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정리하고 고이 개어 서랍에 다시 넣을 시간
몽글 010
그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그에게 말했다. 돌려 말하면 나는 못 알아들으니까, 직설적으로 말해달라고.
그런 나에게 그는 앞으로 그러겠다고 했다.
'조금이라도 관계를 발전해 나가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그걸 내가 막아서 미안해.'
원래의 그 답게, 완곡하게 돌려 말하는 그의 그 말에, 나는 왜 내가 보고 싶고 듣고 싶은 말만 보고, 미련을 놓지 못했던 걸까.
시작, 그것은 참 어려웠다.
타이밍도 맞아야 하고, 마음의 속도도 비슷해야 하고, 시작하고 싶은 마음도 같아야 했다.
그래. 시작이 그렇게 어려우니까 우리도 그랬던 거뿐이야.
이별, 그것도 참 어려웠다.
이별이 어려운 이유는 어쩌면 당연했다.
끝이라는 말 하나에 내 마음을 칼로 썰듯 뚝 끊어 낼 수 없었으니까.
끊어내야 하는 마음을 끊어내지 못하고 미련만 가득했으니까.
'나도 시간이 필요해'
내가 그에게 했던 그 말은 진심이었다.
내 마음을 정리하고 고이 개어 서랍에 다시 넣을 시간이, 나는 정말 필요했으니까.
너는 혼자서 끝을 정리하고, 마음을 비우는 시간을 가졌을지 몰라도, 나는 이제야 정리를 시작해야 하니까.
결국 시작도 못하고 끝도 못 내는 내 마음은 또,
끝과 시작 그 사이에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