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백석

by mongchi

[0311]#053_고향 by 백석

나는 북관에 혼자 앓아 누워서
어느 아츰 의원을 뵈이었다
의원은 여래 같은 상을 하고 관공의 수염을 드리워서
먼 옛적 어느 나라 신선 같은데
새끼손톱 길게 돋은 손을 내어
묵묵하니 한참 맥을 집더니
문득 물어 고향이 어데냐 한다
평안도 정주라는 곳이라 한즉
그러면 아무개씨 고향이란다
그러면 아무개씰 아느냐 한즉
의원은 빙긋이 웃음을 띠고
막연지간이라며 수염을 쓴다
나는 아버지로 섬기는 이라 한즉
의원은 또 다시 넌지시 웃고
말없이 팔을 잡어 맥을 보는데
손길은 따스하고 부드러워서
고향도 아버지도 아버지의 친구도 다 있었다

#1일1시 #100lab

낯선이의 상냥한 손길을 통해

우주에 닿을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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