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박(碇泊)의 의미

by 몽유

정박(碇泊)의 의미


밤의 바다는

더 이상 밀려오지 않는다

도착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아무 말도 꺼내지 않기로 한 얼굴이다


정박한 배들 사이로

끝내 말하지 않은 문장들이

밧줄처럼 늘어져

물속으로 내려간다


파도는 낮게 숨을 고르고

부서질 기회마저

스스로 접어 두었다


이 바다 앞에서

기다림은 부질없는 혼돈이다

아직 돌려줄 말이 남아 있을 때의

자세라서 미련이다


밤은, 이름을 삼킨 이후

더욱 깊어졌고

깊어진 것들은

소리를 잃는 대신 무게를 얻었다


묻지 않는다는 것은

돌아오지 않을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곳엔

흔들림만 남아 있다


말이 되지 못한 것들이

가라앉지도

떠오르지도 못한 채

정박한 채로 흔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