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란 얼굴

by 몽유

그리움이란 얼굴



밤은 스스로의 무게로 내려앉아

창가에 쌓여 있던 옛 그림자들을

두드리고 있다

나는 문득, 오래전 손끝에서 흘려보낸

한 사람의 온기를 더듬고 있다

말하지 못한 순간들은

아직도 내 안에서 작게 떨리고


사라진 발자국을 따라가다 멈춘 그 자리에

언젠가의 숨결이 부서진 채 남아 있다

바람은 스스로의 숨결을 자꾸 흩어놓아

마치 잃어버린 문장을

다시 쓰지 못하게 하는 것만 같다

그러나 흩어짐 속에서만

남겨지는 것들이 있다


그리움은 언제나

내 자신을 숨기려다 드러나는 빛이다

잊힐수록 더 또렷해지는 음영이다

사랑이 머물렀다는 마지막 증거다


이 조용한 어둠의 언저리에서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듯

내 안의 그리움도

언젠가 스스로 얼굴을 갖게 될까

새벽과 밤 사이

차갑게 떨리는 한순간의 숨이

그 얼굴을 만들어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