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冬至)
밤이 깊어진다는 날에
어둠은 스스로의 무게를 견디고
해는 멀리로 물러나
돌아올 이유를 찾지 않는다
나는 짧아진 낮을 접어
가슴속에 넣고
심연까지 닿은 밤의 바닥을
손끝으로 더듬고 있다
그러나 여기까지 오면
더 잃을 빛도 없다는 듯
어둠은,
조용히 한숨을 고르고
차가운 시간 속에서도
씨앗은 잠들지 않고
뿌리들은 사라짐이 아니라
늦은 준비를 한다
밤이 가장 길다는 것은
빛이 다시 올 수밖에 없다는
오래된 약속이다
나는 아직 어둠 속에 있으나
이미 돌아오는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