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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글 Oct 31. 2022

퇴근길 짧게 보는 노을이 나의 오아시스가 되는 것처럼

몽글 002

열정적으로 사랑을 하다가 멈추었던 이십 대의 어느 날, 그 무엇보다도 나를 위해 살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기로 했다. 나를 다치게 하는 것은 하지 않기로 했다. 


이것저것 배웠다. 손으로 무엇을 만드는 것,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혼자서 또는 마음 맞는 친구와 함께 이것저것을 배우러 다녔다. 흔히 말하는 취미 부자, 금손. 그게 나를 부르는 말이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 때 힘이 나는 것을 느꼈다. 


어느 때에 누군가가 나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나는 이상적이고 두리뭉실하기만 한 '나만의 작은 가게를 가지는 것'이 어릴 적부터의 꿈이었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아무런 준비 없이 내뱉은 나의 꿈은 정말 내가 좇고 싶은 꿈이 되어버렸다. 


그 작은 공간은 카페를 하고 싶다는 생각과 연결이 되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카페에서 일을 배워야만 했었다. 카페에서 일을 하기 위해서 나이도 많고 경력도 없는 나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야만 했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자마자 평일 퇴근 후 4시간씩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현실에 부딪히기 전까지는 이상적이기만 했던 꿈이더라도 그 꿈을 좇았다. 


그러다 그 작은 공간은, 현실 속에서 더 이상 카페가 아닌 내가 좋아하는 것을 가르치고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면목동의 월세 20만원짜리 공간을 얻어, 좋아하던 것으로 나만의 공간을 채워나갔다. 그 작은 공간의 벽면을 크림색 페인트로 칠했고, 친구 어머니께 빌린 오래된 재봉틀로 하얀색 나비 주름 커튼을 만들어 달았다. 동네 목재상에서 합판을 주문해 내가 원하는 데로 가구들을 만들었다. 결도 모른 채 주문해서 폭이 좁은 부분은 갈라지려고 했고, 수평도 맞지 않아 이리저리 흔들렸다. 또 사포질을 덜해서 거친 표면은 잘못 만졌다가는 손에 가시가 박힐 것만 같았다. 투박하기만 한 그 가구들 위에 내가 만든 뜨개 제품들과 내가 만든 스테인드글라스 램프를 올려놓았다. 좋아하는 것을 가르치면서 수업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과 속닥거리는 시간이 좋았다.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기 위해 온라인 수업을 만들었다. 그 모든 것은 회사를 다니면서 이루어진 일들이었기에, 회사일과 병행하며 하루에 세네 시간씩 자도 괜찮았다. 일주일 내내 집에서는 잠밖에 안 자는 순간들도 괜찮았다. 이십 대의 나에게는 그런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지난 몇 년 동안은 나를 잃어버리고 살아온 느낌이었다. 그냥, 쉬는 게 좋고 잠자는 게 좋았다. 아마 모든 것에 지쳤었으리라. 

그래.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을 때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다시 찾고 싶다. 내가 좋아했던 것, 내가 좋아하는 것. 퇴근길 짧게 보는 노을이 나의 오아시스가 되는 것처럼, 하루 종일이 지겹고 힘이 들어도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숨통을 터주는 것.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자. 생각나는 것을 행동하자. 이십 대의 나처럼. 


올해는 꼭 한라산 등반을 해보자. 그 누구를 위해서도 아니고 나를 위해서. 내년엔 더 많은 책을 읽고, 더 많이 여행을 다니고, 더 많이 사진을 찍고, 더 많이 나를 사랑하자. 그것이 내가 행복해지는 방법일 것이다. 


내가 당신의 행복을 바랐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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