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전(公轉)
너를 바라보는 눈으로는
낮과 밤을 구분할 수 없어
눈을 감아도 새어나오는 빛
너의 그림자 속에 갇히고
시간은 흐르지 않아
너를 중심으로 정렬되었다
네가 웃으면 계절이 앞당겨지고
침묵하면 시계는 멈춰져
나는 중력을 잃고
너의 궤도를 도는 파편이 되어
부서질 때마다 너를 닮아갔다
사랑이라 불렀지만
존재의 이유였다
생각하고, 숨 쉬고
온전히 회전하는 것까지
너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나는 이미 포획되어 있었고
단지 거기 있었을 뿐이라
모두를 잃고 말았다
지금도 우주는 멀쩡히 돌고 있겠지만
나의 시간은
여전히 너를 중심으로
탈출 속도를 계산하지 못한 채
정지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