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츠 인 마이 백

by 몽글

여름의 내 가방 속 최애템. 여름이면 빠트리지 않고 챙겨 다니는 아이템은 손풍기와 손수건이다. 두 아이템 모두 내가 땀이 많기에 꼭 필요한 아이템이다. 과거에는, 손풍기가 메인 아이템, 손수건이 보조 아이템이었다. 땀이 되도록이면 나지 않게 하고 싶거나 혹은 나더라도 덜 나게 하고 싶어서 손풍기를 늘 손에 들고 켜두곤 했었다. 그럼에도 땀은 어김없이 흘렀기에, 흐르는 땀을 사후적으로 닦아내는 목적으로 손수건이 필요했다. 그런데 대략 작년부터였던가, 손수건이 메인 아이템으로 등극했다. 땀은 어차피 흐르는 것이니, 손풍기를 사용하며 애써 노력하는 것보다 손수건으로 자주 땀을 훔쳐내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손수건은 여름에만 필요한 게 아니다. 계절 가릴 것 없이 유용하다. 나는 한 겨울에도 땀이 난다. 내 몸집을 두 배로 만들어주는 두꺼운 패딩을 입고 차디찬 실외에서 몸이 녹아내리는 실내로 들어서면, 그때부터 땀이 난다. 환절기인 봄, 가을에도 마찬가지이다. 손수건은 공동화장실 세면대 근처에 손을 닦을 무언가가 없는 때에도 당연히 유용하다. 그래서 그 뒤로는 어딜 가든 손수건을 항상 지참한다. 손수건 얘기를 하다 보니 주말에 있었던 일이 떠오른다.

주말에 운전하여 처가댁에 가던 중이었다. 코에서 콧물 같은 게 흐르나 싶어 손수건으로 닦았다. 손수건은 운전 중에도 늘 옆에 둔다. 운전 중에는 차내에 에어컨을 틀어두니 무슨 필요가 있을까 싶겠지만, 코로나19를 겪었던 이후로 뒷 머리에 땀이 수시로 나기 때문에, 그 상태로는 헤드레스트에 머리를 기대어 두기가 좀 께름칙해서 땀이 나면 곧장 닦을 용도로 손수건을 가까이에 둔다. 그런데, 손수건으로 코를 닦는 그 순간, '어? 이거 코피다!' 싶었다. 아는 사람은 알 테지만, 콧물과 코피는 흐르는 감각부터 조금 다르다. 조금은 놀랐지만 그래도 애써 평온한 척하면서 아내에게 휴지를 달라고 했다. 오른손으로는 핸들을 부여잡고 왼손으로는 손수건으로 코를 틀어막으면서.

세종포천고속도로의 남한산성 터널 구간을 지나고 있을 때였는데, 이 터널이 길이로만 따지면 국내 2위에 해당하는 긴 터널이라고 한다. 그 터널의 중간쯤 지나던 때였을 듯하다. 날은 또 어찌나 맑았는지, 햇볕에 운전을 방해받지 않으려고 선글라스도 쓰고 있었다. 그런 중에 양손이 속박되니 선글라스를 벗지 못한 채 어두컴컴하게 터널의 남은 구간을 달렸다. 터널 끝에 다다르면서 나들목을 빠져나와 교차로 빨간 신호에 멈춰 선 뒤에야 손수건을 치우고 휴지로 코를 틀어막았다. 처음에는 놀랐던 아내는 큰 일 아닌 것에 안심하면서도 보약 한 재 해 먹어야겠다느니, 복날에 보양식을 챙겨 먹지 않아서 그렇다느니, 잔소리인지 뭔지 모를 걱정 섞인 말을 뱉어냈다.

어렸을 때는 코피가 꽤나 자주 흔하게 났었다. 씻다가도 코피가 나고, 수업 중에도 코피가 나고, 가만히 있는데도 코피가 났었다. 그 당시에도, 어린 나의 보호자였던 엄마는 현재 나의 보호자인 아내와 같은 접근으로, 한의원을 찾았고 한약을 지어 먹였다. 어릴 때부터 한약을 자주 접해서인지는 몰라도, 나는 커서는 한약재 냄새가 섞인 그 특유의 향이 나는 마실 거리를 그다지 꺼리지는 않게 되었다.

다가오는 토요일이 말복이라고 한다. 지나간 중복은 내 생일과 겹쳤었다. 그래서 중복날에는 내 생일 상을 받았었다. 뿐만 아니라, 생일 선물 중 하나로 손수건을 받았다. 사실, 손수건이 이별 또는 헤어짐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알고 있기에, 선물로 받는 것이 맞을까 생각해 본 적 있다. 그런데 그런 건 20대 청춘일 때나 의미 있는 해석일 테고, 마흔이 지척인 지금은 그런 게 뭐 대수일까 싶어 개의치 않기로 했다. 두피에서 흐르는 땀을 당장 닦아 낸다는 의미가 더 소중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번 말복에는 몸보신을 핑계로 몸에 좋은 음식을 찾아 거하게 먹어야겠다. 삐질삐질 흐르는 땀을 손수건으로 닦아내면서 말이다.


- 2025년 8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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