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폐색, 그 후

by 몽글




혼자 견뎌야 했던 시간은 계속되고 있다. 그렇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적응점과 변화점이 생겨났다.

내 경우, 장폐색의 원인이 구조적인 문제이다 보니 평생을 관리하며 조심해야 한다. 당연히 소화력이 전 같지 않고, 먹는 양도 줄었다. 다행히 식욕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복직 후 얼마간은 죽을 싸와서 먹었다. 차츰 일반식을 먹게 되면서,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메뉴 선택의 폭을 적게 두고 조금씩 늘려갔다. 처음에는 모든 메뉴 하나하나가 도전의 시간이었다. 늘 먹던 음식들이 나에게 어떤 식의 해악이 될지 가늠하며 공들여 식사를 해야 했으니까.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식사하는데 들이는 시간이다. 시간을 들여 꼭꼭 씹어 먹고, 적은 양을 천천히 넘기려고 노력하고 있다. 점차 적응이 되는 건지, 점심식사 시간이 좀 단축된 기분이 드는 날도 있다. 아, 오늘은 비빔밥을 먹느라 평균치를 넘어서 길어지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부서원들이 점심을 오래 먹는 나를 기다려준다. 기다려주는 마음이 고맙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쩐지 마음 한구석이 까슬거린다. 고마움과 미안함이 뒤섞인, 그러면서도 나를 기다리는 것인지 각자 사유의 시간을 즐기는 것인지 모르겠는 물음표 가득한 시간.


이전보다 시간을 들이는 또 다른 것이 있다. 바로 식단표. 일주일씩 공지되는 식단표를 출력하여 어떤 메뉴를 먹을지 미리 살핀다. 새우가 쓰인 메뉴는 당연하게도 제외된다. 필요할 때 갤러리에서 꺼내보기 좋으라고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도 해둔다. 나의 새로운 주간 루틴이 생겨난 것이다.




거리낌 없이 메뉴를 고르는 즐거움은 더 이상 나에게는 없다. 다만, 메뉴 앞에서 잠시 숨고르고, 씹는 횟수를 세며 시간을 늘리고, 선택하는 메뉴의 폭과 먹는 양을 점차 늘려가며 새로운 즐거움을 배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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