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등걸

by 몽유

소나무 껍질처럼 깊은

어미 손등에 얹힌 햇보리 몇 알

서걱대는 바람 따라

등처럼 흔들린다


어느새 말라붙은 논두렁에서

삐걱이며 뛰놀던 어린 발자국들

겨울 지난 지 언제인데

아직도 배 고프다


솥뚜껑 한 켠에 식어 붙은 눈물

퍼먹을 것도 없이

숟가락은 늘 바닥을 긁었다는

아비의 시절


그래도 이팝나무는

눈처럼 하얗게 피어나고

소쩍새는 울어야 한다


곯는 입이 아니라

말라붙은 마음이

먼저 시들어가던 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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