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낙비가 내리던
그 새벽의 들녘에서
빗소리인지, 멀리 신음소리인지
그는 그 길로 사라졌다
그날 이후
나는 매일 같은 새벽, 그 자리에 선다
물안개는 매번 다르게 피고
공기는 여전히 젖어 있어
슬픔은 마르지 않는다는 걸
이제야 배운다
그가 걷던 길을 따라
벼 줄기 사이로
그의 이름을 부르면
이슬이 울음처럼 흘러내리고
어느 날엔가
물 위에 그림자가 지더니
또, 다음 날은
풀잎이 목소리를 흉내 낸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이 모든 것은, 그가 아니라
그가 사라진 자리라는 걸
마지막, 얼굴을 보였던 고갯길
그곳에는 언제나
그의 뒷모습이 서 있다
나는 항상 달려가 보지만
그는 언제나 안개로 흩어진다
오늘 새벽에도
그 자리에 서서
나는 또다시
그를 잃고 만다
안개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