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란 얼굴
밤은 스스로의 무게로 내려앉아
창가에 쌓여 있던 옛 그림자들을
두드리고 있다
나는 문득, 오래전 손끝에서 흘려보낸
한 사람의 온기를 더듬고 있다
말하지 못한 순간들은
아직도 내 안에서 작게 떨리고
사라진 발자국을 따라가다 멈춘 그 자리에
언젠가의 숨결이 부서진 채 남아 있다
바람은 스스로의 숨결을 자꾸 흩어놓아
마치 잃어버린 문장을
다시 쓰지 못하게 하는 것만 같다
그러나 흩어짐 속에서만
남겨지는 것들이 있다
그리움은 언제나
내 자신을 숨기려다 드러나는 빛이다
잊힐수록 더 또렷해지는 음영이다
사랑이 머물렀다는 마지막 증거다
이 조용한 어둠의 언저리에서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듯
내 안의 그리움도
언젠가 스스로 얼굴을 갖게 될까
새벽과 밤 사이
차갑게 떨리는 한순간의 숨이
그 얼굴을 만들어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