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다는 착각으로
겨우내 가지를 부여잡고
말라가던 너는, 끝내
흙으로 지고도
장례식도 치르지 못했다
한때 붉었던 몸은
검은 시멘트바닥 위에서
무심하게 짓이겨지고
어디에도 피지 못한 말들만 남아
진창 속에 스민다
어느 누구의 발에도 밟히지 않는 것이
이토록 외로운 일일 줄이야
버려지는 건
지워지는 것보다
더 깊은 사라짐이다
그러니,
다음 봄이 오더라도
너는 다시 피지 마라
그 또한 착각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