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간다
이미 비어버린 얼굴로
살아 있다는 말이
거짓처럼 들리는 시간에
바다에 간다는 것은
몸을 옮긴다는 뜻이 아니라
남아 있던 이름을
하나씩 버린다는 말이다
발자국은 곧 지워질 것을 알고
더 깊게 찍히고
그 흔적을 먼저 떠나보낸다
어둠은 물보다 느리고
파도는 조용하다
울음은, 바다에서
소리 나지 않는 방식으로 익사한다
바다에 간다
돌아오기 위해서가 아니라
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
그래서 이 시제는
미래가 아니라
지워지지 않는 과거에 가까워
끝없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