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몽글 Nov 02. 2022

그것이 대답이겠지

몽글 003

참았던 말들이 차오르고 차올라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을 때에서야

조심스럽게 내뱉아본다.


넘치는 마음을 못 이겨, 미련 한 스푼 가득 담아 보내지 말아야 할 문자를 보냈다.


늦가을 새벽,

윙윙거리는 모기 소리에 깬 어렴풋한 잠결이지만,

정신이 채 들기도 전에 마음이 먼저 쿵 내려앉는다.


어젯밤 그에게 보낸 메시지를 생각하니 눈을 뜨지 않고도 심장이 무거워진다.


하지 말았어야 할 것을.

후회를 하면서도 진심을 쏟아냈음에 잘했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다시 잠에 들어본다.


미련. 그것은 나에게 가장 독한 독이다.

나의 마음은 다른 곳으로 옮겨가지 못하면 마음을 줬던 그곳에 계속 머물러있다.


잠깐이나마 나는 내 모든 것을 버리고 너만 있는 세상으로 가고 싶었던 적이 있다.


몇 년 전 지인과 나눈 대화가 기억이 났다.

"가장 좋은 방법은 네가 누굴 만나더라도 너의 상황이 변하지 않는 것이야."


모든 것을 버리기 어려운 삼십 대 중반의 우리.

그런 너를 위해 나는 내 모든 것을 버리고 너의 세상으로 가보고 싶었다.

너를 버리지 못해 나를 떠난 너는 대답이 없구나.

그것이 대답이겠지.


그래.

이제는 붙잡고 있던 미련들을 놓아야겠다.

이제는 나의 추억속에서 억지로 붙잡고 있던 너를 놓아주어야겠다.


이렇게 잊어가고, 이렇게 살아가는 거겠지.

작가의 이전글 퇴근길 짧게 보는 노을이 나의 오아시스가 되는 것처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