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책을 선물하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서촌 그 책방'으로 갔다. 책을 선물할 때 독립서점에 들르는 마음은 조금 즐겁다. 책방지기님은 당시 모집 중이었던 독서낭독 모임을 추천해주셨는데, '너무 해보고 싶지만, 저는 3월부터 어디 가요'라는 대답을 남긴 채 몇 년이 지났다.
그래. 그때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은 독서낭독 모임이었구나. 갑자기 무엇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서른네 살의 나는. 독서모임을 찾다가, 글쓰기 모임에 가게 되었다. 정말 어렸을 때부터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고, 인터넷 소설이 유행하던 학창 시절에는 너무 유치해서 눈뜨고 볼 수도 없는 인터넷 소설을 썼다. (손발 오그라들면서 다시 봐보고 싶지만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 욕구는 성인이 되어서도 한 번씩 올라왔는데, 내가 접할 수 있었던 것은, 출판을 위한 수업이나 모임들 뿐이었다. 그리고 또 잊고 살았다. 그냥, 블로그에 일상 이야기를 끄적거리는 것으로 만족하고 살았다. 그저 그 글을 누군가가 읽고 공감하고, 내가 기록으로 남기는 것만으로 만족하고 살았다.
우연히 알게 된 성내동, 한 공간의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처음에는 그저, 사색하기 좋아하는 내가 나의 생각을 글로 남기고, 모임 참석자들에게 글을 보여주고, 감상평을 듣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그러다 한 친구가, 정말 브런치에서 글을 썼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다. 브런치에 올라와 있는 글들을 보고 또 봤고, 내가 쓴 글을 보고 또 봤다.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기 위해 그동안 썼던 글들을 수정하고 살을 덧붙여 나갔다. 그러는 동안 '아 내가 글 쓰는 것을 정말 좋아하는구나.' 무엇을 제대로 배운 사람은 아니지만, '나만의 감성이 담긴 글을 쓰는 것을 참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글을 쓰고 싶었다. 한 명이라도 내 글을 보고 공감하며, 혼자만 외로운 게 아니라는 위로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우연히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어릴 적부터 난 참 감성적이었다. 고3 때 담임선생님은 내가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었는데, 나에게는 특별한 감성이 있어서 그걸 잘 키워나갔으면 좋겠고 나중에 내가 어떤 사람이 될지 궁금하다고 했는데, 결국 무엇이 되지는 못했지만, 그 말은 아직도 잊히지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