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무겁다
묘비처럼 땅에 누워
꽃도 눈물도
무늬 없는 돌 위에 스며들지 못한다
나는 한 줌 흙이 되겠다
이름도 무게도 벗고
봄바람에 흩어져
누구의 발길에도
채이지 않는 길이 되겠다
새들은 묘지를 스쳐 날아
민들레는 고개를 들고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노래를 부른다
죽음이 말 없는 협박이라면
나는 그 침묵을 비워낼
또 다른 침묵이 되겠다
흩어짐이 끝이 아니라
더 많은 생명으로
번져가는 것임을 기억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