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의 방

by 몽유

1

밤마다 안방문을 두드리면

죽음보다 조용한 그곳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수조 속이다


아내는 등을 내민 채 베갯잇에 묻혀 있고

수면 위로 올라오는 건

휴대폰 알림 소리와 흐릿한 전등 빛뿐


2

어릴 적, 방바닥에 눕힌 내 옆에서

엄마는 머리칼을 말리고 있었다

땀이 밴 목덜미에서 비누 향이 났고

나는 잠들기 전, 언제나 그 향을

오래도록 꼭 껴안았다


엄마는, 그때 내가 없으면 잠을 못 잤어

아무도 없는 곳을 보며 웃곤 했지


3

안방에는 텔레비전과 젖지 않은 수건

나눠 쓰지 않는 이불이 있고

나는 늘 한쪽 귀퉁이에서

정리되지 않은 셔츠처럼 접혀 있다


아내는 몸을 잠그고

아들은 이불속에서 밤늦게

유튜브를 본다

소리가 끊기고, 화면이 꺼지면

나는 조용히 등을 돌려

엄마가 쓰다듬던 베개 자리를 더듬는다.


4

사각의 방, 한가운데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빛이

나를 오래 본다

나는 침묵의 수조 속에서

산소 대신 숨을 삼킨다


안방은 둥글 수 없다는 것을

이제,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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