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無明)의 바다

by 몽유

이틀 동안

바다에 머물렀다

살아 있다는 감각은 사라지고

피부에 스며든 소금기만이

내가 있었다는 흔적을 남겼다


남서풍은 예고 없이 불어

내 안의 구조를 허물고

파도는 무턱대고 휘몰아

잉태한 생각의 시체들을

제 속에 흩뿌렸다


오늘은

햇빛조차 무색하고

축축한 안개가 이마를 덮었다

나는 나에게조차

목소리를 숨겼다


도무지 알 수 없는 것은

나라는 화두

나를 몰라서가 아니라

이미 내가 아니라서

모를 수밖에 없었다


무수한 나

어느 것도 참이 아니라는 것

어쩌면 처음부터 알고 있었겠다

내 안에 숨겨진 고요는

침묵이 아니라

무너진 의미의 폐허


나는 이제

내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다만

소금기 묻은 손끝에

남겨진 바다의 흔적을

조용히 더듬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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