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오스

by 몽글




달콩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달콩이는 본가에서 보살피던 반려견이다. 엄마와 동생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 나는 달콩이에게 고마움과 함께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

대학 졸업 후 회사를 다니면서 본가를 나와 살게 되었다. 초-중-고-대까지 운이 좋게도 학교와 집이 가까운 거리여서 본가에서 통학을 했다. 그래서 본가를 떠나 사는 건 군 복무 약 2년을 제외하고는 처음인 셈이었다. 나와 나의 가족 모두에게 말이다. 이후 결혼을 한 뒤로는 공식적으로(?) 분가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우연히도 그맘때쯤 엄마에게 심리적으로 힘든 일이 겹치게 되었다.

심리적 힘듦을 겪던 엄마에게 우연히도 달콩이가 나타났다. 유기견 보호 센터에서 만나 입양을 결정했고, 그렇게 가족이 되었다. 입양 당시에는 3살 또는 4살 정도라고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동물 병원 등에서는 그보다는 더 성견일 거라고 짐작했다.

달콩이가 집에 들어오고 엄마는 심리적으로 의지를 많이 했다. (그런 것으로 보였다.) 마치 둘째 아들을 들인 것처럼 말이다. 내가 느끼기에는 나에게 의지하던 마음이 달콩이에게 돌아간 듯했다. 그래서 나는 달콩이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동시에 안고 있다.


우리 집에 온 지 9년을 꽉 채우고 달콩이는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센터에서 말했던 3~4살이었다면 12~13살밖에 되지 않았을 텐데, 아마도 그보다는 성견이었을 듯하다. 6~7살 정도였을 듯하고, 오늘로 15~16살이었을 것 같다. 그간 보였던 각종 증상을 고려해 보면 말이다. 백내장으로 한쪽 눈 시력을 완전히 잃었고, 치매도 겪고, 관절 건강도 매우 좋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이라고 여기는 점은 이번 달 엄마와 동생의 생일이 있었는데, 이 모두를 함께하고 나서 떠났다는 것이다. 특히 어제, 동생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온 가족이 모였고, 그 모습이 달콩이의 마지막이었다. 사람도 그렇다고 믿는 편인데, 달콩이도 마지막으로 모든 가족을 만나보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현재 대한민국 법령상 동물의 사체는 세 가지 방식으로만 처리할 수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동물 장례 업체를 통한 화장이다. 정식 등록된 동물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르고 화장을 하는 것인데, 인간의 장례와 가장 유사하다고 한다. 두 번째는 동물 병원에 위탁 처리하는 것이다. 다만 동물의 사체는 병원에서 발생하는 '의료 폐기물'로 분류되어 다른 사체들과 함께 단체 소각된다고 한다. 그리고 가장 충격적인 세 번째는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넣어 배출하는 것이다. 황당하게도 이것이 법에서 허용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법적으로 동물의 사체는 '폐기물'로 분류되기 때문에, 생활 폐기물 봉투에 넣어 배출하는 것이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하게 합법적인 '투기' 방식이다. 주의해야 할 점은 개인 사유지 매장은 '불법'이라는 것이다. '내 마당이나 뒷산에 묻어주는 건 괜찮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는 폐기물 관리법 위반으로 과태료 대상이라고 한다. 사실상 '땅에 묻어주는 것' 자체가 현재 법으로는 금지되어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법에서 동물은 여전히 물건의 지위에 머물러 있다. 때문에 키울 때는 등록을 강제하고 (유기견 방지와 방역 목적), 생명이 다하면 폐기물로 분류되는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사랑으로 키울 때는 '가족'이라 이름 붙이며 등록하라더니, 떠날 때는 '쓰레기봉투'를 내미는 이 차가운 법의 괴리가 달콩이를 보내는 이의 마지막을 더 무겁게 만든다. 물건이 아닌 생명으로, 가족으로 온전하게 보내줄 수 있도록 세상이 더 나아지기를 바라본다.




오늘 밤부터는 고통과 통증 없이 편히 쉬기를, 달콩이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한다. 아디오스.


*** '아디오스(Adios)'는 스페인어로 '신에게로(A Dios)'라는 뜻을 품고 있다.



꽃과 달콩
그림자는 미남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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