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머문 자리마다

by 몽유

비는 속을 적시고 나서야

꽃을 피울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상처가 지난 자리에

새살이 돋고 숨이 트이는 것처럼

비명으로 울던 마음에도

잊었던 사람이 다시 올 테다


그날까지 기억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흉터는 나 혼자만 가져도 괜찮으니

이미 오래전부터 나의 상처를 적시던

아물지 못한 말, 흩어진 숨결까지도

젖은 기억의 조각들을 손에 쥐고

천천히 내 안을 걷고 있다


그림자 하나, 말없이 봄을 기다린다

어둠 속에서 가쁜 숨을 고르던 나는

손에 쥔 기억이 더는 아프지 않을 때까지

자주 멈추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러는 동안에 내 안의 불안한 계절은

조용히 너의 문을 향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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