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고 동료들과 한 카페를 갔다. 커피의 맛은 평소 같았지만, 카페에는 평소 같지 않았던 것이 있었다. 바 위에는 종이가 놓여있었는데, 그 종이에는 '행복했지만 불안했던 기억이 있나요? 있다면 적어주세요.'라고 적혀있었다. 한 5초 정도 나는 글쓰기 모임에 왔다는 착각이 들었다. 내가 다녔던 글쓰기 모임은 매주 주제가 주어졌고, 주제를 듣자마자 우리는 어떤 글을 쓸지 생각하기에 바빴다. 카페에 있던 그 종이를 보고, 나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질문만 적혀있던 그 종이에 하마터면 내 생각을 적을 뻔했다. 아마 적었더라면, 동료들에게 놀림받았겠지.
며칠이 지나고, 혼자 산책을 나와 걷던 중 나는 사색에 빠져 카페에 갔었던 그날로 다시 돌아갔다. 그리고는 펜을 들어 그 종이에 적고 있었다. '행복했지만 불안했던 기억은, 설레지만 상처받을 것 같은 마음일 것이다. 기대하지만 불안한 마음일 것이다.'
기대는 나에게 설렘과 달콤한 행복을 줬다. 행복한 꿈에 젖어 더 높이 하늘을 날수록 떨어질 때의 타격감은 컸다. 마음의 상처가 되었다. 그 마음의 상처들은 하늘로 높이 올라가고 싶은 나를 훨훨 날지 못하게 했다. 또 떨어지면 어쩌지. 과거의 상처들이 내 발목을 얽매었다.
어느 날 한 문구를 봤다.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기꺼이 날개를 펴보는 용기. 다시 시작점에 서서 날아보는 용기.
그 말은 참으로 용기 있는 자가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상처는 받을수록 익숙해지는 것이 아니라, 또 상처받을 것 같은 불안한 마음을 줬고, 다시 시작하기 두려운 마음을 줬다.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기꺼이 상처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는 듯이,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을 용기를 낼 수 있는 날이,
내게도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