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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여름의수박 Nov 23. 2018

유난스런 계절의 끝


지난 한 달 간, 지독히도 마음을 괴롭혔다. 크고작게 결정해야 할 일들이 생겨났고, 온전히 그 선택과 결정을 책임지고 싶어 그 누구와도 고민을 나누지 않은 채 홀로 감싸 안았다. 내뱉지 않고, 삼켜버린 말들이 쌓이고 쌓여, 하루에도 수십번 생각하고 또 생각했더니, 마음에도 기어이 과부하가 왔다.


그럴 때가 있다. 8,90%의 마음이 기울면서도 겨우 1,20%의 확신이 없어 주저하게 될 때. 맞나? 그래도 될까? 자꾸 의구심이 들어 마음을 들춰봐도 여간해선 결정내기 어려운 일들은 주로 인생의 큰 줄기를 결정하는 변화를 몰고 오기 때문이다.  지나간 일을 아쉬워해도, 후회는 잘 하지 않는 편이다. 그 어떤 결정을 해도 선택하지 않는 몫에 대한 아쉬움은 있기 마련일거라고, 처음부터 인정해버리면 자주 뒤돌아보지 않게 된다.  


숨통이 콱 막혀오는 기분에, 숨구멍 하나쯤은 내줘야겠다싶어, 그길로 달리고 또 달렸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마음 둘 곳이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이 맛에 제주에 사나 싶다. 푸르고 붉은, 붉고 노오란, 색이 고운 숲 사이로 내비치는 햇빛이, 그 모든 것이 다 여유롭고 풍족한 위로가 된다. 울창한 나무 사이사이 시선을 두고, 햇볕에 얼굴을 있는 힘껏 내밀고, 발밑의 흙자갈 소리를 경쾌하게 들으며, 바람결 따라 걷고 또 걷는다. 이름 모를 새 소리도 좋고, 저만치 걸어오는 누군가의 발소리도, 깊게 들이쉬는 내 숨소리도, 그 모든 것들이 위로가 된다. 언제고 이렇게 품어주니 자꾸만 찾아오게 된다. 


소란했던 마음을 잠재우고 돌아오는 길. 속시끄러웠던 고민도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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