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urse of Bigness], Tim Wu
강력한 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저자의 명료한 메세지에 탄식이 절로 나왔다. 나의 2020년 올해의 책 리스트에 이미 선정.
저자인 Tim Wu는 현재 컬럼비아 로스쿨 교수로 있고, 오바마 정부의 경쟁정책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내가 사상적으로 동조하는 neo-pregressive movement의 최전선에 있는 학자이다. Tim Wu의 다른 저작들에도 관심이 간다.
서론의 첫 페이지부터 저자는 강력한 메세지를 던진다.
> As [the Gilded Age] has taught us, extreme economic concentration yields gross inequality and material suffering, feeding an appetite for nationalistic and extremist leadership. Yet, as if blind to the greatest lessons of the last century, we are going down the same path. If we learned one thing from the Gilded Age, it should have been this: The road to fascism and dictatorship is paved with failures of economic policy to serve the needs of the general public. (p.14)
경제권력의 집중은 정치권력의 집중으로 이어진다. 19세기 초의 파시즘과 독재는 모두 그 뒤의 독점기업이 있었다. 이 단락을 읽었을 때 문득 든 생각: “왜 이 말을 이제서야 처음 듣게 된 거지?” 경제이슈를 “경제학”의 영역 안에서만 생각해 온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경제는 그 사회의 일부분이고, 따라서 경제와 관련한 이슈는 사회의 다른 분야와 밀접한 관련을 맺을 수 밖에 없다.
저자가 거대기업들의 등장을 반대하는 이유는 매우 정치적이다: 거대기업은 결국에는 민주주의의 적이 된다.
> What we must realize is that, once again, we face what Louis Brandeis called the “Curse of Bigness,” which, as he warned, represents a profound threat to democracy itself. (p.15)
19세기 말부터 미국에서 시작된 트러스트 현상 (Trust Movement)는 미국의 거의 모든 산업을 Trust라는 형태로 묶어 사실상 독점 혹은 과점 체제로 변화시켰다. 대충은 들어 알고 있었지만, 밑에 나오는 앤드류 카네기의 예시는 너무나도 극적이다.
> By the early 1900s, nearly every major industry in the United States was either already controlled by, coming under the control of, a single monopolist....To take just one example: To create the U.S. Steel monopoly, and eliminate Andrew Carnegie as a competitor, Morgan agreed to pay him a sum that immediately made Carnegie the richest man in the world, and one of the richest in history. (p.26)
위의 이야기를 읽으면 처음에는 깜짝 놀라게 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2020년에도 비슷한 현상이 그대로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페이스북은 자신들을 위협하던 Instagram 과 Whatsapp을 상대로 경쟁하는 대신 그들을 엄청난 값에 사들였다. 아마존이 Diaper.com 을 죽이기 위해 기저귀를 손해보면서 팔고, 결국 망한 기업을 인수했던 스토리도 잘 알려져있다.
흥미로운 점은, 현재 IT 기업들의 독과점을 “승자의 과실”이라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19세기 말에도 그대로 있었다는 것이다.
> In the same way that Silicon Valley’s Peter Thiel today argues that monopoly “drives progress” and that “competition is for losers,” adherents to the Trust Movement thought Adam Smith’s fierce competition had no place in a modern, industrialized economy (p.26)
20세기 초 미국은 이 강력했던 Trust Movement를 반독점정책(Anti-trust policy)으로 막는데 성공하였다. 하지만 60년대부터 Antitrust Policy는 뜻밖의 시련을 만났는데, 그것은 바로 시카고학파의 등장이다. 시카고 학파의 주된 논조: “지금 존재하는 상태는, 가장 강한 자들이 약한 자들을 물리친 상태이다. 승자들만 남은 세상은 가장 효율적인 세상이다. 따라서 정부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 단순한 논조에 사회경제 대부분 분야의 담론이 큰 영향을 받았다.
> As [John] McGee once put it, one must begin with “the strongest presumption that the existing structure is the efficient structure.” In other words, they began with a presumption that antitrust was unnecessary, based on the *laissez-faire* idea that problems work themselves out, and most of the time we live in the best of all possible worlds. (p.65)
돌이켜보면 시카고학파의 이론에는 상당히 많은 결함이 있어서, 이론이라기보다는 종교에 가까운 느낌을 받는다. 정말 그들은 “승자들이 한 번 시장을 장악하면, 다른 플레이어들의 진입을 막은 후 이윤을 독차지하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독점체제가 얼마든지 비효율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논리적 완결성을 지키기 위해 애써 무시한 걸까?
> A cascade of Chicago School paper based purely on price theory and ignoring any strategic considerations (let alone evidence), suggested that the monopolist had little to gain from these practices, and so must presumably be doing them to make their operations more efficient. (p.107)
이미 약화될 대로 약화된 미국의 Anti-trust law 에 새롭게 등장한 시련은 IT기업들의 등장이다.
> After a decade of pen chaos and easy market entry, something surprising did happen. A few firms—Google, Ebay, Facebook, and Amazon—did not disappear. (p.121)
생각해보면, 소프트웨어와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IT기업들은 태생적으로 독점구조를 형성하고 유지하기가 훨씬 더 쉽다. 더욱 더 강력해지는 인터넷 독점기업을 막기 위해서는 “기업쪼개기”가 답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 The simplest way to break the power of Facebook is breaking up Facebook. (p.133)
저자는 반독점정책이 필요한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서 설명한다. 첫번째는 정치적 이유. 공적 권력이든 사적 권력이든, 권력의 집중은 곧 전체주의로 이어진다. 민주주의 체제의 헌법은 공적 기관간이 서로를 견제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촘촘히 짜두었다. 그런데 시장의 사적 권력은? 반독점정책이 등장할 수 밖에 없다.
> Hence, antitrust law was serving as a new kind of limit: a check on *private* power, by preventing the growth of monopoly corporations into something that might transcend the power of elected government to control.......Yet over the last few decades, the very idea of political role has all but disappeared, as antitrust’s focus has become exclusively and narrowly economic. (p.54)
두번째는 경제적 이유. 시카고학파가 놓친 중요한 지점 중 하나는 독점체제의 dynamic inefficiency이다. 독점기업은 당연히 혁신을 주저하게 되고, 결국에는 그 사회 전체의 생산성까지 위협을 받는다. 저자는 1980년대 이후 일본을 대표적 예로 드는데, 데이터를 제대로 찾아보고 싶다.
> ....Japan, [by the 1980s] was considered a serious rival to the United States in technology industries such as computing and online services. But because Japan never broke the power of its telephone monopoly, independent telecommunications and internet firms never really grew, and by the early 2000s the United States had leaped far ahead. There is, after all, only so much you can do when your innovations need to be engineered not to disturb the mother ship. (p.98)
이 책의 마지막 문단을 읽으면서, 21세기 신진보주의(neo-pregressive) 지적담론에 동참하고 싶어졌다.
> By providing checks on monopoly and limiting private concentration of economic power, the antitrust laws can maintain and support a different economic structure than the one we have now. It can give humans a fighting chance against corporations, and free the political process from invisible government. But to turn the ship, as the leaders of the Progressive era did, will require an acute sensitivity to the dangers of the current path, the growing threats to the Constitutional order, and the potential of rebuilding a nation that actually lives up to its greatest ideals. (p.139)