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은
그림자의 유서를 펼쳐놓고
한 글자씩 내 이름을 지워간다
오래전, 이름 잃은 나무 아래
내가 한때 사람처럼 숨 쉬던 기억조차
고요히 삼키고 있다
숨을 죽이면
비로소 내 안의 목소리가 들린다
어디선가 나를 부르던 적막
그게 처음이자 끝이었다
어둠은 말이 없다
말 없는 것이 오래 남는다
누구도 오지 않는 이 밤
나는,
나의 그림자에게조차
작별을 고해야 한다
살아 있다는 감각은
이토록 쉽게 벗겨지는 옷인가
시간이란 손은
지나간 나를 만지지 않는다
남은 것이라곤
지워진 내 이름의 흔적뿐
기억이 잊는 순간조차 기억하며
스스로 무너지는 나뿐
이 고요함을 탓하지 마라
이 밤은 다만,
잊힌 존재들이 우는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