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바다의 끝에서는
계절보다 바람이 먼저 늙어간다
사람은 바람에 깎여 이름을 잃고
파도는 제 목소리를 삼키며 밀려간다
가을바다에 서서
무너지는 수평선을 본다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한 줄의 상처처럼 번지고 있었다
사람의 발자국은 곧 지워지고
남은 것은 바람의 그림자뿐
어디선가 울음 같은 파도소리가
시간의 가장자리를 흔든다
가을, 바다는 죽은 것들을 품어
더 깊어지는 법이다
침묵을 안은 물결들 사이로
나는 한 조각 그림자로 흩어지고
이름 모를 별 하나
검은 물 위에 떨어질 때
비로소, 바다는
조금 더 어두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