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것보다,
붙잡을 수 없는 기억을 견디는 일이 더 무겁다
돌아올 수 없는 길을 스치는
너의 발자국은
짙은 물안개 속에 잠겨
금세 사라지고
남겨진 메아리는
밤새 내 가슴을 두드린다
떠나간 이의 발뒤꿈치는
남은 자의 눈보다 더 시려서,
빛은 어둠 속에서도 얼어붙고
걸음마다 서늘한 바람이 스쳐간다
길 위의 계절은
언제나 제멋대로 흘러
한여름에도 서리가 내리고,
한겨울에도 낙엽이 흩날리니
나는 끝내 손을 뻗지 못한 채
무너지는 길의 가장자리에 서서,
너의 등을 삼킨 어둠이
내 그림자까지 끌어당기는 것을 보았다
보내는 일이 아니라
잊는 일조차 허락되지 않는,
끝없는 귀로는
내 안에 무덤처럼 파이고
눈꽃처럼 흩어진다, 밤이 더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