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by 몽유

나무


나무는 끝내

자신이 선 땅을 말하지 않았다


비에 젖은 나이테 속에는

사람의 이름처럼

부르다 사라진 계절들이

검정 딱지처럼 눌어붙어 있고

한 번도 돌아오지 않은 바람들이

껍질 안에서 마른 기침을 했다


뿌리는 늘 아래로 향했지만

거기엔, 이미

기억보다 먼저 부패한

시간의 잔해가 묻혀 있었고

자라며 잃는 법을 배웠다


붙잡을수록 더 깊이 갈라지는 균열

흉터가 아물다간 자리에는

소리는 남지 않았고

잘려나간 몸은

비명 대신 고요를 흘렸다


쓰러져 누운 뒤에도

쉽게 죽지 못해

시간의 결을 따라 어둠을 더듬었고

썩어가는 속살로는

숲이 되지 못할 줄 알면서도

섰던 자리를 향해 몸을 기울였다


나무에게 기억이란

떠나보내는 법을 잊은 상처의 흔적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