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그물을 짓는다

by 몽유

어둑한 저녁, 익숙한 시선 너머

투명한 실을 짓기 시작한 기억이

바람 사이를 떠돌았다

지나치지 못하고

머물다, 다시 떠나기를

자주 반복했다


짧은 하루 사이

어지럽게 흩어진 조각들

내 안에서 엉켜 올라오고

이름을 잃은 얼굴들

창가에 기대었더니

빛에 젖은 채 사라졌다


함께 거닐던 바다는, 여전히

촘촘한 그물 속에서 출렁이고

그날, 파도는 부서졌지만

잠 못 드는 그의 꿈 속에서

가느다란 무게추가

바쁘게 왕복운동을 한다


누군가, 내 속에 얽혀있는

선명했던 이름을 바꾼다

매번 다른 얼굴을 들이민다

그의 눈꺼풀 아래, 언젠가 나도

작은 점으로만 남을

기억은 무늬를 바꿔 달아나도

그물은 다시 펼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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