오프닝 대사에 따르면 증조부모님 세대는 57개, 조부모님 세대는 200개, 부모님 세대는 650개, 그리고 우리 세대는 평균 1만 개의 물건으로 생활한다고 한다. 무려 1만 개라니 믿어지지 않는 숫자지만, 친정에서 신혼집으로 이사할 때 나온 박스의 개수를 떠올려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 작은 방에서 나온 짐이 상자를 10개도 넘게 채울 줄이야. 이쯤 되니 물건으로 질식하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다. 요즘에는 물건의 바다에서 도피하려고 개인 창고를 빌리기도 한단다. 토니의 대사처럼 우리는 굶주림이 두려워서 계속 비축해 두는 석기시대 두뇌에서 조금도 진화하지 못한 미련한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정리해 보니 필요 없는 물건이 이렇게나 많다!


영화를 보고 나니 나에게 필요한 건 더 큰 집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집을 가득 채운 물건들이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지 하나하나 따져 보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생각보다 많은 물건이 가치를 잃고 자리만 차지하고 있었다. 더는 들여다보지 않는 책, 더는 입지 않는 옷, 회사에서 폐기할 때 업어 온 뒤로 한 번도 쓰지 않은 카메라, 사은품으로 받은 여분 믹서기 등. 집에 있는지도 몰랐던 사케 잔 세트를 발견했을 때는 선물을 받은 것처럼 기뻤다. 내 집에서 보물찾기하는 기분이었달까?


대충 정리가 되자 내 정신을 갉아먹던 수많은 물건을 치우기 시작했다. 어떤 물건을 무료 나눔으로, 어떤 물건은 기부로, 어떤 물건은 중고 거래로. 남편은 당근의 재미에 빠져 버렸다. 우리에게는 더는 가치 없는 물건이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물건이 되어 쏠쏠한 부수입을 안겨 주니 어찌 재미있지 않을까? 그렇게 하나씩 정리하고 나니 집이 한결 가벼워졌다. 집이 너무 좁다는 생각, 더 큰 집으로 이사해야겠다는 생각도 사라져 버렸다. 


아직은 수련이 덜 되었는지 딱히 100가지 물건으로만 살고 싶지는 않다. 책장에 꽂힌 책만 해도 100권이 넘고 옷장에는 언제나 입을 옷이 없어서 고민이니까. 하지만 앞으로 물건을 살 때 나는 한 번 더 고민할 것이다. 정말 나에게 꼭 필요한 물건인지, 다른 물건으로 대체할 수는 없는지. 영화에서처럼 거창하게 행복과 자유를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확실한 것은 나는 물건을 버리고 그 공간을 햇빛으로 채웠고, 거실을 가득 채우는 햇빛을 보고 있자면 참 기분이 좋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영혼에 구멍이 있어

우리 모두
그 빈 곳을 채우려 하지

돈, 관심, 물건, 사람으로

근데 다 개소리야

결코 채워질 수 없다는 걸
깨달아야 할지도 몰라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中




묵은 짐 처리하는 방법 1. 중고 거래


중고 거래는 묵은 짐을 없애면서 부수입 챙길 수 있어서 1석 2조의 방법이다. 우리 집도 2021년 상반기에만 중고 거래로 350,200원이라는 쏠쏠한 부수입을 벌어들였다. 중고책은 예스24나 알라딘에 매입 가격을 비교해 보고 판매하며, 그 밖의 제품은 일단 모두 중고 거래 사이트에 올린다. 확실히 전자 제품이나 가전제품이 거래가 잘되긴 한다. 


중고 거래 TIP을 몇 가지 공유하자면 (1) 최대한 많은 잠재 구매자에게 노출되도록 당근마켓, 번개장터, 중고나라 등 가리지 않고 여러 중고 거래 사이트에 올려야 한다. (2)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제품 사진도 공들여 찍자. 특히 전자 제품이나 가전제품은 제품 스펙을 포함해 흠집과 잔고장 등 제품 상태를 상세하게 적고 일련번호나 품질보증 스티커가 잘 보이게 사진을 찍어서 올린다. (3) 가격을 책정할 때는 중고 거래가 시세 조사를 한 뒤에 깎는 재미를 고려해 다만 몇 천 원이라도 올려서 책정한다. 중고 거래 시장에서도 수요와 공급의 법칙은 적용된다. 시장에 물건이 쌓여 있으면 가격을 조금 낮춰서 책정하지만 올리는 족족 팔린다면 시장가보다 살짝 높게 책정한다. (4) 마지막으로 협상의 기술. 물건 가격을 깎아 주지 않는 대신 택배비 포함 여부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때 편의점 반값 택배를 이용하면 저렴하게 택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묵은 짐 처리하는 방법 2. 기부


중고 거래로 팔리지 않는 물건은 기부하고 연말소득공제 혜택을 받자. 대표 기부 단체로는 아름다운가게, 굿윌스토어, 옷캔 등이 있다. 어떤 단체가 가장 좋은지는 저마다 상황에 따라 다르다. (1) 우선 내가 기부할 수 있는 품목과 기부 단체에서 받는 품목을 비교해 보자. 기부라고 모든 제품을 받지는 않기 때문에 기부 단체 사이트에 들어가 기부 가능 제품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보통 헌 이불은 받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럴 때는 유기견 보호 센터에 연락해 이불이 필요한지 문의해 보자. 혹독한 겨울을 나기 위해서 안 쓰는 이불이나 담요를 기부받기도 하니까. (2) 그리고 기부 방식을 확인해 보아야 한다. 매장 방문, 기증함, 택배, 방문 수거 등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난 택배로 기부했다. 택배도 세 박스 이상만 가능하다거나 추가 택배비를 지불해야 하는 경우가 있으니 이 역시 기부 단체 사이트 들어가서 확인해 보자. 


이렇게 기부까지 하고 나면 기부 영수증을 받을 수 있다. 기부 영수증은 보통 2~3주 내로 발행되며, 기부금 산정은 굿윌스토어 > 옷캔 > 아름다운가게순으로 많이 책정해 준다고 한다. 나도 처음으로 굿윌스토어에 세 박스를 택배로 기부했는데 무려 384,100원이 기부금으로 산정되었다. 묵은 짐도 처리하고 이웃과의 나눔도 실천하고 연말소득공제 혜택까지 받으니 그야말로 1석 3조의 방법이다. 단, 기부하는 물건의 상태는 다른 사람이 재사용할 수 있을 정도여야 한다. 옷이나 이불 등이 상태가 영 별로라면 의류수거함으로 보내자.




중고 거래 부수입: 350,200원

기부 산정 금액: 384,100원


총 734,300원을 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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