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일기 일곱 번째 이야기

부산의 온천장 숨은 보석, 커피맛집, 모모스

by 몽환

요즘 들어 부산에 가면 온천장에 꼭 들르는 거 같다.

내가 커피에 눈뜨게 된 모모스는 최애 카페이다.

그 꿈 많던 시절, 흐릿하던 미래와는 달리 에너지가 넘치고 긍정적 아이였던 나는

커다랗고 무거운 노트북에 내가 그린 그림을 붙인 이른바 "오타쿠"의 모습으로 그곳을 찾았다.

작업을 한다며 커다란 창을 열면 그냥 낙서나 끄적거리는 장난 같은 업무를 끝내곤 했다.

좀 아쉬운 점은 아이스 카푸치노 메뉴가 사라진 것이다.

나의 첫 번째 커피는 카푸치노였기 때문에.





부산에서는 거의 모든 스케줄을 엄마에게 맞추었다.

나의 일정은 쉬면서 한의원이나 다녀오는 것이 다였고, 블루투스 키보드나 종이, 펜, 크레파스를 들고 다니면서 하고 싶은 것을 골라서 했다.


나는 2시부터 시간이 났는데 (물론 12시에 기상했지만) 오늘도 어김없이 발 따라 길 따라 일정을 시작했다.

빵과 커피를 먹기 위한 발걸음.

나는 한가로이 노래를 들으며 이런저런 영상을 찍어댔다.

꾸물거렸던 나, 카페에 다다르자 시간은 4시 30분이 되었고 빵은 거의 소진된 뒤였다.

디저트를 고르지도 못하고 있는 빵으로 골랐다.

지난여름, 장마시즌에 촉촉한 피톤치드감성의 모모스는 너무나 좋았는데 아마도 그날은 평일이라 사람이 없어서 더 좋았나 보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은 내 감성이 터지진 않았다.

주말에 나선 모모스는 사람도 많고 어지러웠다.

하지만 커피와 빵이 목적이던 나는 다른 건 딱히 상관없어졌다.


라테와 빵이 나오고 기분이 좋아졌다.





오늘은 그림보다는 글이 잘 써지는 날이었다.

요즘엔 모든 감각을 세심하게 바라보려고 노력한다.

오늘은 그런 감각에 걸린 것이 바로 나의 맛있었던 커피에 대한 첫 경험, 그리고 공간에서의 추억이었다.

대학교 선배와 함께 작업한다고 나선 모모스에서는 오히려 선배가 내 모습을 그려주었다.

그 그림이 어디 있는지 찾을 수 없지만 옆모습을 그려준 선배의 그림에 무척 기분이 좋았던 기억 났다.

너무 좋아하는 곳이라며 친구들을 모조리 데려와서 뿌듯해하던 나의 모습, 동래구는 사실 나에게 더 많은 추억이 있었다.





미대입시시절, 나는 명륜동에서 입시미술을 준비했었는데 미술 하는 같은 학교친구 한 명과 학원을 다녔다.

친구는 자기주장이 확실하고 학원을 착실히 다니는 편은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학원에서 항상 혼자 있었던 것 같다.

고등학교 2학년부터 3학년까지 짧은 시간이어서 그런지 명륜동을 정말 자주 갔지만 내겐 너무 어려운 장소였다.

그런 내게 모모스는 참 그 예전의 잔잔한 기억을 잊게 해 줄 만큼 예쁘고 사랑스러운 공간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온전히 나 혼자 즐길 수 있을 만큼 어른이 된 지금,

어린 날의 나를 회상하며 추억하니

이 또한 너무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이만큼 삶을 즐길 수 있는 어른이 되었고, 서투르고 숫기 없던 어린 날의 나는 또 순수하고 담백했던 것 같다.


이 두 가지는 나에게 행복감을 준다.

성장은 정말 예쁜 그림 같다.

아픔이 있기에 성장이 있고, 외로움을 알기에 사람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역설적인 결론.

그래서 나는 늘 과정이 험난하더라도 좋은 게 좋은 게 되는 사람이다.

과정이 나에게 많은 아픔을 남겼다 할지라도, 지나 보면 예쁜 추억이 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커피를 먹는 하나의 행위는 참 다양한 기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맛있는 감각에 모든 걸 잊게 해 주기도 하는 완벽함을 가진다.


우드향 모모스는 오늘도 고소한 커피 향을 내뱉으며 내게 인사했고

나는 차가운 라테를 마시며 시큼한 커피를 맘껏 향유했다.

근데 사실 몰랐다.

내일도 온천장에 오게 될 거란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